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행동으로 드러난 위선: 미국의 이란 공격을 비난한 모스크바, 곧바로 키이우 민간인 공격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을 비난한 직후 러시아가 키이우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스크바의 위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러시아의 침공 속에서 6월 23일 키이우의 한 아파트 건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밤사이 무려 352기의 드론과 16기의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해, 키이우 및 인근 지역에서 최소 7명이 사망했다. [제냐 사빌로프/AFP]](/gc7/images/2025/06/24/50928-urkaine_drone-370_237.webp)
AFP 및 글로벌워치 |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이란 공습을 “도발 없는”, “정당성 없는” 행위라고 비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대상으로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대규모의 드론 및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푸틴은 6월 23일 모스크바에서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과의 회담 중 “이번 이란에 대한 전혀 도발 없는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아침, 러시아가 키이우를 공격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6월 22일 공습 직후 키이우 군 행정관 티무르 트카첸코는 텔레그램을 통해 “수도에 대한 또 다른 대규모 공격이 있었다. 적의 드론이 여러 차례에 걸쳐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총 352대의 무인항공기(그중 다수가 이란제 드론)와 16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며,일부 무기는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끔찍한 순간이었다”
AFP 기자들은 수도 상공을 나는 드론 소리와 함께, 밤새 이어진 공습 동안 폭발음을 들었다.
키이우 주민 나탈리아 마르샤브스카는 드론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머리 위를 지나가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고 AFP에 전했다.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는 폭발음이 들렸다. 불과 몇 초 사이의 일이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녀는 폭발 충격으로 방 안에서 튕겨 나갔고, 창문이 산산이 깨지며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고 설명했다.
“정말 끔찍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정밀 유도 무기와 무인기를 사용해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타격했으며, “모든 목표물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 공습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이중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는 엑스(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이후 모스크바는 미사일과 폭탄 사용을 과장되게 비난했다. 하지만 오늘, 러시아는 이란제 샤헤드 드론과 미사일로 키이우와 다른 도시의 민간 인프라를 냉혹하게 공격했다. 지금 모스크바는 침묵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모스크바, 이란과의 관계를 치켜세우다
러시아 외무부는 키이우 공격 하루 전,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에 대해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주권 국가의 영토에 대한 미사일 및 폭탄 공격은 어떤 명분으로도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유엔 안보리 결의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미국의 공습을 “지역 및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한 긴장 고조”라고 표현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같은 날 푸틴과 아락치 장관의 회담 직전 이같은 입장을 되풀이하며:
“지역 내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규탄하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강경한 발언과 달리, 이란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약속은 내놓지 않았다. 페스코프는 “우리는 중재 서비스를 제안했으며, 어떤 지원이 있을지는 이란의 필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란 공습이 미⋅러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페스코프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푸틴은 자신을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6월 23일 회담에서 아락치 장관은 모스크바에 우정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러시아는 테헤란의 파트너이자 동반자”라며 “매우 긴밀하고 오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푸틴은 러시아의 지원이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우리는 이란 국민을 돕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한편 이란의 미사일은 아직 지상에 있지만, 이란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 러시아 드론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을 공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