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중앙아시아로 파고드는 중국, 러시아는 영향력 상실

중앙아시아는 중국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정치적·외교적 지렛대로 삼아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카자흐스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7월 3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의장대를 함께 사열했다. [Yue Yuewei/Globalwatchimages]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카자흐스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7월 3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의장대를 함께 사열했다. [Yue Yuewei/Globalwatchimages]

로버트 스탠리 기자 |

이번 주 시진핑 주석의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방문은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이 모이는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것으로, 이 지역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때 러시아의 ‘뒷마당’으로 여겨졌던 중앙아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 CCTV가 공개한 영상에는 6월 16일 햇살이 내리쬐는 활주로 위로 시 주석의 전용기가 착륙하는 장면과, 흰색과 파란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 사이에서 외교관들의 환영을 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실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6월 17일 열리는 제2차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앞서 카자흐스탄과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의 아스타나 방문은 그의 여섯 번째 방문으로, 중국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맺고 있는 전략적 관계가 한층 더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이 이 지역에서 입지를 넓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이 묶여 있고 국내 경제 침체로 휘청이고 있는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진핑 주석과 세르비아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 간 회담에 이어 열렸지만, 중국이 러시아의 전통적인 영향력을 눈에 띄게 대체하고 있는 지역은 바로 중앙아시아다.

“중국은 자원이 부족한 반면, 필요한 자원을 가진 인접 지역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뉴욕대학교 국제문제센터(NYU Center for Global Affairs)의 캐럴린 키세인 교수는 Global Watch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키세인 교수는 또한 “중국은 오랫동안 중앙아시아를 자국의 ‘영향권’으로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동기

베이징의 영향력은 단순한 자원 외교를 넘어선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한 타지키스탄에 비밀 군사 기지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중국과 중국 내 무슬림 위구르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타지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1,350km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한편, 미국은 2023년 10월 기준으로 448억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기록했으며, 카자흐스탄의 두 번째로 큰 투자국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여전히 중요한 투자자이나, 상대적으로 규모는 더 작다.

로이드 은행(Lloyds Bank)은 5월 보고서에서 “카자흐스탄에 투자하는 주요 국가는 네덜란드(23.3%), 미국(19.6%), 러시아(7.7%), 영국(6.1%), 중국(5.5%), 프랑스(5.4%)”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베이징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2023년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무역 규모는 27% 증가한 890억 달러에 달했다.

에너지가 중국의 핵심 목표다. 베이징은 카자흐스탄 에너지 기업 지분 인수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 지역 전역에 걸쳐 파이프라인과 철도 인프라를 건설했다. 현재 세 개의 신규 석유·가스 파이프라인이 가동 중이며, 네 번째 파이프라인도 건설 중이다.

‘전략적 파트너십’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중국으로 천연가스 수출을 늘리려던 계획은 4월에 난항을 겪었다. 중국의 모스크바 주재 대사 장한후이는 기존 파이프라인이 “포화 상태”라며 새 파이프라인 건설 비용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대신 러시아와 중국은 시베리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신규 파이프라인인 ‘시베리아의 힘 2호’(Power of Siberia 2) 프로젝트를 통한 가스 공급에 합의해야 한다고 장 대사는 제안했다.

이번 거절은 러시아가 절실히 필요한 에너지 수입원 에서 더욱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런던대학교 로레나 롬바르도치 선임 강사는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보고서에서, 우즈베키스탄 인터뷰 대상자들이 “중국과의 거래를 러시아보다 더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지난해 이 같은 의견을 거들며 중국을 “우호적인 이웃 국가이자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그리고 우리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라고 칭하면서 양국 간의 “영원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언급했다.

중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중국과 러시아 간의 경쟁은 19세기 러시아와 영국 간의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을 떠올리게 하지만, 오늘날 카자흐스탄과 그 이웃 국가들은 경제적 이익과 지정학적 영향력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길을 모색하고 있다.

“100%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꼼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키세인 교수는 “경제적 이익을 원하지만, [중국의] 영토 침범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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