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끝이 안 보이는 수단 내전, 4년째로 접어들다

분석가들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분쟁을 더욱 부채질하면서, 수단의 '잊힌 전쟁'이 평화로 향하는 뚜렷한 돌파구 없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2026년 1월 17일, 전쟁으로 3년간 큰 피해를 입은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도시 기반시설 복구 작업이 재개된 가운데 노동자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에브라힘 하미드/AFP]
2026년 1월 17일, 전쟁으로 3년간 큰 피해를 입은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도시 기반시설 복구 작업이 재개된 가운데 노동자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에브라힘 하미드/AFP]

첼시 로빈 |

수단 내 대립하는 무장 세력 간 충돌이 발발한 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분쟁은 유엔이 '세계 최대의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규정할 만큼 막대한 피해를 불러왔다.

사태를 면밀히 지켜봐 온 전문가들은 현지 민간인들이 겪는 고통의 규모는 막대한 반면, 이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제한적인 데 그쳐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4월 20일 성명에서 "이는 단순한 또 하나의 분쟁이 아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대참사"라고 경고했다.

수단군(SAF)과 반군인 신속지원군(RSF)은 2023년 4월 수단 수도 하르툼을 둘러싸고 교전을 시작했다.

2026년 4월 15일, 수단 수도 하르툼의 파손된 공항 활주로에 항공기 잔해가 놓여있다. 이날은 수단군과 반군 간 전쟁이 발발한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칼레드 데수키/AFP]
2026년 4월 15일, 수단 수도 하르툼의 파손된 공항 활주로에 항공기 잔해가 놓여있다. 이날은 수단군과 반군 간 전쟁이 발발한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칼레드 데수키/AFP]

유엔은 4월 14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교전이 시작된 이후 민간인 수만 명이 숨지고, 실종자 규모도 여전히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약 1천400만 명이 강제로 삶의 터전에서 내몰렸다고 밝혔다.

현재 취학 연령대 어린이 약 1천만 명이 여전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건시설도 운영이 중단됐거나 일부만 가동되고 있으며, 사망자 중에는 의료진 수백 명도 포함돼 있다.

유엔은 극심한 식량 불안에 처한 2천100만 명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이 갈수록 어렵고 위험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부 다르푸르와 수단 중부 코르도판 일부 지역의 사정은 사실상 기근에 준하는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유엔 수단 독립국제진상조사단은 올해 2월 보고서에서 신속지원군(RSF)이 2025년 10월 북다르푸르주 주도 엘파시르와 그 주변 지역에서 자행한 대규모 살해와 잔혹 행위가 "집단학살의 전형적 특징"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유엔 수단 인권상황 지정전문가 라두안 누이세르는 "숫자 하나하나 뒤에는 한 사람의 얼굴과 삶, 각자의 꿈, 그리고 위태로운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누이세르는 4월 14일 성명에서 "3년간 이어진 파괴로, 이 분쟁에 군사적 해법은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 대신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지체 없이 행동에 나서, 분쟁 당사자들에게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 대화에 나서게 하고 수단의 추가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마비 상태

전쟁 발발 3주년인 4월 15일 베를린에 모인 국제 공여국들은 13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지난해 런던 공여국 회의에서 모금된 10억 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국제사회가 마련한 지원은 일시적으로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지만, 수단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지원 규모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워싱턴대 역사학 부교수 크리스토퍼 톤셀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앞으로 수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이 필요한 위기"라며, "삶의 터전을 잃은 피란민들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폐허로 변한 지역 전체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핵심 문제는 교전 당사자들이 전쟁을 외교적으로 끝내기 위한 어떤한 국제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톤셀 교수는 "수단 당국은 신속지원군(RSF)을 동등한 협상 상대로 인정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하르툼 입장에서는 그런 형식의 협상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반군 조직에 정당성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르툼은 베를린 회의에 대해 "놀랍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단군은 신속지원군(RSF)의 장악 지역 철수가 어떤 휴전 합의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을 오랫동안 고수해 왔다.

한편 신속지원군(RSF)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는 자신이 이끄는 병력이 수십 년에 걸쳐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5월 7일 비공개 장소에서 병사들에게 "우리는 이 전쟁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수단군]이 전쟁을 40년 동안 끌고 가길 원한다면, 그들이 뿌리 뽑힐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드-수단 국경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팀 잠잠'의 설립자이자 스미스칼리지 수단 연구자인 에릭 리브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양측 모두 군사적 승리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의 수준과 정교함이 한층 높아졌다"며 "전쟁은 갈수록 드론전의 양상을 띠고 있으며, 특히 신속지원군(RSF)에 의해 무차별적인 드론 공격이 감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대리전 구도 탈피'

유엔을 비롯한 다른 국제기구들은 군사적 해법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런던 소재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5월 20일 보고서에서 수단 외부 세력들이 전쟁을 장기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외부에서 조달된 무기와 국경을 넘나드는 병참 보급망이 수단군(SAF)과 신속지원군(RSF) 양측의 전투 지속 능력을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지원은 양측의 셈법을 좌우하며, 협상을 통한 출구보다 전투를 계속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전문가 보고서와 국제앰네스티,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 보도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중국산 드론을 포함한 무기를 신속지원군(RSF)에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을 일제히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부다비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튀르키예는 바이락타르 계열 드론을 수단군(SAF)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앙카라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란도 수단군에 드론을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수단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채텀하우스는 "분명한 것은 수단에서 드론 공격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불과 넉 달 동안 집계된 민간인 사망자 최소 880명 가운데 80% 이상이 드론 공격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수단 주변국들 역시 인도주의 위기를 끝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전쟁을 장기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집트는 수단군(SAF)을 정치·경제적으로 공개 지지해 온 주요 후원국이다. 에리트레아는 친수단군 민병대를 자국 내에 수용하고 훈련을 지원해 왔으며, 지난해 수단군이 신속지원군(RSF)으로부터 하르툼과 수단 중부를 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지원 역할을 했다.

반면 에티오피아는 신속지원군(RSF) 전투원들의 자국 영토 내 훈련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는 모두 아프리카연합(AU) 평화안보이사회 이사국으로, 수단군(SAF)은 두 나라가 신속지원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 별도의 무력 충돌마저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아프리카의 뿔 지역 안보 상황은 사실상 일촉즉발의 화약고와 다름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채텀하우스는 "지금 수단에 필요한 것은 결국 '대리전 구도 탈피'라며, 외부 세력이 수단군(SAF)과 신속지원군(RSF)을 자신들의 대리 세력으로 앞세워 전쟁을 부추기는 구조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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