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라틴아메리카 정권들, 인플루언서 앞세워 정책 홍보

베네수엘라에서 니카라과에 이르기까지, 가수와 인플루언서들은 선전을 엔터테인먼트로 재포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와 정치적 메시지의 경계를 흐리며 대중의 인식을 교묘히 왜곡하고 있다.

2026년 3월 13일 아바나 시내에서 한 여성이 '침략자에게 죽음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고(故) 피델 카스트로의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야밀 라헤/AFP]
2026년 3월 13일 아바나 시내에서 한 여성이 '침략자에게 죽음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고(故) 피델 카스트로의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야밀 라헤/AFP]

글로벌 워치 |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정권이 자국의 유명 인플루언서와 연예인 포섭에 나서고 있다. 이들을 통해 당국의 정책을 정당화하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전략이다.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친숙한 얼굴을 내세워 정부는 기존 관영 매체가 구현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공식적 담론을 보다 친근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추세는 전문적인 보고서를 제외하면 대중적으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방식은 권위주의 체제 전반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과도 맞닿아 있다. 표면적으로는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듯한 지역 인사나 인플루언서가 진정성이라는 가면을 쓴 채 정권 친화적 서사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다.

포섭된 베네수엘라의 목소리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인기 틱톡커와 유튜버 네트워크를 조직적으로 육성해 왔다. 이들은 정부의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찬양하는 한편, 경제난의 유일한 원인이 외부 제재에 있는 것처럼 묘사한다.

2015년 9월 21일 에콰도르 외무장관과 회담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 [루이스 아스투디요 C./CDE/위키미디어]
2015년 9월 21일 에콰도르 외무장관과 회담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 [루이스 아스투디요 C./CDE/위키미디어]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가수와 리얼리티 쇼 출신 스타들은 정부 지원 주택 단지나 식량 배급 현장을 배경으로 활기찬 영상을 게시하면서 반정부 시위를 외세의 음모로 몰아가는 메시지를 확산시키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유명한 한 크리에이터는 최근 자신의 댄스 챌린지 영상 속에 “오직 혁명만이 인민을 보호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교묘히 섞어 내보냈다.

미주인권위원회(IACHR)와 현지 감시 단체들의 조사에서 이들 인플루언서에게 전달된 자금의 흐름과 각종 특혜의 흔적이 포착됐다. 그럼에도 이들의 콘텐츠는 관영 방송을 불신하는 젊은 세대에게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역학 관계는 러시아식 허위 정보 모델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특정한 서사가 조직적 공작이 아닌 자발적 흐름처럼 인식될 때, 비로소 대중 사이에서 강력한 파급력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유사한 양상이 니카라과에서도 나타난다. 친(親) 오르테가 성향의 유튜버들은 관광 산업과 사회적 안정을 집중 부각하는 방식으로 정권 비판 인사들에 대한 체포와 구금 문제를 축소해 전달한다.

지역 네트워크의 확장

쿠바는 관변 블로거 네트워크를 통해 이 모델을 한층 더 확장했다. 이들은 쿠바의 의료 국제주의 활동을 혁명의 성과를 입증하는 사례로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들 크리에이터는 해외 파견 의료단과 동행하며 쿠바 정권을 인간적으로 묘사하는 개인적인 서사를 해외에 확산시키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분석가들은 인플루언서들 사이의 공조가 긴밀해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의 인플루언서들은 선거철이나 새로운 국제 제재에 직면할 때마다 서로의 콘텐츠를 교차 홍보하며 연대하는 양상을 보인다.

싱크탱크 미주 다이알로그 (Inter-American Dialogue)의 라틴 아메리카 전문가 마이클 쉬프터는 “권위주의 정부들은 카리스마 있는 현지 인플루언서 한 명이 어떤 장관보다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들의 친밀한 접근 방식은 정권의 탄압과 경제적 실정을 내부의 정책 실패가 아닌, 마치 외부의 공격에 의한 피해인 것처럼 호도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하이브리드 영향력 도구가 어떻게 장기전을 지탱할 수 있는지를 입증함으로써 이러한 정보전 추세를 간접적으로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카라카스와 마나구아 정권은 모스크바의 전략 교본을 깊이 연구해 왔으며, 인플루언서 공작을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현지 플랫폼 환경에 맞춰 변형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 전략은 지역 및 글로벌 안보에 대한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엔터테인먼트와 정치선전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네트워크들은 민주적 토론을 약화시키고, 투자를 위축시키며, 정치적 교착 상태를 장기화한다.

이러한 전술을 채택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정보 공간은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의 또 다른 격전지로 부상할 위험에 처해 있다.

현지 유명 인사들을 조용히 끌어들이는 이 방식은 디지털 시대 권위주의 체제가 자생력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잘 알려지지 않은 교묘한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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