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중동 인플루언서들 통해 친정부 메시지 확산
중동 각국 정권들은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국가 메시지를 일반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위장하면서, 오락물과 선전물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2026년 3월 3일 두바이 도심 전경. [주세페 카카체/AFP]](/gc7/images/2026/04/06/55165-afp__20260303__99tf768__v1__highres__uaeisranusisraelwar-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중동 전역에서 인플루언서와 소셜미디어 인사를 통해 정권 친화적 여론을 확산시키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한 채 보다 친숙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전략이다.
연구자들과 분석가들은 이 전략이 기존 관영 매체보다 여론 형성에 훨씬 효과적일 뿐 아니라, 중동 지역은 물론 그 밖의 젊은 층에게까지 파급력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보기에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동원함으로써, 정부는 공식 메시지를 개인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얻는 내용으로 포장할 수 있다.
이러한추세는권위주의 체제가 소셜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정보 통제와 여론 조성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3년 11월 21일 케르만주 마크란 지역에서 무력 시위 성격의 훈련을 실시하는 IRGC 지상군. [사랄라 안쿠티/타스님 뉴스통신/CC BY 4.0]](/gc7/images/2026/04/06/55164-zirgc-370_237.webp)
![2023년 11월 21일 케르만에서 전술 훈련을 실시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상군. [사랄라 안쿠티/TNA/위키미디어 CCA 4.0]](/gc7/images/2026/04/06/55163-pp-370_237.webp)
정부는 이제 공식 연설이나 TV 방송, 정부 성명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을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정치적 메시지를 라이프스타일, 엔터테인먼트, 일반 해설·논평 콘텐츠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란 네트워크의 확장
분석가들은 이란이 중동에서 가장 광범위한 수준의 온라인 영향력 생태계를 구축한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연구자들과 감시 단체들은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틱톡 등 플랫폼에서 친정부 계정과 콘텐츠 제작자 간 네트워크가 형성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인플루언서는 이슬람공화국에 우호적인 내용을 퍼뜨리고, 때로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지지하는 콘텐츠도 게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가들은 일부 사례에서 당국이 접근권 제공과 각종 유인책, 우대 조치 등을 통해 정부에 우호적인 자국 및 해외 콘텐츠 제작자들을 포섭·육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역 위기 국면에서 이들 목소리는 이란을 외부 압력과 군사적 위협에 맞서는 방어 세력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유사한 서사는 레바논 헤즈볼라 및 이라크 무장 세력과 연계된 친이란 인사들을 통해 아랍어권에서도 확산되고 있으며, 이들의 영향력은 이란 관영 매체에 회의적인 이용자층까지 미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보다 광범위한 허위정보 확산 양산과 맥을 같이한다. 관영 매체가 아닌 대리 전달자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전파될 때 서사는 더 쉽게 확산된다.
공식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조각난 미디어 환경에서는 자발적이거나 공동체 중심으로 형성된 듯한 메시지가 특히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명 인사를 영입하는 걸프 국가들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국 정부에 대한 이미지와 여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인플루언서를 적극 동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국가 리브랜딩 전략의 일환으로 인플루언서를 적극 동원하고 있다. 특히 라이프스타일, 여행,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콘텐츠 제작자들을 초청해 홍보 여행을 지원하거나 특별 접근권을 부여해 신규 도시와 관광 프로젝트, 엔터테인먼트 시설, 문화 사업 등을 홍보하고 있다.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대개 현대화된 국가 이미지와 투자 유치, 그리고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역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해 사전에 기획된 방문 일정을 제공하고, 안정과 발전, 진보상을 담은 긍정적 콘텐츠가 확산되도록 독려하고 있다.
2026년 2월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이 장기화되면서 이 같은 메시지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작전 개시 이후 이란의 보복성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이 걸프국 전역의 주요 시설을 겨냥하면서 에너지 인프라가 위협받고 해상 운송에 차질을 빚는 등 분쟁의 전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는 게시물은 국가 브랜딩과 전략적 목적을 동시에 수행한다. 안전과 일상, 그리고 경제 활동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콘텐츠는 시장 변동성과 인프라 위협 속에서 투자자와 관광객, 주민들의 불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위기 대응 메시지, 소프트파워, 그리고 디지털 영향력의 접점이 정보 관리가 지역 안보 경쟁과 갈수록 긴밀히 연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를 동원한 메시지 전달 방식이 정부에 부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해당 담론이 공식 입장으로 인식되지 않으면서도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카타르 노스웨스턴대 미디어 분석학 부교수이자 '중동의 디지털 권위주의' 저자인 마크 오언 존스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국가가 기존의 공식 채널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유포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전략대화연구소(ISD) 연구진은 온라인 영향력 네트워크의 확장이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지역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