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EU, 무기로 활용되는 러시아 '그림자 선단'에 의해 고조되고 있는 위험 경고
유럽연합의 지도자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실행될 수 있는 파괴 공작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4월, 독일 뤼겐섬 연안에서 포착된 유조선 '에벤틴(Eventin)'호의 모습. 에벤틴호는 유럽연합의 제재 대상인 이른바 '러시아 그림자 선단'에 속한 150척의 선박 중 하나다. 에벤틴호는 러시아 우스트-루가에서 이집트 포트사이드로 향하는 중 독일 세관에 의해 나포 및 압수되었다. [슈테판 자우어/dpa 픽처 얼라이언스 AFP]](/gc7/images/2025/05/22/50520-tanker-370_237.webp)
로버트 스탠리 작성 |
유럽연합(이하 'EU')의 지도자들이 러시아가 국제 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조선 네트워크 '그림자 선단'을 통한 감시, 신호 정보 수집 또는 기타 비밀 활동 수행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관련 의혹은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5월 21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선박이 폴란드와 스웨덴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근처에서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고 언급하면서 더욱 짙어졌다.
불과 하루 전, EU는 러시아가 서방의 석유 수출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342척의 유조선을 확인하여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선박들은 이제 EU 항구로의 입항이 금지된 상태다.
EU는 불투명한 소유 구조, 편의치적, 위치 추적 시스템을 무력화한 채 이뤄지는 불법 항해 등이 특징인 그림자 선단에 대한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기존 대비 76% 감소시켰고, 이를 통해 러시아가 3년 동안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위험한'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제재만으로는 그림자 선단의 운영을 막을 수 없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을 상대로 보다 광범위한 하이브리드 전쟁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는 파괴 공작에 대한 EU 지도자들의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투스크 총리의 언급 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국방장관은 "러시아 선박의 의심스러운 움직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발트해 지역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줍니다."라고 말했다.
코시니악-카미슈 장관은 폴란드 군용기는 러시아 선박에 감시 중임을 경고했고, 이후 해당 선박이 러시아 항구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코시니악-카미슈 장관은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NATO')에 가입한 후 발트해는 가장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는 주요 해양 지역이 되었고, 사건들 중 가장 흔한 사례는 케이블 절단... 그리고 파괴 공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폴란드 해군 고위 장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러시아 선박이 안티구아 선적의 그림자 선단 유조선 '선(Sun)'호라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독립적인 개별 사건이 아니다.
핀란드 해군은 작년 12월에 닻을 끌어당겨서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사이의 전력 케이블 1개와 데이터 케이블 4개를 절단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을 나포했다. 핀란드 당국은 해당 사건을 그림자 선단의 공작으로 보고 있다.
바로 한 달 전에는 한 중국 선박이 독일과 핀란드 그리고 리투아니아와 스웨덴을 연결하는 데이터 케이블을 절단한 사건이 있었다.
2023년 10월에는 홍콩 선적의 컨테이너선 '뉴뉴폴라베어(Newnew Polar Bear)'호가 러시아에서 출항한 후 닻을 끌어당겨 발트해 가스 파이프라인과 에스토니아와 핀란드를 연결하는 통신 케이블 2개를 손상시켰다.
러시아 전투기 비행
언급된 사건들은 8개의 NATO 국가와 접해 있고, 러시아가 북쪽 부동항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제공하는 발트해 지역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주, 마르구스 차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에스토니아 해군이 발트해에서 그림자 선단의 선박 '재규어(Jaguar)'호를 가로막자 러시아 전투기가 NATO 공역을 침범했다고 말했다. 해당 선박은 깃발 없이 항해 중이었고, 보험 가입이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선박이 정지해 있는 동안 러시아 전투기가 상공에 나타났다. 이후 재규어호는 신속하게 러시아 항구로 향했다.
차크나 장관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NATO 회의에서 "러시아 전투기는 NATO 영공을 1분간 침범했습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라고 말했고, 이어서 NATO 전투기들이 러시아 전투기를 막기 위해 즉시 출격했다고 덧붙였다.
차크나 장관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행동뿐만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러시아는 에스토니아 실리매에에서 출항하는 라이베리아 선적의 ‘그린 어드마이어(Green Admire)'호를 나포했다. 러시아는 해당 선박이 항해하던 중 러시아 영해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틀 후 그린 어드마이어호를 석방했다.
잠수함을 통한 첩보 활동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우려는 발트해 지역을 넘어 다른 국가들로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The Times)는 4월에 러시아가 대서양에 첩보 잠수함과 특수 조사선을 배치해 해저 센서를 설치함으로써 정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의 핵잠수함 전력을 감시하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보도했다.
그림자 선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이 가한 제재에 따른 배럴당 60달러 상한선을 넘는 가격에 석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해당 선박들은 화물과 목적지를 숨김으로써 제재를 우회하려는 구매자들에게 러시아산 원유를 판매한다.
그림자 선단은 주로 구형 유조선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당 선박들은 대부분 중고로 구매된 후 가봉, 쿡 제도 또는 제재나 표준 안전 규정이 엄격하게 강제되지 않는 기타 국가에서 등록되는 편의치적선(선주의 국가가 아니라 제 3국에 등록된 선박)이다. 다수의 선박은 아랍에미리트나 세이셸에 기반을 둔 회사가 소유하고 있고, 일부는 러시아 국영 선사인 소보콤플로트(Sovcomflot) 소유이다.
그림자 선단의 선박들 중 다수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선박의 충돌 방지 및 위치 추적에 필요한 신호 장치인 자동식별시스템(AIS)을 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림자 선단은 활동을 은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