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러시아의 사라져가는 미래: 크렘린은 전쟁 희생 속 출산 장려 캠페인 총력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줄어드는 인구 문제를 국가 생존의 위기로 규정하고 각종 친가족 정책과 출산을 독려하는 메세지를 쏟아내고 있다.
![6월 11일 한 가족이 모스크바의 신축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난 25년 집권 내내 가장 핵심적인 우려 사항 중 하나였다. [알렉산드르 네멘노프/AFP]](/gc7/images/2025/07/24/51233-russia_pop-370_237.webp)
AFP 및 글로벌 워치 제공 |
모스크바 -- 경찰관과 막 결혼한 사무직 관리자 안젤리나 알렉세예바는 아이를 더 많이 낳아달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호소에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크렘린의 이 같은 강경 애국주의 선전은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는 푸틴 대통령의 지난 25년 집권 내내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였다.
지난 3년 동안 수십만 명의 청년들을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보낸 모스크바는 인구 감소 위기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
크렘린 수장인 푸틴 대통령은 줄어드는 인구 문제를 국가 생존의 위기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각종 친가족 정책과 출산 독려 방안을 내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내각 회의에서 "이것은 소멸이다"라고 경고하며, 러시아 국민들에게 더 많은 자녀를 낳아 큰 가족을 이루고, 애국적 의무를 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메세지는 알렉세예바의 마음에 깊이 와닿았고, 그는 새로 결혼한 남편과 함께 가정을 꾸릴 계획이다.
AFP와의 인터뷰에서 34세인 그녀는 "이제 우리는 조국과 민족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고, 예전보다 애국심도 훨씬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최소한 세 명의 자녀를 갖고 싶다."
2023년 러시아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41명으로, 인구학자들이 인구 안정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기준치인 2.1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부 인구학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에서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으로 불리는 독립적인 인구학자 알렉세이 락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부터 2030년까지 출산 가능 연령대 인구가 약 40%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출산율이 러시아 225년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의 통계청인 로스스타트(Rosstat)는 러시아의 공식 인구를 1억 4,56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수치에는 2014년 모스크바가 불법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주민 250만 명도 포함 돼있다.
작년에 발표된 통계청 로스스타트의 비관적인 자체 전망에 따르면 이 수치는 향후 20년 안에 1,500만 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
'국가적 저주'
출산율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의 국가인 러시아의 인구 감소는 특별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오랫동안 알코올 중독 문제에 시달려온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은 특히 낮게 나타난다. 2023년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보다 12년 짧은 68.04세로 집계됐다.
하지만 락샤는 크렘린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그 수치가 더 낮아졌으며, 현재는 "겨우 66세를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추정했다.
러시아는 현재 밝히고 있지 않지만 수많은 자국 남성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했으며, 많은 전문가들은 사망자 수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BBC와 러시아 독립 매체 메디아조나(Mediazona)는 2022년 2월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최소 11만 1,387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선 광범위하게 퍼진 알코올 중독이 러시아의 인구 상황을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58세의 청소부 옐리나 마트베예바는 이러한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있다.
6개월 전, 35년을 함께한 그녀의 남편 유리는 차 안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곧 60세를 앞두고 있었다.
그녀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제서야 깨달았다. 알콜 중독자와 살았던 모든 시간은 결국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온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남편을 잃은 그녀는 알코올 중독을 "러시아의 역사적인 국가적 저주"라며 성토했다.
66세의 은퇴한 재봉사 갈리나는 성(姓) 공개를 거부했지만, 자신 역시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내 주변 60대 친구들 대부분이 이미 과부가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푸틴의 정책을 지지한다.
"우리가 소멸되지 않으려면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한다. 내 막내딸은 이미 7명의 자녀를 출산했다"고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관대한 혜택
러시아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수년 간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해 왔다.
최근 도입된 정책 중 하나인 '출산한 여학생에게 1,200달러를 지급하는 혜택'은 페미니스트 단체들로 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락샤는 2007년 이후 약 250만 명의 추가 출산이 관대한 출산 수당과 다자녀 가정을 위한 주거 보조금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있다.
정부 당국은 낙태법 강화 법안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출산율을 증가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은 "비출산 지향 선전"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러시아 지도자는 "변하지않는 가족의 가치"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여러 자녀로 구성된 이상적인 러시아 가정을 꾸준히 홍보해왔다.
이러한 캠페인은 우크라이나 침공 기간 내내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생각이 알렉세예바와 같은 일부 러시아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출산율 감소 추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