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우크라이나, 푸틴의 '위대한 러시아' 비전을 위협하다

푸틴의 소련 붕괴에 대한 시각은 국가적 유산과 정체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안에 근거하고 있다.

2025년 12월 2일, 모스크바 시내 모스크바강변에 위치한 크렘린궁 전경. [알렉스 네메노프/AFP]
2025년 12월 2일, 모스크바 시내 모스크바강변에 위치한 크렘린궁 전경. [알렉스 네메노프/AFP]

글로벌 워치 |

서방의 논평가들은 종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련의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반복적으로 규정해온 발언을 단순한 이념적 향수이거나 전략적 술책이라고 간주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그러나 좀 더 깊게 분석해보면, 푸틴의 이 같은 서사는 단순히 지정학적 요인을 넘어, 국가적 유산과 역량, 그리고 러시아의 역사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푸틴의 이 같은 담론은 연설과 기고문을 통해 소련 해체를 전략적⋅존립적 손실로 지속적으로 묘사해 오고 있다.

푸틴은 소련 붕괴의 책임을 구성 공화국들의 탈퇴를 허용한 헌법 조항에 돌리며, 블라디미르 레닌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같은 지도자들이 국가 건설에 있어 근본적인 실책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푸틴의 관점에서 소련 붕괴는 단순한 경제적 또는 정치적 실패가 아니라, 러시아의 역사적 궤도가 파열된 사건이자 자신들이 유라시아 역사를 이끌어 온 핵심 세력이라는 자아상에 상처를 남긴 것이었다.

이 같은 담론의 중심에는 우크라이나가 있다. 푸틴은 이 국가를 독립국이라기보다 경제·문화·기술 분야의 소련 역량을 상징적으로 축적한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러시아의 역사적 우위에 대한 정면 도전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를 잃는 것은 러시아의 위대함이라는 담론을 약화시키며, 모스크바의 영향력이 확고부동한 것도 불가피한 것도 아니라는 역사관을 형성하게 만든다.

이러한 배경은 푸틴의 발언이 어떻게 역사적 맥락을 자주 왜곡하게 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는 연설에서 현대 우크라이나는 "온전히 러시아에 의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볼셰비키 공산주의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성명은 수백 년에 걸친 우크라이나의 문화·정치적 발전을 일축하며, 이 나라를 소련 국가 형성 과정에서 하나의 헌법적 잔재로 격하시킨다. 이 같은 발언은 해당 지역의 과거를 형성하는 데 있어 러시아의 핵심적 역할을 부각시키려는 수사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심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같은 행보는 러시아의 국가적 유산이 우크라이나 없이는 불완전하다는 인신에서 비롯된 질투와 깊은 좌절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독립과 탈소련 이후에 이룬 성과들, 특히 기술 분야와 산업 개편은 모스크바의 통제를 벗어난 우크라이나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로 제시된다.

푸틴에게 이는 소련 국력에 이바지했던 우크라이나의 상징성과 물질적 자산 환원에 기반한 러시아 재건이라는 그의 비전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인식된다.

담론의 해석

푸틴이 이 같은 역사적 상실감에 집착하는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국내적으로는 러시아가 처한 위기를 내부적 실패가 아닌 외부의 배신에 의한 결과로 규정해 자신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위상이 추락한 데 대한 책임을 적대 세력으로 규정한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돌리며, 자신들의 강경한 외교 노선을 정당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담론은 러시아의 탈소련 이후 겪고 있는 정체성 위기를 외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역사적 상실을 분쟁의 명분으로 전환하고 있다.

푸틴의 이 같은 수사는 개인적인 차원이 크다. 그의 담론은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정치적 현실이라기보다 위대한 러시아라는 역사적 흐름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역사 속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심리적 압박감을 반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독립을 이례적인 역사적 사건으로 규정함으로써, 푸틴은 러시아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유라시아 권력의 핵심이라는 비전을 복원하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대중이 크렘린의 서사를 해석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푸틴의 발언은 유산과 정체성에 대해 깊이 자리 잡은 불안감을 드러낸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러시아를 통합된 지배 세력으로 인식해 온 역사적 자아상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이는 양국 간의 분쟁을 단순한 지정학적 투쟁이 아니라 역사 자체의 의미를 둘러싼 싸움으로 확장시킨다.

유럽과 서방은 푸틴의 발언을 둘러싼 심리적·역사적 관점을 인식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 요인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단순히 정치적 현실을 넘어, 모스크바의 역사 왜곡 시도에 맞서는 회복력과 주체성의 상징이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성공을 지지하는 것은 단순히 전략적 필요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러시아의 위대함이 주변국을 억압하는 데 달려 있다는 서사를 부정하는 결단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