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사헬의 거대한 도박: 주권인가, 종속인가

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의 군사 정권은 의존의 한 형태를 또 다른 형태로 대체하고 있다.

025년 1월 28일, 말리·니제르·부르키나파소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탈퇴를 환영하는 집회에서 한 여성이 사헬국가연합(AES)을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부레이마 하마/AFP]
025년 1월 28일, 말리·니제르·부르키나파소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탈퇴를 환영하는 집회에서 한 여성이 사헬국가연합(AES)을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부레이마 하마/AFP]

글로벌 워치 |

다층적 위기의 진원지인 사헬은 새로운 강대국 경쟁의 전장이 되고 있다.

사헬국가연합(AES)으로 결속한 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의 군사 정권은 기존 서방 파트너들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전략적 전환을 단행했다. 이들은 프랑스군과 미군을 축출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해 온 러시아와 중국에게 사실상 레드카펫을 깔아주었다.

이러한 전략적 재편을 주도한 세력은 이를 신식민주의적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로 규정한다. 그러나 비판적 시각에서는 이 같은 선택이 의존의 한 형태를 또 다른 형태로 대체하는 위험한 도박일 수 있으며, 그 대가는 결국 사헬 시민들이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노선

와가두구·바마코·니아메이의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을 순진한 대리인으로 보는 시각을 강하게 부인한다. 이들은 이번 노선 전환을 프랑스의 영향력과 실패한 서방 중심 안보 전략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주장한다.

2024년 7월 6일, 니아메이에서 열린 사헬국가연합(AES) 첫 정상회담 당일, 니제르 대통령 경호 차량이 니아메이 컨퍼런스센터 앞을 지나고 있다. [부레이마 하마/AFP]
2024년 7월 6일, 니아메이에서 열린 사헬국가연합(AES) 첫 정상회담 당일, 니제르 대통령 경호 차량이 니아메이 컨퍼런스센터 앞을 지나고 있다. [부레이마 하마/AFP]

이들의 주장의 핵심에는 ‘주권’이 있다.

2023년 부르키나파소 대통령 이브라힘 트라오레는 “우리는 누구에게도 우리의 운명에 개입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르키나파소 국민은 싸우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발전을 위해 테러리즘과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은 AES 전역에서 공유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새로운 동맹을 지배자의 교체가 아닌, “우리를 존중하는” 파트너와의 주권적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프랑스군과 유엔군의 장기 주둔과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 기존 모델의 붕괴를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서방 주도의 수년간의 대테러 작전에도 지하디스트 세력은 오히려 확장됐고, 이는 군사 쿠데타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부추겼다.

AES 지도자들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외세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쿠데타 이후 부과된 강도 높은 제재를 “불법적이고 부당하며 비인도적이고 무책임한 조치”라고 규정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역내 연대가 결여돼 있음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들은 지역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약 5,000명 규모의 공동 대테러 부대를 창설했다.

협력의 대가

AES가 연합 전선을 형성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서로 다른 전략을 들고 사헬에 접근하고 있다. 이들은 단일한 블록이 아니라, 상이한 방식과 목표를 지닌 경쟁자들이다.

러시아의 접근 방식은 맹렬한 핏불에 비유된다. 즉각적이고 개입적이며, 단기적인 안보 성과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군사 정권에게 모스크바는 무기 판매와, 악명 높은 바그너 그룹의 후신인 ‘아프리카 군단(Africa Corps)’ 배치를 통해 정권 생존이라는 유혹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안보 제공의 대가로 자원을 넘기는’ 익숙한 모델을 따른다. 금과 같은 고수익 광물 채굴권이 군사 지원의 대가로 제공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반프랑스 정서는 조직적인 허위정보 캠페인을 통해 활용되며, 러시아는 아프리카 주권의 진정한 동맹으로 포장된다.

반면 중국은 ‘코끼리 전략’, 즉 신중하고 점진적이며 장기적인 경제적 정착을 통한 중량감 있는 영향력 확대를 추구한다.

베이징의 개입은 즉각적인 군사 충돌보다는 방대한 일대일로(BRI) 구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니제르의 아가뎀 유전 개발과 말리의 대규모 굴라미나 리튬 광산 채굴권 확보 등 굵직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리튬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있어 핵심적인 자원이다..

주로 경제가 중심이지만, 중국의 안보적 영향력은 이러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저가의 군사 장비를 지원하고 감시 중심의 통치 모델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무조건적’ 접근 방식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서방과 달리, 군사 정권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한다.

현실과 그 대가

AES의 공격적인 서사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둘러싼 비판적 분석 사이에는 현장의 냉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주권의 문제를 놓고 보면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AES는 대중의 정당한 불만을 발판 삼아 역사적인 서방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다.

러나 이는 곧바로 더욱 거래적인 새로운 의존 관계로의 진입을 의미했다. 주권 담론은 러시아 용병에 의존한 군사적 생존, 그리고 중국의 대출과 자원 개발에 연계된 경제 성장이라는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권이 집권 군사 정권이 후원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 재정의된 것처럼 보인다.

안보 개선을 주장하는 정부의 발표는 독립적인 자료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신뢰받는 분쟁 추적 기관들에 따르면, 노선 전환 이후 민간인을 겨냥한 폭력은 급증했다. 많은 사례에서 이러한 폭력은 러시아와 연계된 세력, 지하디스트, 그리고 국가 안보군에 의해 발생했다.

수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됐지만, 대다수 농촌 지역은 무장 세력의 통제 아래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파트너 교체의 주요 효과는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정권의 안정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범아프리카 해방이라는 약속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으며, 그 자리를 노골적인 권위주의 체제의 고착화가 대신하고 있다. 군사 정권은 선거를 연기하고 반대 세력을 탄압하며 언론을 침묵시켰다. 민주적 규범에 무관심한 러시아와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민정 복귀를 요구하던 외부의 핵심 압박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불확실한 미래

사헬 주민들은 폭력을 억제하지 못한 지난 10년간의 서방 주도 정책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는 정치적 공백을 낳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진정한 대중적 열망을 촉발했다.

그러나 군사 정권은 이러한 불만을 실질적인 안보와 주권 구축이 아닌, 권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냉혹한 현실은 사헬 시민들이 여전히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문제가 많고 멀리 떨어진 한 파트너 세트를 또 다른 세트로 교체했을 뿐이다. 그 사이 새로운 국가 지도자들은 더욱 억압적으로 변했고, 일상 속 폭력과 고통은 심화됐다. 사헬의 거대한 도박은 아직 진행 중이며, 그 이익이 시민들에게 돌아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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