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러시아의 전력·난방 공격 속에서 생존을 버티는 키이우의 노인들

이번 달 러시아의 공습으로 수만 가구의 전력이 반복적으로 끊겼으며, 도시 전체 아파트 단지의 절반에 해당하는 6,000개 건물에서 난방이 중단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월 26일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 이후 키이우에서 전기와 난방이 끊겼다. 89세 연금 수령자 예브헤니야 예레미나는 주방에서 가스레인지 불을 사용해 아파트 실내 난방을 대신하고 있다. [로만 필리페이/AFP]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월 26일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 이후 키이우에서 전기와 난방이 끊겼다. 89세 연금 수령자 예브헤니야 예레미나는 주방에서 가스레인지 불을 사용해 아파트 실내 난방을 대신하고 있다. [로만 필리페이/AFP]

AFP |

러시아의 공격으로 난방이 끊긴 집에서 몸을 떨던 91세 리디아 텔레슈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처럼 혹독한 겨울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1월 들어 우크라이나의 전력 및 난방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으며,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가운데 키이우 시민들은 어둠과 추위 속으로 내몰렸다.

“1942년에는 상황이 더 혹독했다”고 텔레슈크는 말했다.

“그 이후로 이런 겨울은 없었다. 너무 끔찍하다. 우리가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같은 날, 노인 지원 자선단체 ‘스타렌키(Starenki)’의 활동가이자 프로그램 디렉터인 알리나 디아첸코(왼쪽·42세)와 사회복지사들이 전기와 난방이 없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에게 식료품 가방을 전달하고 있다. [로만 필리페이/AFP]
같은 날, 노인 지원 자선단체 ‘스타렌키(Starenki)’의 활동가이자 프로그램 디렉터인 알리나 디아첸코(왼쪽·42세)와 사회복지사들이 전기와 난방이 없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에게 식료품 가방을 전달하고 있다. [로만 필리페이/AFP]

우크라이나 수도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은 — 침공 초기 러시아가 점령에 실패한 이 도시를 겨냥한 것으로 —주민들로 하여금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임시방편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는 텔레슈크와 같은 노인들에게 특히 큰 고통이 되고 있다.

전기와 난방, 온수가 모두 끊긴 자신의 아파트에서 91세의 텔레슈크는 하루를 버티는 방법을 AFP에 보여줬다.

희끗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그녀는 차가운 아침마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물을 데워 몸을 씻는 모습을 재현해 보였다.

그녀는 또한 데운 물을 플라스틱 병에 담아 작은 열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자들을 향해 “얘들아, 그러나 이걸로는 부족해. 겨우 잠깐 몸을 데울 수 있을 뿐이야”라고 말했다.

그녀의 아파트 내부 온도는 섭씨 8도에서 11도 사이를 오갔다.

‘몸이 굳어간다’

노인들에게 식료품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스타렌키 재단의 자원봉사자들이 텔레슈크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았다.

프로그램 디렉터 알리나 디아첸코가 배터리로 작동하는 작은 전구를 건네자, 텔레슈크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자원봉사자들은 잠시라도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음식뿐 아니라 관심이 정말 중요하다”고 디아첸코는 전했다.

89세 예브게니아 예로미나는 거의 들을 수 없었지만, 방문객들을 보고 역시 크게 기뻐했다.

그녀는 손님들을 부엌으로 안내하며 가스레인지의 불꽃 위에서 손을 녹이는 방법을 설명했다.

“손도, 손가락도 감각이 없어졌다”고 그녀는 주먹을 천천히 풀며 말했다.

그녀가 만진 난방 파이프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복구 인력들은 전기와 난방을 다시 연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영하의 날씨와 반복되는 공습으로 작업은 지연되고 있다.

이번 달 러시아의 공격으로 수만 가구의 전력이 반복적으로 끊겼으며, 도시 전체 아파트 단지의 절반에 해당하는 6,000개 건물에서 난방이 중단됐다.

인구 360만 명이 거주하는 키이우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난방과 전기를 찾아 시골 별장이나 친척 집으로 떠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월 27일 기준으로 여전히 900채 이상의 건물이 난방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다며, 지방 당국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더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조금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쾅! 또 폭격을 당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예로미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미 살 만큼은 살았다’

예로미나는 장난스럽게 긴 트렌치코트의 옷자락을 들어 올리며 추위를 견디기 위해 여러 겹 겹처 입은 옷차림을 보여줬다.

몇 블록 떨어진 곳, 6층 아파트에 사는 88세 에스피르 루드민스카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나는 아주 따뜻하게 옷을 입는다. 양배추처럼 스웨터를 두세 겹 껴입는다!”고 그녀는 흰 실크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채 말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있었고, 방 안은 침대 옆에 놓인 휴대용 독서등만이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이불 아래에는 뜨거운 물을 담은 플라스틱 병과 휴대전화용 보조배터리가 있었고, 그녀는 휴대전화로 십자말풀이를 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폭격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빵 한 조각에 차만 있어도 어떻게든 살 수 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그래도 견디려고 애쓴다”고 그녀는 하얀 털이 달린 온수주머니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가끔 집에 아무도 없을 때는 울기도 하는데, 그러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원래 우는 성격은 아니다. 나는 88세의 나이로 이미 내 인생은 다 살았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