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중국의 해상 공세, 역내 관계 긴장

스카버러 암초부터 대만 해협에 이르기까지, 베이징은 전면전의 문턱을 넘지 않으면서도 해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역내 파트너국들로 하여금 무역로를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는 동시에 더욱 강력한 억제 태세 구축을 강요하고 있다.

2026년 3월 24일, 남중국해의 한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경(CCG) 소속 산두함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이 공중 드론 사진에 포착되었다. [마오쥔/신화 /AFP]
2026년 3월 24일, 남중국해의 한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경(CCG) 소속 산두함이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이 공중 드론 사진에 포착되었다. [마오쥔/신화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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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내 중국의 해상 태세는 더욱 집약되고 강압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전략적 파급력 또한 커지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필리핀 점유 해역의 진입로를 중심으로 중국 해경과 민병대의 활동이 격화됐다. 대만 해협에서도 중국 당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봉쇄형 기동훈련을 실시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두 전선 모두에서 역내 질서가 공식적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상황이 맞물리면서 그 질서를 유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남중국해와 루손 해협, 그리고 대만 해협을 잇는 해역이 전 세계 해상 교역과 핵심 에너지 수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다.

중국이 "실사격" 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대만 주변 구역을 표시한 지도 인포그래픽. [파스 피사로/AFP]
중국이 "실사격" 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대만 주변 구역을 표시한 지도 인포그래픽. [파스 피사로/AFP]

피해를 초래하는 데 전면적 교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강압적 행위와 해양 에너지 개발을 둘러싼 불확실성, 그리고 중국의 초계 활동 상시화는 해운·투자·공급망 전반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2026년 2월 전략 대화에서 워싱턴과 마닐라는 “항행 및 비행의 자유”와 “방해받지 않는 합법적 상거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표현은 개방된 해로가 역내 경제 전반에 얼마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고조되는 해상 압박

가장 뚜렷한 변화는 남중국해에서 나타났다. 아시아 해상투명성 이니셔티브(AMTI)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스카버러 암초 인근의 중국 해경선 주둔 일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사비나 암초 인근의 순찰 횟수도 거의 세 배가량 늘었다.

AMTI는 보고서 헤드라인에서 중국의 초계 활동이 “스카버러 암초를 최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필리핀과의 분쟁 해역에 압박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전략적 행태의 단적인 사례다.

스카버러와 사비나 암초는 단순한 개별적 갈등 요소가 아니다. 이들은 접근권, 현시, 그리고 선례를 둘러싼 더 큰 차원의 경쟁 속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필리핀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중국의 은밀한 공세와도 맞닿아 있다. 필리핀은 이러한 해상 대치가 국제 규범을 잠식하고 기정사실을 구축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원 경쟁이 이러한 압박을 한층 더 심화시키고 있다. AMTI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사업 지역 인근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석유·가스 개발을 둘러싼 중국의 간섭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왔다.

이는 앞서 살펴본 정황들을 더욱 뒷받침한다. 해상에서의 강압적 행위는 단순히 국기나 초계 경로의 문제가 아니다. 그 본질은 분쟁 해역에서 상업적 가치가 있는 자원을 누가 탐사하고 개발하며 관련 상업 활동을 누가 보장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있다.

역내 국가들은 무분별하게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일본과 필리핀은 2026년 1월 군수·방위 협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해상 강압을 더 이상 단순히 감내할 수 없다는 양국의 공통된 견해를 강조한 것이다.

워싱턴은 국제법에 의거하여 해로를 개방하고 해상 권익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합동 훈련, 초계 협력,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해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해 왔다.

한계점에 다다른 안정성

대만 해협은 남중국해와 동일한 논리가 작동하고 있으나, 그 위험의 수위는 훨씬 높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이 12월 말 실시한 “저스티스 미션 2025” 훈련은 역대 최대 규모로, 다중 구역에 걸쳐 대만을 포위·압박하는 능력을 실전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분석가들은 단기적인 침공보다는 회색지대 강압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전면전의 임계점 바로 아래에서 누적된 압박을 가하는 베이징의 전략적 기조를 잘 설명해 준다.

이러한 행보의 목적은 단순한 군사적 신호 발신에 있지 않다. 장기간에 걸쳐 동맹국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워싱턴이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고 일본, 호주, 필리핀과의 해상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기존의 지정학적 질서를 공식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선에서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정책적 방점을 두고 있다.

미 국무부 브리핑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며, 역내 파트너국들 역시 새로운 방위 협력을 상업적 이익,주권 보호, 그리고 자유로운 항행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 정세는 전쟁의 직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1도련선 전역에서 더욱 빈번하고 지속적인 마찰이 이어지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워싱턴과 그 파트너국들에게 남겨진 과제는 개별적인 사건들에 단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개방된 해로를 지켜내고, 실효적인 억제력을 유지하며,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외교적 소통 창구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있다.

이 지역에 대한 관여를 축소할 경우, 역내 안정은 베이징의 자제력에만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관여를 지속할 경우, 세계 최요충지에 속하는 해상 회랑 중 하나를 개방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안전하게 지켜낼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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