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중국의 ‘백년 마라톤’과 패권 야욕: 깊어지는 상호의존의 덫과 위험
베이징은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오랜 숙원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그동안 구축해 온 글로벌 상호의존 구조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성공이 파트너와 경쟁국 모두에게 안보 위협이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2021년 7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도중 천안문 광장에서 국기 게양식이 거행되고 있다. [선훙/신화통신/AFP]](/gc7/images/2026/04/20/55414-afp__20220106__xxjpbee007249_20220106_pepfn0a001__v1__highres__xinhuapicturesoftheye-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중국의 패권 경쟁은 갑작스러운 도약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설계된 치밀한 전략의 산물이다.
수년간 중국의 전략적 사고를 연구해 온 전직 미 국방부 고위 관료 마이클 필스버리는 이러한 중국의 전략을 자신의 저서 ‘백년의 마라톤’에 상세히 담아냈다.
중국 내부 문건과 망명자 증언을 토대로, 필스베리는 중국이 과거의 굴욕을 극복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세계 패권을 되찾겠다는, 고대 병법에 뿌리를 둔 장기 전략을 품고 추구해 왔음을 밝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노골적인 대결보다는 인내와 기만, 그리고 점진적인 영향력 축적에 기반하고 있다.
![2025년 9월 3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 공중 기동 중인 무인 전투기 편대가 참가하고 있다. [덩화/신화통신/AFP]](/gc7/images/2026/04/20/55415-afp__20250903__xxjpbee001643_20250903_pepfn0a001__v1__highres__chinabeijingvdaycomme-370_237.webp)
오늘날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하에서, 그 '백년의 마라톤'은 결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쓰촨성 일대 공장들이 핵무기 관련 시설을 은밀히 확장해 온 정황이 포착됐으며, 베이징의 군 현대화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위험은 단순히 중국의 부상 자체가 아니라, 전 세계가 중국과 얼마나 깊이 상호의존적으로 얽혀 있는가에 있다.
상호의존의 덫
수십 년간 지속된 무역 통합은 각국을 구조적 취약성에 노출시켰다.
중국은 희토류, 반도체, 태양광 패널, 의약품 등 핵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또한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프로젝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전역에 부채 의존 구조를 형성하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의 상당수를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더 깊이 가두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는 이러한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중국은 석유 수요의 약 4분의 3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이 해상교통로와 자원 흐름을 통제하려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패권을 장악하고 나면, 경제적 유대는 상호 이익의 수단에서 강압의 도구로 돌변한다.
이는 민주적 견제 장치가 결여된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구조 아래에서 모든 의사결정은 시장 논리나 공적 책임이 아닌 당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워싱턴과 브뤼셀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비대칭성에 오랫동안 주목해왔다. 다수의 미 정부 평가 보고서가 명시했듯, 중국 공산당의 패권적 야욕은 오직 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
여기에 핵 태세까지 더해지면서 위기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핵무기고는 10년 전 약 200기에서 오늘날 600기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미 국방부는 2030년까지 그 수가 1,000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사일로(silo, 핵미사일 지하 격납고) 단지와 잠수함 초계 활동, 그리고 연구 시설들의 확충은 중국의 전략이 과거 최소 억제에서 더욱 유연하고 공세적인 방향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한다. 이 팽창하는 무력을 장악한 공산당의 통제 방식은 과거 미-소 관계를 안정시켰던 투명성이나 군비 통제 대화마저 원천 차단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자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무기화하는 동시에, 군사력 증강은 불투명성 뒤로 숨긴 채 방어하는 강력한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모스크바를 향한 경고
중국의 가장 긴밀한 파트너조차 상호 협력이 일방적 종속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베이징에 대한 러시아의 경제적 의존도가 심화되는 양상은 경이로울 정도다. 중국은 현재 모스크바의 최대 교역국으로서 할인된 가격의 에너지와 이중용도 물품을 흡수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전체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러-중 관계사의 권위자인 사라 페인은 타 지역에서의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시베리아 지역이 중국의 자원 탐욕과 인구 압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정보기관 문서들은 중국의 첩보 활동, 역사적 영토 주장, 그리고 극동 지역에서의 은밀한 침투에 대한 우려를 이미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발행되는 지도들은 과거 불평등 조약으로 할양된 북방의 ‘상실된 영토’를 여전히 표기하고 있다. 만약 베이징이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모스크바는 불편한 동반자에서 전략적 하위 파트너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 경우 러시아의 막대한 자원과 북극항로는 공유 자산이 아닌 중국이 취할 전리품으로 여겨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백년의 마라톤’의 결말이 이미 정해진 것은 아니다. 각국 정부의 전략적 경각심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다. 다만, 중국과의 상호의존 관계를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안전장치 없이 중국에 대한 노출을 계속 확대하는 국가들은 너무 늦은 시점에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의 부상은 결코 기존 초강대국의 영향력에서 세계를 해방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공산당의 규율과 핵 지배력, 그리고 굴하지 않는 전략적 인내에 의해 움직이는 또 다른 시스템에 전 세계를 속박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위험은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전 세계의 공급망과 에너지 흐름, 그리고 베이징의 은밀한 군비 확장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