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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중(對中) 밀착 속 빛나는 '해양 주권 수호 의지'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비동맹 외교 노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전략적 요충지인 해상 교통로와 막대한 니켈 매장량을 활용해 역내 외교적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25년 4월 18일 인도네시아 북말루쿠주 중앙할마헤라의 레릴레프 사와이에 위치한 대규모 니켈 가공 및 제련 허브인 '웨다베이 산업단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STR/AFP]
2025년 4월 18일 인도네시아 북말루쿠주 중앙할마헤라의 레릴레프 사와이에 위치한 대규모 니켈 가공 및 제련 허브인 '웨다베이 산업단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STR/AFP]

글로벌 워치 |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해상 교통로들 가운데 일부를 관통하는 전략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해상 초계 활동과 해저 지형 조사, 역내 억제력 강화 움직임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주요 해상 항로들도 포함된다. 미 지질조사국(USGS)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42%를 보유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집권 아래, 자카르타는 전통적인 비동맹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수동적 대응 기조에서 벗어나, 자국의 전략 환경을 보다 주도적으로 형성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인도네시아 해역이 글로벌 에너지 수송과 중국행 해운로, 더 나아가 인도-태평양 전역의 무역 흐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니켈은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자원으로, 자카르타에 새로운 외교·경제적 영향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환경 규제 압박, 해외 자본 의존 심화라는 취약성도 함께 안겨주고 있다.

2023년 2월 8일 인도네시아 동남술라웨시주 와워니섬에서 농민들이 니켈 채굴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아덱 베리/AFP]
2023년 2월 8일 인도네시아 동남술라웨시주 와워니섬에서 농민들이 니켈 채굴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아덱 베리/AFP]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니켈 공급이 특정 국가에 점점 더 집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상위 3개 생산국이 차지하는 니켈 채굴 생산 비중은 2024년 75%에서 2035년에는 8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공급 집중 흐름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역할 확대는 핵심 변수로 주목된다. 반면 핵심 광물 정련 부문의 상당 부분에서는 중국이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주요 해역 방어

중국 해경 함정들은 나투나 제도 인근 인도네시아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역에 주기적으로 진입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 주요 도서 영유권 분쟁의 직접적인 당사국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광범위한 해양 영유권 주장은 나투나 제도 인근 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과 일부 중첩된다.

이에 자카르타는 해군 및 해경 초계활동을 강화하고, 경우에 따라 외국 선박을 해당 해역 밖으로 호위·퇴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는 긴장 수위를 불필요하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주권적 권리를 수호하려는 보다 확고한 입장을 시사한다.

중국 해경선의 불법 진입 사건이 발생한 후, 인도네시아의 해양법 전문가인 아리에 아프리안샤는 매체 베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대응이 "현재 나투나해가 과거보다 훨씬 더 삼엄하게 감시·경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이러한 기동은 프라보워 신임 정부의 안보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간보기 전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해양 영역 인식 능력과 군도 방위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호위함, 잠수함, 해상 초계기 등을 도입하며 국방력 현대화를 추진해 왔다.

국방비 지출 역시 증가 추세에 있지만, 일부 역내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군비 증강이 전면적 군사 충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해경 함정과 어선단, 법적 모호성을 활용해 전면전 이하 수준에서 국가들을 압박하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에 대응하기 위한 자국의 복원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한다.

강대국 사이에서의 균형잡힌 외교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는 여전히 공고하다.

베이징은 인도네시아 원자재의 주요 수입국이자 자카르타의 원자재 현지 가공·제련 전략을 뒷받침하는 니켈 가공 시설의 주요 투자국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중국 노출은 자본과 기술, 산업 역량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급망 취약성, 환경 비용, 특정 주요 시장 의존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위험에 대한 우려도 낳는다.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미국 및 호주와의 안보 협력을 확대해 왔다. 인도-태평양 역내 파트너국들이 해상 교통로를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고자 정찰·감시 능력 , 상호 운용성, 군사 기지 및 항만 접근 협정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2024년 조약 수준의 국방 협력 협정에 합의한 데 이어, 2026년 2월 호주-인도네시아 공동 안보 조약을 공식 체결했다. 이번 조약으로 양국의 군사 협력은 한층 강화됐으며, 더욱 긴밀해진 국방 공조 체계도 구축됐다.

앤서니 앨바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조약 체결을 역내 안정의 “핵심 축”이라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 및 기타 파트너국들과 함께하는 연례 ‘슈퍼 가루다 실드’ 합동 군사훈련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자카르타는 이러한 협력을 진영 정치가 아닌 역량 강화 차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법률연구센터(CELIOS)의 무함마드 줄피카르 라흐마트 연구원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중 트랙 외교는 겉보기에는 일관성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자카르타 입장에서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동맹이 아니라 국방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라보워 대통령 역시 이러한 대외 기조를 그대로 대변해 왔다. 그는 워싱턴 D.C. 방문 당시 남중국해 문제 관련 질문에 "인도네시아는 언제나 자국의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갈등을 빚는 것보다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방패이자 외교 플랫폼으로서의 아세안(ASEAN)

자카르타는 남중국해 분쟁 등 주요 안보 현안과 관련해 ASEAN을 자국의 최우선 외교 플랫폼으로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체결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C)'은 분쟁 당사국들이 "평화적인 수단에 의해" 그리고 "무력의 위협이나 행위에 호소하지 않고" 갈등을 해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있어 이러한 문구는 단순한 외교적 상투어가 아니다. 이는 자카르타가 외부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적 틀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 봉쇄 전략에 동참하는 듯한 인상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인도네시아는 이처럼 다양한 국가와의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자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자원, 외교 역량을 전략적 레버리지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관건은 실행이다.

자카르타는 오랫동안 자국 외교정책을 규정해 온 비동맹적 유연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해양 권익을 보호하고 중국 투자를 관리하며 군사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ASEAN 중심성을 유지해야 한다.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핵심은 인도네시아가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다.

핵심 쟁점은 해양력과 광물 자원력이 점점 더 분리되기 어려워지는 이 지역에서,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전략적 운신 폭을 계속 넓혀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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