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북한, 고립을 협상 지렛대로 전환하다

평양 당국은 러시아 및 중국과 맺고 있는 긴밀한 유대 관계를 활용해 제재 압박을 새로운 협상 지렛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빈 방문을 마치고 2026년 6월 9일 북한 평양을 출발하고 있다. [셰후안치/신화/AFP]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빈 방문을 마치고 2026년 6월 9일 북한 평양을 출발하고 있다. [셰후안치/신화/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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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더 이상 단순히 압박을 견디며 버티는 제재 대상국이 아니다. 이제는 서방 중심 질서 밖에서 탄약, 노동력, 사이버 역량, 정치적 지원 등을 필요로 하는 강대국들이 활용할 수 있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평양의 고립이 더 이상 단순한 제약 조건으로만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김정은에게 새로운 협상력을 제공하고, 중국의 외교 재개는 북한이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더욱 넓혀주고 있다.

그 결과, 한반도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북 제재 집행, 사이버 금융, 그리고 강대국 간 경쟁이 서로 얽힌 보다 광범위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외교적으로 억제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고립의 전략적 가치

북한은 수십 년에 걸쳐 국제사회의 제재에 적응해 왔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인공위성 발사를 축하하는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한 선전 포스터. [에릭 라포로그/한스 루카스/AFP]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인공위성 발사를 축하하는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한 선전 포스터. [에릭 라포로그/한스 루카스/AFP]

북한은 정권에 자금과 물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도록 밀수 조직, 선박 간 환적, 사이버 해킹을 통한 자금 탈취, 해외 노동자, 그리고 위장회사 등을 활용해 왔다. 이러한 수단들이 북한을 부유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정권의 생존과 체제 유지에는 기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이러한 생존 역량에 새로운 전략적 가치를 부여했다.

모스크바는 포탄과 로켓, 미사일, 노동력, 그리고 정치적 지지를 필요로 한다. 북한은 이러한 수요 가운데 일부를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적은 제약 아래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다. 그 대가로 북한은 식량과 연료, 현금, 기술,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지원을 얻고자 할 수 있다.

양국 관계는 더 이상 상징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6월 러시아 국경일을 맞아 푸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러시아와 "항상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북러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기초한 동맹 관계로 규정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산하 '비욘드 패럴렐' 프로젝트는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1,200만 발이 넘는 포탄을 제공하고, 1만4,000~1만5,000명의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수치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검증하기는 어렵지만, 흐름 자체는 분명하다. 북한은 이제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로 부상했다.

유럽의 입장에서 이는 전쟁의 지정학적 범위를 바꾸는 일이다.

러시아의 전쟁은 이제 동북아시아의 한 국가로부터도 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 국가는 이 분쟁을 이용해 자금과 실전 경험, 그리고 영향력을 얻고 있다.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PISM)는 이러한 북러 관계를 '전략적 기회주의'로 규정했다. 이 연구소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북한의 군사 지원과 러시아의 정치·경제·군사적 지원을 맞교환하는 형태의 2024년 북러 협력 체제를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모든 측면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북한의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고, 주민들은 여전히 강한 통제를 받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 역시 상당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평양은 제한된 선택지를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더 복잡해진 억제력

북한 문제는 핵 분야에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은 6월 서울에서 핵협의그룹 회의를 열고 억제 전략 계획, 위기 대응 절차, 정보 공유, 그리고 한미 연합훈련 등을 점검했다. 이번 회의는 김정은이 핵물질 생산 시설을 직접 시찰하고 핵전력의 보다 신속한 확대를 촉구한 이후, 북한의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진 가운데 이루어졌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북한 관영매체는 북한 외무성이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이 종료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성명은 평양이 핵보유국 지위를 협상 대상이 아닌 기정사실로 규정해 온 오랜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상황은 워싱턴과 서울, 도쿄가 한층 더 어려운 전략적 균형을 관리해야 하는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억제 전략은 북한이 더 많은 핵물질과 미사일을 확보할 가능성,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전 경험을 축적할 가능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또한 평양이 시간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외교적 개입의 여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평양 방문에서는 비핵화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한반도 프로그램 국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북한을 세계 질서 재편 과정의 “핵심적 행위자”로 자주 묘사해 왔다고 밝혔다.

유라시아 그룹의 제레미 챈은 중국이 이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입장은 러시아와 동일하지 않다. 베이징은 자국 국경 인근의 불안정을 원하지 않으며, 북한의 무리한 행보를 억제할 이유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북한에 압박을 가할 유인은 크지 않다.

이 지점에서 제재 체계를 지속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제재는 주요 강대국들이 집행에 합의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는 북한을 직접 보호할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 역시 체제를 붕괴시키기보다는 관리하는 쪽을 택할 이유가 있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계획된 도로 교량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이는 단순한 인프라 사업이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본래 고립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할 북한이 점점 더 외부와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미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유럽 각국 정부의 대응은 더 이상 규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보다 실질적인 접근은 제재 이행을 강화하고, 북한의 사이버 금융 활동을 차단하며, 무기 거래를 드러내고,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 다만 여건 변화에 대비해 외교적 통로는 열어둘 필요가 있다.

북한은 아직 완전한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다만, 고립을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법을 익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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