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러시아 현지 인플루언서, 크렘린의 입장을 대변
유럽연합의 러시아 관영 매체 RT와 스푸트니크에 대한 방송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모스크바는 이제 일반 시민이나 민간인인 것처럼 보이는 인물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이들을 조직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을 잠식하고 서방 내부의 분열을 심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2022년 12월 20일 러시아 국가 훈장 수여식에 참석한 '워곤조(WarGonzo)' 프로젝트 책임자이자 특파원 세묜 페고프. [kremlin.ru/70150/photos/69849]](/gc7/images/2026/04/01/55147-infl-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유럽 내에서 러시아 관영 매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크렘린이 보다 유연한 영향력 모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목소리를 내세워 자국 관영 매체에 찍힌 낙인을 교묘하게 우회하며, 서방 시청자와 점령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객관성을 가장한 담론을 확산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친러시아 메시지를 기존의 정형화된 국가 프로파간다에 비해 훨씬 자생적이고 현지에 뿌리를 둔 여론으로 인식되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전략은 대상 국가 내 인플루언서와 시사 평론가, 대리 언론 인사들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6년 3월 15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촬영된 연출 사진. 스마트폰 화면에 '가짜 뉴스'라는 문구가 선명하며, 배경의 노트북 화면에는 틱톡(TikTok) 로고가 띄워져 있다. [니콜라스 코코블리스/누르포토/AFP]](/gc7/images/2026/04/01/55144-afp__20260315__kokovlis-notitle260315_npnar__v1__highres__socialnetworksillustration-370_237.webp)
![2022년 4월 9일 인터뷰 중인 독일 콘텐츠 제작자 알리나 립(Alina Lipp). [1RNK/위키미디어 커먼즈/CC by 3.0]](/gc7/images/2026/04/01/55146-ann-370_237.webp)
포섭된 서방의 목소리
독일의 콘텐츠 제작자인 알리나 립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녀는 18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크렘린의 입장을 반영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게시해 왔다.
2025년 5월, 유럽연합(EU)은 알리나 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허위 정보를 체계적으로 유포하고, 키이우 지원에 대한 독일 내 여론을 왜곡하려 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단행했다.
나토(NATO)의 역할과 서방의 정책, 또는 우크라이나 국가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러시아 관영 매체나 친러시아 플랫폼에 출연하는 다른 유럽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이와 유사한 활동 양상이 포착되고 있다.
일부 비판적 시각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독립적 분석이라는 가면을 쓰고, 반(反)우크라이나 및 반서방 서사를 일반 대중의 공론장에 주입하는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정보기관은유럽 전역에서 대리인 포섭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을 통해 취약한 이주민들을 끌어들여 사보타주를 수행하게 하거나, 공포를 조장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허위 정보 캠페인에 활용될 소재를 제공하게 하고 있다.
최근 유럽 내 친크렘린 정보 작전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모델의 핵심은 진정성 있게 보이도록 하는 데 있다. 러시아 관영 매체가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현지 담론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형태일 때 그 서사가 훨씬 더 멀리 전파된다는 것이다.
현지인 포섭 공작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크렘린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 현지 인플루언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당국은 마리우폴에 이른바 '블로거 학교'를 세우고 청소년과 학생을 포함한 현지 주민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통제하의 재건 현황과 일상을 보여주는 콘텐츠 제작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제작한 영상은 신규 주택 단지 건설 현장을 집중 조명하며, 러시아가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을 재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안드레이 솔다토프 보안 전문가는 이러한 현지의 목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 본토 거주자들에게 익숙한 목소리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소통할 줄 아는 현지 목소리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러시아의 침략은 이러한 영향력 확대에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 관영 매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크렘린은 일반 시민이나 민간인인 것처럼 보이는 인물들을 내세운 하이브리드 영향력 작전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이러한 활동은 허위 정보와 표적형 방해 공작을 결합해 서방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려는 광범위한 하이브리드 전쟁의 일환이다.
조사 결과 러시아 관영 방송 RT가 서구권 비디오 블로거들에게 비밀리에 자금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블로거는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친크렘린 콘텐츠를 제작·유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와 주요 싱크탱크들은 일제히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전략대화연구소(ISD)와 국경없는기자회(RSF)의 보고서들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려는 광범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규정했다.
이제 강력하고 새로운 3대 축 대응 체계를 통해 확장되는 러시아의 허위 정보 작전을 추적하고 폭로하며 나아가 격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군트람 볼프 정치 분석가는 지속적인 영향력 작전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안보 위협에 대한 집단적 대응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군사력을 증강하는 가운데, 인플루언서 전략도 이에 병행해 여론을 조성하고 국제적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