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크렘린, 교실을 이념 허브로 전환.....러시아 교사들 부담 가중
국가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 교육자들은 더욱 정치화된 교육과정을 수행하면서 두려움과 혼란, 그리고 저항 사이에서 길을 모색하고 있다.
![49세 중등학교 수학 교사 타티아나 체르벤코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가의 공식 입장을 학생들에게 주입해야 한다는 지시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2023년 2월 6일. [알렉산데르 네메노프/AFP]](/gc7/images/2025/12/12/53059-afp__20230216__338m6qn__v1__highres__russiaukraineconflict1yearsociety-370_237.webp)
에카테리나 자나시아 작성 |
러시아 전역의 교사들은 ‘완전한 충성’을 전제로 한 애국 수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교실에 서는 순간조차 길을 잃은 듯한 감정을 느낀다. 공식 지침에서 벗어날 경우 직장을 잃거나 군 관련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도 있다.
모스크바의 심리학자 잉가는 이러한 분위기가 교육자들을 불안하고 갈등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인간이다. 그들 역시 극심한 혼란과 두려움 속에 있다.” 그녀는 익명을 조건으로 말했다. 많은 교사들이 정부 정책과 전쟁에 반대했지만, 새 교육과정을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노골적인 선전을 피하기 위해 일부는 즉흥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아무 주제나 골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잉가는 말하며, 이를 잠재적인 ‘조용한 저항’이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사하공화국 야쿠츠크의 31번 학교에서 교사와 12세 학생들이 수업 중인 모습. 2021년 11월 17일. [앙투안 부로/Hans Lucas/AFP]](/gc7/images/2025/12/12/53060-afp__20221220__hl_aboureau_1923584__v1__highres__russiamiddleschoolinyakutiainwinter-370_237.webp)
학부모들 역시 이러한 긴장을 감지한다.
모스크바 인근 지역에서 10세 아들 발레라를 키우고 있는 37세의 민간 부문 종사자 타티야나는 교사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무력한 존재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그들은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집에서는 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솔직히 밝히며 그 책임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아들에게 교사나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실 속 이념
크렘린의 이념적 통제 강화는 의무 교육과 세심하게 설계된 활동을 통해 학교 생활 전반을 재편했다.
2022년 9월부터 모든 학교는 매주 국기 게양식과 국가 제창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이어 전국적으로 도입된 주간 수업 ‘중요한 것들에 관한 대화(Razgovory o vazhnom)’가 진행된다.
기존의 ‘생명안전기초’ 과목은 ‘조국의 안보 및 방위 기초’로 대체되거나 확대되었으며, 여기에 기본 군사훈련, 무기 사용법, 드론 조작 등이 포함됐다. 2023년 9월부터는 체육 시간에도 의무적인 군사 훈련이 포함됐다.
학교들은 군인을 위한 편지 쓰기 캠페인을 열고, 참호용 양초와 위장망을 제작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군인을 초청해 수업을 진행한다.
청소년 군사단체 ‘유나르미야(Yunarmia)’도 적극 장려되고 있으며, 크렘린은 이 단체의 예산을 두 배로 늘렸다.
동시에 러시아는 지역 간 교육과정 차이를 없애고 역사·문학 등 주요 과목에 대한 중앙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연방 일반교육 기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새 국가 역사 교과서는 포스트소비에트 사건을 현 정치 노선에 맞게 재해석하고, 크림 합병을 ‘재통합’으로 정당화하며,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서방의 적대에 대한 대응으로 묘사한다. 전쟁은 ‘비무장화·비나치화’ 작전이자 러시아의 존재론적 방어로 제시된다.
아이들과 부모의 반응
학생들에게 새 교육 시스템의 중심은 주간 수업 ‘중요한 것들에 관한 대화’이다.
타티아나는 발레라와 그 반 친구들이 이 수업을 큰 부담이 없는 의식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그 애는 이 수업에 숙제가 없다는 걸 좋아해요. 그냥 와서, 반쯤 듣고, 잊어버리죠.”
그러나 잉가는 다른 생각이다.
“아무것도 흔적 없이 지나가진 않는다. 모든 정보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쌓이고, 언젠가 우리는 그 결과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은 1학년부터 11학년까지 매주 월요일 열리는 수업을 묵인하거나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조부모들은 그 내용을 불쾌하게 받아들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73세 알렉산데르는 9세 손자의 월요일 수업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나는 월요일이 정말 싫다.” 그는 역시 익명을 전제로 말했다. “이 수업에서 아이의 선생님이 또 어떤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
이 수업은 대체로 정부 시각에서의 국가 정체성, 애국 가치, 세계 사건들을 다룬다. 단합, 희생, 군사적 영광을 강조하며, 공식 명칭인 ‘특별 군사 작전’을 정당화한다. 교육부 자료는 애국주의적 내용을 중심으로 하며, 대부분이 러시아만 강조된다. 최근 유치원에서도 시범 교육과정이 도입됐다.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사들은 은밀하게 저항하고 있다.
타티아나는 모스크바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이 학부모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 교사는 학부모 회의에서 이 수업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실제로 하지 않는다”고 타티아나는 말했다. “즉, 전쟁 이야기도, 러시아가 선하고 다른 나라가 악하다는 식의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