전략 사안

폴란드의 대러 핵 억제 전략과 그에 따른 전략적 딜레마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무장을 향한 폴란드의 행보는 글로벌 안보 지형에 잠재돼 있던 위기 요소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월 1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국방 차관 도입 및 트럼프 행정부의 '평화 위원회(Board of Peace)'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알렉산데르 칼카/NurPhoto/AFP]
2월 1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국방 차관 도입 및 트럼프 행정부의 '평화 위원회(Board of Peace)'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알렉산데르 칼카/NurPhoto/AFP]

글로벌 워치 |

바르샤바가 핵 억지력 강화를 시사하는 대담한 변화를 내비치면서, 국제 안보 체제의 잠재돼 있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나토(NATO) 동부 방어선에 부담과 과제를 안기고 있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공격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러시아”에 맞선 방어 수단으로 핵 역량 강화를 촉구했으며, 이 같은 발언은 국내외 안보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2월 15일 폴사트 뉴스(Polsat New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폴란드가 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히며, 이것이 모스크바의 위협 속에서 "폴란드의 안보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움직임은 러시아의 행보가 국경을 맞댄 최전선 국가들로 하여금 방어 태세 재검토를 압박하는 동시에, 핵 비확산 규범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드러낸다.

2월 1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국방 차관 도입 및 트럼프 행정부의 '평화 위원회(Board of Peace)'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알렉산데르 칼카/NurPhoto/AFP]
2월 1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국방 차관 도입 및 트럼프 행정부의 '평화 위원회(Board of Peace)'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알렉산데르 칼카/NurPhoto/AFP]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접경국인 벨라루스에 러시아의 전술핵이 배치되고 핵무기 사용 기준을 낮춘 개정 핵 교리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국방 역량 분석

폴란드의 '핵 행보'는 자체 핵 인프라 부족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가로막혀 있으며, 이로 인해 폴란드는 억지력의 핵심을 나토(NATO) 동맹 체제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전문가들은 폴란드가 보유한 산업 기반과 추진 중인 민간 원전 계획을 고려할 때, 이론적으로는 핵 역량 확보가 가능하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개발 기간이 실질적인 장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방 분석가 피터 로버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폴란드와 같은 현대 산업국가가 핵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다만 예상 소요 기간은 짧게는 1년에서 그 이상까지 폭넓게 추정된다"고 밝혔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폴란드가 독자 핵무장에 나설 경우, 이는 막대한 법적·외교적 대가가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물론, 외교적 고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핵무기는 단순히 ‘개발’ 단계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며, 주류 담론에서 흔히 간과되는 막대한 유지·관리 부담을 수반한다.

핵 프로그램은 안전과 보안, 그리고 지속적인 현대화에 막대한 자원을 요구한다. 실제로 이러한 난제는 미국의 미니트맨 III(Minuteman III)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현대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으나, 결과적으로 극복됐다.

폴란드의 경우, 이와 유사한 예기치 못한 위험들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이미 GDP의 4~5%에 달하는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래식 군사력에 투입될 재원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폴란드의 독자적인 핵 프로젝트를 대체할 대안으로는 독일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들처럼 미국의 핵탄두를 자국 내에 배치하는 "나토(NATO) 핵 공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프랑스의 "핵 우산"과 보조를 맞추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전 대통령은 앞서 폴란드 영토 내 미국 핵무기 배치를 옹호하며, 그것이 "이 지역을 방어하려는 미국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의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 위험해지는 세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안보를 뒤흔든 데 그치지 않고, 각국의 핵무기 보유 논의를 연쇄적으로 자극하는 '도미노 효과'를 촉발하며,국제 질서를 한층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폴란드의 이러한 행보는 방어적 성격을 표방하지만, 러시아가 핵 추진 움직임을 두고 폴란드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내놓는 등 의도치 않은 긴장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폴란드가 보여온 신뢰성은 핵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많은 서구 우방국을 능가하는 강력한 경제 성장과 나토(NATO)의 동부 전선을 수호하는 중추적인 역할 덕분에, 바르샤바는 국제적 신뢰를 얻었다.

GDP의 4%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 폴란드는 미군을 수용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유럽 안보의 "없어서는 안 될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바르샤바 소재 싱크탱크인 동방연구소(OSW)의 수석 군사 분석가 야체크 타로친스키가 지난 1월 터키 아나돌루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불법 합병 이후 줄곧 나토의 대러시아 억제 태세의 선봉에 서 왔다"라고 2025년 11월 나토 의회 연맹 보고서는 기록하며,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폴란드의 공동 책임 이행을 확인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휘몰아치는 정세 속에서 폴란드의 핵을 향한 열망은 세계 안보의 안정성 이면에 가려져 있던 그간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 균열들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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