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세계, 북핵 정상화 용납 못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극진히 환대한 가운데, 두 정상의 공식 발표문에서 비핵화가 빠진 것은 중국의 대북 접근 방식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항일전쟁 승리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리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손짓하고 있다. [세르게이 보블레프/AFP]](/gc7/images/2025/09/22/52047-kol-370_237.webp)
글로벌 워치 제공 |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고위급 회담은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발표문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빠진 것은, 한때 중국의 대북 핵무기 야망을 규정하던 표현과는 분명히 노선을 달리한 것이다.
이번 누락은 단순한 외교적 실수가 아니라, 중국이 조용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용인하려는 불길한 신호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같은 변화는 핵 확산 억제와 아태 지역 안정성 유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위험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불길한 신호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뜻을 같이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2016년과 2017년 북한 제재 강화에 찬성표를 던졌다. 베이징의 이러한 지지는 평양을 대화에 끌어들이고 핵보유 야망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의 상황은 과거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극진히 환대한 것과 두 정상회담 공식 발표문에서 비핵화를 누락한 것은 모두,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한 중국의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더 이상 미국과 그 동맹국이 지배하지 않는 세계 질서를 추구하는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전과도 일치한다.
중국이 평양을 감싸고 아태 안보에 미칠 핵 위협을 옹호하는 것은, 이러한 불안정성이 베이징의 전략적 이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현 세계 질서를 흔드는 일이 중국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한, 중국은 북한의 방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한 전례
북한의 핵 보유를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위험한 메시지를 던진다. 주요 강대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면 핵 확산이 묵인될 뿐 아니라 심지어 보상까지 받을 수 있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수십 년간 핵 무기 확산을 막고 세계 안보 유지를 위해 애써온 국제적 노력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아태 지역에 치명적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불안정성을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킨다. 평양의 핵 보유를 용인함으로써 베이징은 다른 국가나 세력들이 유사한 행보를 따르도록 부추겨, 국제 비확산 체제를 더욱 심각하게 무너뜨릴 위험을 안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정상화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시진핑-김정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제가 빠진 것이 중국 입장의 공식 변화를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해석도 있지만, 이를 간과하기엔 너무 위험한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적 접근은 평양의 핵 야망을 용인한 베이징의 책임을 묻는 데 맞춰야 하고, 동시에 국제사회는 기존 제재의 철저한 이행과 핵무기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사태의 엄중함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미 긴장이 고조된 아태 지역은 오랫동안 평화를 지켜온 규범이 흔들리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세계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핵무기는 압박의 수단으로 삼을 수 없으며, 그 확산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핵무기 정상화를 막고 평화와 안보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단호히 행동해야 한다. 사태의 엄중함은 그져 방관하기에는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