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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새별거리', 러시아 파병의 대가 시사

평양 신도시에 조성되는 주거단지는 해외 군사작전 중 사망한 '열사' 유가족을 위한 것으로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감내한 인명 손실을 정부 당국이 대외적으로 분명히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4년 10월 21일 서울 거리에서 시민들이 볼 수있도록 진열된 신문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수천 명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신문 1면에 실려 있다. [앤서니 월리스/AFP]
2024년 10월 21일 서울 거리에서 시민들이 볼 수있도록 진열된 신문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수천 명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신문 1면에 실려 있다. [앤서니 월리스/AFP]

글로벌 워치 |

2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대적으로 홍보된 행사에서 애국심을 고취하는 연출과 함께 '새별거리'를 공개했다. 해당 거리는 북한 당국이 '해외 군사작전' 중 사망했다고 밝힌 군인들의 유가족을 위해 평양에 조성한 신규 주택단지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번 주택 개발을 "우리 세대의 자부심이자 평양과 우리 국가의 자랑"이라고 칭하며, 당과 정부 차원에서 유가족들이 "각별한 대우"를 받도록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북한 관영 매체는 해당 주거단지가 불멸의 '열사'를 기리는 영광의 상징이라고 내세웠지만, 실상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이 낳은 인명 피해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증거다.

동일한 파병 경로를 추적해 온 보도들에 따르면, 이들 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 인근에 반복적으로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러시아 접경지인 쿠르스크에서는 북한 인력이 전투 임무뿐 아니라 건설 작업과 지뢰 제거 부대에도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10월 21일 서울 거리에서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진열된 신문을 한 남성이 읽고 있다. 신문에는 2024년 초 평양에서 열린 연회에서 건배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이 실려 있다. [앤서니 월리스/AFP]
2024년 10월 21일 서울 거리에서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진열된 신문을 한 남성이 읽고 있다. 신문에는 2024년 초 평양에서 열린 연회에서 건배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이 실려 있다. [앤서니 월리스/AFP]

북한의 파병 조치는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냉혹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올해 2월 한국 국가정보원(NIS)은 약 6,000명의 북한군이 파병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국회 보고에서 밝혔다.

이 수치가 대체로 사실이라면, 이러한 인명 피해 규모는 내부적인 후폭풍 없이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전용 주거단지 조성은 일종의 대중을 회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수도 평양에서 상류층 수준의 파격적인 주거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수천 명 유가족의 슬픔을 달래고, 이들로부터 비롯될 수 있는 정치적 불안 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평양의 공식 보도에서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언급이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대신 이들 보도는 '별처럼 빛나는 위훈'과 '우리 국가의 자부심'같은 미사여구를 앞세워 전쟁의 인명 피해를 숭고한 희생이라는 국내적 신화로 미화하려는 의도적인 서사 세탁을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김 위원장이 해당 주거단지가 숨진 군인들의 "정신과 희생'을 상징하며, 유가족들이 "아들과 남편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해당 주거단지 공개 행사가 북한 내부의 주요 정치 일정에 맞춰진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AFP와의 인터뷰에서 홍민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새별거리 준공이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행보"라고 평가하며, 이는 "숨진 군인 유가족에게 국가가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의미한 죽음

북한 파병군은 자국 영토를 수호하다가 전사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모스크바로부터 얻어낼 실익에만 관심을 둔 평양을 위해 해외 전쟁터에서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

언론 보도와 동맹국의 분석을 종합하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병력과 군수물자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지원과 군사 기술을 확보하는 거래적 성격을 띤다.

특히 이 거래에서 군사 기술적 측면이 전문가들의 핵심 우려 사항이다.

러시아는 방공 시스템 판치르(Pantsir)를 북한에 이전하고, 탄도미사일 관련 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각종 기념식과 추모 행사, 그리고 거리 전체에 들어설 아파트 단지는 국가 차원의 정보 캠페인으로 활용되며 해외 파병을 정당화하는 서사로 탈바꿈되고 있다.

새별거리는 약탈적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진 군인들의 피의 대가를 기록한 물리적 증거나 다름없으며, 연출된 슬픔과 국가 차원의 보상을 통해 군인들의 희생을 신성화하려는 정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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