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호르무즈 위기, 전 세계 유류 상호의존성의 취약성 드러내다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이 전 세계 해운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Maersk)의 경고는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연료 수급난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3월 4일 한 사람이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웹사이트 화면에 나타난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상업용 선박 통행 경로를 가리키고 있다. [줄리앙 드 로사/AFP]
3월 4일 한 사람이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웹사이트 화면에 나타난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상업용 선박 통행 경로를 가리키고 있다. [줄리앙 드 로사/AFP]

글로벌 워치 |

아직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제한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덴마크 해운 대기업 머스크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지역 간 연료 수급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사태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상호의존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며,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한시적 예외로 승인한 정책 조정의 배경을 보여준다.

머스크의 경고

머스크의 빈센트 클러크 CEO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남미, 유럽은 충분한 연료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시아와 중동의 연료 재고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공급 의존도가 높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클러크는 ”미국과 남미, 유럽에는 연료가 충분하지만, 아시아의 연료 재고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유입되는 물량에 의존하고 있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1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인 해군 함정의 모습. [사하르 알 아타르/AFP]
3월 1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인 해군 함정의 모습. [사하르 알 아타르/AFP]

이어 그는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지역의 공급 거점이 고갈되거나 선박들은 연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이미 압박에 대응해 운항 조정에 나서고 있다. 수십 척의 선박이 항로를 변경하거나 대체 항구로 우회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컨테이너를 최종 목적지까지 트럭으로 수송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머스크는 선박들을 지중해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해 유럽으로 향하도록 항로를 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는 상당한 추가 비용을 초래했다.

클러크 CEO는 “이 비용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이 아니다”며,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객사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 여파로 해상 운임이 오르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과 소비자 물가에 파급될 전망이다.

이번 갈등의 영향력은 비단 아시아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럽 국가들 역시 급등하는 운송 비용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수입 물가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신흥 경제국들도 이미 급등하는 해상 운임 탓에 식료품과 연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 내수 공급망 전반에서도 물류비용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전략적 재조정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은 워싱턴에서 조용하지만 중요한 정책 조정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해상에 묶여 있던 러시아산 원유를 인도가 구매할 수 있도록 일시적 면제 조치를 승인했다.

크게 주목받지 않은 이번 조치는 페르시아만의 공급 부족분을 일부 상쇄하고 국제 유가의 급등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휘발유 가격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인도에는 원유 수급의 완충 역할을 해준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3월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와 같은 해상 요충지의 봉쇄가 “러시아를 제재하는 국가들조차 글로벌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대체 공급원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메건 오설리번 전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호르무즈 위기는 전 세계 에너지 수송 경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각국은 단일 공급원이나 해상 요충지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전략적 취약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배우고 있다"고 더욱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산 원유 의존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불편한 현실을 드러낸다.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동발 위기는 역설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아시아 시장의 예기치 못한 안정 요인으로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임시방편적인 구조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 LNG 터미널 확충, 재생에너지 전환, 그리고 비축량 확대를 통한 공급망 다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우회 운송 경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계 에너지 시스템은 여전히 위험할 정도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진정한 에너지 독립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전 세계적 경고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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