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이란의 핵 야망, 유럽에 커지는 위협

지금 유럽이 목격하고 있는 이 전쟁은 단순히 이란의 원심분리기를 둘러싼 공방전이 아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핵 공갈과 에너지 대란, 테러, 그리고 난민 폭풍으로 점철될 미래를 피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2025년 11월 4일 테헤란 구 미국 대사관 앞 집회에서 미사일과 농축 원심분리기 모형 옆에 선 시민들. [아타 케나레/AFP]
2025년 11월 4일 테헤란 구 미국 대사관 앞 집회에서 미사일과 농축 원심분리기 모형 옆에 선 시민들. [아타 케나레/AFP]

글로벌 워치 |

지난 2월 28일 개시된 미·이스라엘 연합군의 지속적인 공습은 이란의 핵 시설과 정권 지휘 체계를 체계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전 세계는 테헤란이 '핵 임계점'을 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사활을 건 경주를 지켜보고 있다.

이란이 핵 무장을 완성했다면, 현재의 군사 개입은 훨씬 더 위험한 도박이 됐을 것이다. 대리 세력과 탄도 미사일로 이미 중동 정세를 흔들어 온 이란 정권은 핵을 보유함으로써 자신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의 핵무장은 전장의 승패를 넘어 에너지 시장 위기, 테러 네트워크 확산, 대규모 난민 이동 등 광범위한 파장을 불러왔을 것이며, 그 대가는 전 세계, 특히 유럽연합에 파멸적인 안보 부담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유럽에 드리운 핵의 그림자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과 투발 수단을 확보해 핵 돌파 능력을 완성했다면, 정권은 핵우산이라는 방패 아래 안주했을 것이다. 이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으로 불리는 대리 세력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역내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이도록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3월 3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UAE 정부 언론 브리핑 현장에 이란의 공습 이후 수거된 미사일과 드론 잔해가 전시되어 있다. [라이언 림/AFP]
3월 3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UAE 정부 언론 브리핑 현장에 이란의 공습 이후 수거된 미사일과 드론 잔해가 전시되어 있다. [라이언 림/AFP]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이집트 역시 자체 핵 개발에 속도를 내며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위험한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2025년 한 해에만 2,000명이 넘는 기록적인 처형을 자행한 사실은 이란 정권의 깊은 절망감을 방증한다. 이러한 내부적 불안정은 테헤란의 외교 정책과 핵 야망을 극도로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으며, 유럽과 역내 국가들이 직면한 핵 확산 위협을 한층 더 증폭시키고 있다.

전쟁연구소(ISW)와 위협 분석 프로젝트(Critical Threats Project) 전문가들은 2025년 공습 이후 이란의 빠른 재건 시도를 문서화했다. 여기에는 IAEA 사찰단이 더 이상 검증할 수 없게 된 나탄즈와 포르도 시설 내 은밀한 농축 활동도 포함된다.

이란의 핵무장은 이들 시설을 공습 표적에서 보호 자산으로 탈바꿈시켰을 것이다. 이는 역내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럽의 핵심 에너지 수송로 역시 핵 공갈의 위협 아래 놓였을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콘스탄체 스텔젠뮐러 수석 연구원은 이러한 장기적 위험을 날카롭게 짚었다. “이란 정권은 오랫동안 유럽 안보를 저해하는 악의적인 역할을 자행해 왔다. 테러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중동의 전쟁과 내전을 부추겨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물결을 야기했으며, 샤헤드 드론으로 러시아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돕고 있다.”

이란이 핵방패를 갖췄다면 이 같은 위협은 배가됐을 것이며, 테헤란을 억지하거나 봉쇄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유럽을 덮친 난민 대란

유럽의 국경 안보에 미칠 2차적 파급효과 또한 그에 못지않게 심각했을 것이다.

외부 압력을 버텨낼 자신감을 핵무장으로 확보한 정권은 시리아와 이라크, 레바논, 예멘 등지에서의 대리전을 더욱 장기화했을 것이다. 이는 2015년 난민 위기를 무색하게 할 만큼 막대한 규모의 난민 사태를 야기했을 것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핵무장 시도가 좌절된 후 정권이 부분적으로 붕괴하거나 내부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수백만 명의 이란인과 주변국 출신 이주민들이 튀르키예를 거쳐 유럽연합의 남부·동부 국경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위협은 2025년 6월 '12일 전쟁(12-Day War)' 이후 자행된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인해 한층 더 가중되고 있다. 당국은 2만 1,000명 이상을 체포하고, 2025년에만 2,000명 넘게 처형하는 등1980년대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숙청을 단행했다. 이는 정권 내부의 심각한 균열을 드러내며 권력 유지를 위해 오직 공포 정치를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민감한 기밀 정보를 다루는 한 유럽연합 외교 관계자는 폴리티코(Politico)와의 브리핑에서 “이란이 EU 내에서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테헤란이 핵무기라는 방패를 얻게 될 경우, 유럽을 향한 이러한 도발 위협은 한층 더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토 연구소의 알렉스 노라스테 수석 부소장은 시리아 사태를 예로 들어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당시 대규모 난민 인구가 초래한 혼란스러운 파급 효과는 중동은 물론 유럽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최근 인용된 유엔(UN)의 분석 모델에 따르면, 이란의 9,000만 인구 중 25%만 탈출해도 전 세계 난민 수는 7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미 약 150만 명의 이란인이 거쳐 간 통로였던 튀르키예는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에 직면했을 것이며, 그 여파로 그리스와 불가리아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대규모 2차 이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진행 중인 공습 사태 속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미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교란은 물론, 걸프 지역 내 EU 시민들의 긴급 대피 시나리오까지 준비하며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핵무장을 한 이란은 이러한 취약성을 더욱 고착화하고 난민 문제를 상시적인 압박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이미 위태로운 EU의 난민·망명 및 국경 안보 관련 정치적 합의를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었을 것이다.

미·이스라엘 연합 작전은 핵무기화를 향해 속도를 높이던 나탄즈 시설과 미사일 기지, 지휘 체계를 무력화해 결정적인 시간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위협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지속적인 압박과 실효성 있는 비확산 외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란의 차기 핵 돌파 시도는 결국 성공할 것이다.

유럽 각국은 이제 이란의 핵무장 저지가 단순히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이해관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국가 안보와 사회적 결속을 지키기 위한 핵심 과제라는 불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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