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범죄인 인도 사건, 베네수엘라의 고착된 인도주의와 망명 위기 재조명
역사적 범죄인 인도 사건이 책임 추궁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수백만 명의 국내외 베네수엘라인은 여전히 불안정한 정치적 과도기와 재원 부족에 빠진 인도주의 위기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브라질 파카라이마에서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사이의 국경을 넘은 뒤 이동하고 있다. [알란 치베스/AFPTV/AFP]](/gc7/images/2026/07/03/56528-afp__20240918__36g93fl__v1__highres__brazilvenezuelamigration-370_237.webp)
존 페르난도 무뇨스 |
스페인 정부는 지난 6월 2일, 자국 영토에 거주 중인 전 베네수엘라 국가방위군 장교에 대해 아르헨티나가 요청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이 장교는 2014년 베네수엘라 정부의 시위대 탄압 과정에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인물은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돼 온 군사화된 경찰 조직인 볼리바르 국가방위군의 전직 장교, 에프라인 엔리케 베르두 토레예스로 알려졌다.
범죄인 인도가 이뤄질 경우,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아르헨티나 법정에 처음으로 직접 서게 되는 인물이 된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미셸 레예스 밀 국제사법 선임고문은 6월 2일 성명에서 "베네수엘라 피해자들은 자국에서 끝내 정의를 보지 못했다"며 "아르헨티나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정의가 국경을 초월해 실현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2026년 6월 3일 카라카스의 엘 엘리코이데 교도소 밖에서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국가경찰이 외곽을 경비하는 가운데, 한 여성이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후안 바레토/AFP]](/gc7/images/2026/07/03/56527-venezuelacarcel-370_237.webp)
하루 앞서 국제 앰네스티도 자체 플랫폼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국제 앰네스티 미주국장 아나 피케르는 6월 1일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반인도적 범죄는 국제사회 전체에 반드시 도덕적 경종을 울려야 하며, 그 경각심은 과거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와 국제법상 범죄의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전반을 뒤덮은 참상의 규모에 비춰보면, 이번 범죄인 인도 사건은 작은 법적 절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보다 더 큰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014년 시위 이후 거의 12년이 지났고, 미국 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권력에서 축출해 마약 밀매 혐의로 재판을 받도록 뉴욕으로 이송한 지도 5개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 실현은 여전히 더디고 파편화돼 있다. 베네수엘라 사법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정의 실현은 결국 카라카스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이 사법적 조치에 나설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세 가지 위기
베네수엘라 내 700만 명에 달하는 주민이 인도주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들 상당수는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와 충분한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이후 5억7200만 유로(약 6억6000만 달러) 이상의 인도주의 지원금을 배정해 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을 "취약성과 불확실성이 두드러지는 전환 국면"으로 평가했다. 물가 상승으로 구매력은 약화되고, 식량 불안은 여전히 심각하며, 사회 전반에서 정신건강과 심리·사회적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5년 베네수엘라 인도주의 대응 계획에 필요한 재원은 6억 달러를 넘었지만, 실제 확보된 자금은 그중 17%에 불과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재원 확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원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시점에 구호기관들이 필수 지원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2026년에도 재원 부족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유엔 난민기구는 베네수엘라 국내와 역내 전역에 흩어진 베네수엘라인을 지원하는 데 3억282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3월 말 기준 실제 확보된 재원은 필요액의 12%에 그쳤다.
대규모 탈출 행렬과 귀환 문제
2014년 이후 거의 800만 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인이 고국을 떠났으며, 이 가운데 약 690만 명은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으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강제 이주 위기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러한 인구 이동은 보고타에서 리마, 산티아고에 이르기까지 노동시장과 학교 시스템, 지역사회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마두로 정권 붕괴 이후의 정치적 격변은 대규모 국외 이탈 자체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다만 이 문제를 둘러싼 시각을 바꿔 놓았다.
유엔 난민기구가 2026년 1~3월 6개국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인 1,2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베네수엘라 밖에 거주하는 응답자의 3분의 1은 국내 상황이 개선될 경우 귀환을 진지하게 검토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의 약 60%는 귀환 이후의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요 걸림돌로 꼽았다. 여기에 귀환이 현재 체류국에서 자신들의 법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장애 요인으로 제기됐다.
귀환 의향과 실질적 귀환 가능성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대규모 귀환 행렬을 감당할 만큼의 일자리가 베네수엘라에는 아직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필수 공공서비스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마두로 축출 이후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이어진 정치적 과도기 속에서 일부 개방을 시사하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아직 안정적인 선출 정부 수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망명자들은 실제로 짐을 싸 귀환길에 오르기 전, 그런 정부가 들어서는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다.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1월 31일 사면 법안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정치 폭력 전반을 포괄하는 일반 사면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기준 정치범 621명이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인권단체 포로 페날은 여전히 500명 이상이 구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제재 기조 변화, 그러나 더딘 속도
워싱턴은 10년 넘게 베네수엘라에 가해 온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를 이어 왔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2일 로드리게스 본인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국제 언론은 이를 두고 미국이 로드리게스를 정당한 권위자로 인정한 가장 최근의 사례로 평가했다.
올해 3월부터 5월 사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잇따라 일반허가를 발급하며 베네수엘라 광물·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재개의 길을 열었고, 가장 최근에는 채무 재조정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도 허용했다.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공개적으로 강하게 반발하며 "제재 없는 베네수엘라"를 촉구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뤄진 제한적 제재 완화만으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은 베네수엘라 경제를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독립적인 경제학자들은 최근 제재 완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과 은행 시스템, 공공기관의 기반 자체에 누적된 구조적 손상이 미국 재무부의 일부 허가 조치만으로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압박에 놓인 역내 국가들
수백만 명의 베네수엘라 이주민을 수용해 온 주변국들 입장에서는, 카라카스의 정치적 상황 변화도 각국 정부가 감당해야 하는 일상적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다. 칠레와 콜롬비아, 페루에서는 이주 문제가 선거판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 이주민을 수용한 국가들로 꼽히는 콜롬비아와 브라질은 비교적 진보적인 이주민 정책으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이들 두 나라 모두에서 다수의 베네수엘라 이주민이 일정한 형태의 법적 체류 자격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임시적 지위에 그쳐 실질적인 장기 보호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법원에서 진행 중인 범죄인 인도 사건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2014년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 2021년 이후 구금된 3만 명 넘는 이들, 그리고 고국을 떠난 800만 명에게 전 베네수엘라 국가방위군 장교가 조만간 부에노스아이레스 법정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마침내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그 책임 앞에 서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