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수단의 붕괴, 강대국 경쟁을 부추기다

전쟁이 수단을 파괴하고 지역 불안을 심화시키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은 국가의 붕괴를 전략적 기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6년 4월 19일 옴두르만의 정신 및 신경 질환 진단·치료 전문 티자니 알마히 병원(사진에는 보이지 않음) 인근 거리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다. [칼레드 드소키/AFP]
2026년 4월 19일 옴두르만의 정신 및 신경 질환 진단·치료 전문 티자니 알마히 병원(사진에는 보이지 않음) 인근 거리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다. [칼레드 드소키/AFP]

글로벌 워치 |

수단 내전은 국가를 산산이 무너뜨렸으며 그 주변을 둘러싼 지정학적 역학 관계를 꾸준히 재편하고 있다.

인도적 피해는 심각하다. 유엔(UN)은 2026년 기준 수단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3,370만 명이 구호를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1,360만 명 이상이 국내 실향민 또는 국외 난민 상태에 놓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단의 보건 체계는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 콜레라가 확산되고, 심각한 영양실조도 증가하며, 국가 전반에 걸친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 역시 마비된 상태다.

그러나 수단의 붕괴는 단순히 인도적 재앙에 그치지 않고 점차 지정학적 기회로 전환되고 있다.

2026년 4월 16일 하르툼에서 수단 시민들이 파손된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칼레드 드소키/AFP]
2026년 4월 16일 하르툼에서 수단 시민들이 파손된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칼레드 드소키/AFP]

국가 기반 시설이 무너지고 공권력이 약화되면서 외부 세력들이 개입할 여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전쟁으로 발생한 권력 공백을 기회로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이란은 수단의 혼란을 틈타전략적 요충지인 홍해로의 접근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수단의 전략적 가치는 약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정학적 위치와 풍부한 자원, 그리고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은 그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전략연구센터(ACSS)는 대륙 전반에서 나타나는 광범위한 구조적 패턴에 주목한다. 아프리카 주요 무력 분쟁의 상당수가 권위주의 성향의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는 부실한 통치 역량과 무력 분쟁이 상호 고착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현재 수단은 이러한 현상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지역적 파급 효과

국제사회의 우려는 높지만 실효성 있는 개입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계속되는 전투와, 치안 불안, 접근 제한 조치로 인해 구호 물자 전달이 계속 차단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위기는 구호가 도달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엔 기구는 현재 2,000만 명 이상이 의료 지원을 필요로 하며 또 다른 2,10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구호 대상자의 약 절반은 아동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중증 급성 영양실조 수치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고향으로의 귀환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많은 피란민 가족이 돌아가는 고향은 대게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공공 서비스가 부족하며, 치안 불안정이 여전히 지속되는 곳이다.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귀환은 회복의 과정이라기보다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영향력 확대와 요충지 접근권, 장기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외부 세력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권력 공백을 메우는 세력들

러시아는 수단 내전의 양측 당사자 모두와 소통을 유지하면서 향후 휴전이 성립될 경우를 대비해 중재자 또는 안보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동시에 전쟁으로 황폐해진 수단에서 홍해 해군기지 협정을 유지하려는 시도도계속하고 있다.

이는 모스크바에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전쟁 중에도 영향력을 유지하고, 이를 향후 군사·정치·경제적 거래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접근은 보다 조용하지만 전략적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중국은 이미 과거 기반 시설 투자로 수단 내 경제적 이해관계를 확보하고 있으며, 교전이 잦아들 경우 재건 사업 계약을 추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중국은 통치나 개혁과 관련된 정치적 조건을 내걸지 않고 협력하는 경향이 있다. 막대한 재건 수요에 직면한 붕괴된 국가에게 이러한 모델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수단의 지정학적 위치는 이러한 상황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수단은 사헬 지대와, 아프리카의 뿔, 북아프리카가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해 이주 경로와 무역 회랑, 홍해 안보에 있어 중대한 영향력을 지닌다.

수단의 붕괴가 장기화될 경우 그 여파는 국경을 넘어 확산되며 이는 이미 반군 활동과, 국경 갈등, 자원 분쟁으로 고전 중인 주변국들에 추가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략적 패권 경쟁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안보 협력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물론, 자원 접근권 확보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항만과 무역로 확보, 그리고 장기적인 경제적 입지 선점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인도적 구호와 휴전 외교에 대응의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정치적 조건 없이 행동하려는 다른 세력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단의 위기가 서방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방의 개입 비용은 높아지는 반면, 까다로운 조건 없이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상대국들의 매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단 사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비단 수단 국경 내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단의 풍부한 광물 자원과 농업 잠재력, 그리고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위상은 전후(戰後) 수단에 어떤 체제가 형성되든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한다.

전후 수단 재건이 순전히 실리적 거래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외부 세력은 장기적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내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구조적 취약성을 오히려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현재로서는 수단의 붕괴가 더 광범위한 전략적 실패로 고착되기 전에 집중적인 외교 노력과 함께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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