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례적 방북
베이징이 북핵 긴장과 러시아의 영향력, 미국과 동맹국들의 압박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례적인 평양 방문은 북중 간 전략적 공조가 한층 긴밀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026년 6월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외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화면에는 북한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관련 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페드로 파르도/AFP]](/gc7/images/2026/06/12/56504-afp__20260608__b6d83zq__v4__highres__topshotchinankoreadiplomacy-370_237.webp)
AFP 통신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월 8일 이례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갖은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시 주석의 이번 평양 방문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앞서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정상들과 연이은 외교를 펼친 직후 이뤄졌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공항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으며, 환영식은 레드카펫 위에서 진행된 의장대 사열과 환호하는 군중이 함께한 대대적인 행사로 치러졌다.
이와 함께 수도 평양의 일부 거리에는 북한과 중국 국기가 나란히 내걸린 모습도 포착됐다.
![2026년 6월 8일 북한 평양 시내 한 거리에 내걸린 북한과 중국 국기. [김원진/AFP]](/gc7/images/2026/06/12/56505-afp__20260608__b6bn49f__v2__highres__topshotnkoreachinadiplomacy-370_237.webp)
역사적으로 중국에 의존해 온 북한의 김 위원장은 자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한편, 최근 몇 년간 러시아와의 밀착을 한층 강화해 왔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싸울 병력을 파견한 이후 푸틴 대통령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최대 지정학적 라이벌인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압도적인 최대 교역국으로, 국제 제재를 받는 북한에 외교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해 온 사실상의 핵심 후원국이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8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을 이어 양측이 "외교, 법 집행, 군사 분야"에서 교류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중국과 북한 사이의 전통적 우호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가역적 관계
그동안 양국은 대외적으로 우호 관계를 앞다퉈 강조해 왔지만,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양국 관계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중국은 줄곧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북한은 스스로를 "불가역적" 핵보유국이라고 거듭 선언해 왔다. 특히 2019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결렬된 이후, 북한은 이 같은 입장을 더욱 굳혀 왔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북한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북중 교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한번 큰 타격을 입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뤄졌다. 백악관은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북 전날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이자 실세 여동생인 김여정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물러설 수 없는 선"이라고 못 박았다.
구민선 디폴대 외교학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면서도,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중국은 무엇보다 안정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성현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방문학자도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로 몰아붙이기보다 "체제 지속성 보장'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AFP에 "북한이 안정적이고 군사적으로 강력한 완충국으로서 중국과 보조를 맞추며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대응 여력을 묶어두는 구조는 중국의 광범위한 역내 전략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 9월로, 당시 시 주석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해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다.
북한은 중국과 공식적이고 구속력있는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미국 견제의 균형추
분석가들은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역내 미국의 협력국들을 견제하는 데 유용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랫동안 냉랭했던 중일 관계는 안보 강경파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해 중국이 자치 통치 중인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하려 할 경우 일본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더욱 악화됐다.
북한 전문가인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베이징은 평양을 자국의 외교적 영향권 안으로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시 주석의 전략적 행보일 수 있다고 평가하지만, 디폴대 구민선 교수는 "전반적으로 러시아는 중국과 같은 수준의 주요 강대국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모스크바와 평양의 관계는 베이징과 평양의 관계보다 더 대등하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김 위원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김 위원장도 러시아의 기술 공유와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가까운 접경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평양이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인 관광 가이드 전상갑 씨(65)는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고 중국식 발전 모델을 따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AFP에 "그들(북한)이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한반도에서 무력 통일이나 전쟁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