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핵 강대국들, 핵군축 협정 종료 후 외교적 우위 확보 총력전
신전략무기제한협정(New START·뉴스타트)이 2월 5일 만료된다.
![2025년 9월 3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 핵미사일 부대가 참가하고 있다. [쉬빙제/신화통신/AFP]](/gc7/images/2026/02/09/54558-afp__20250903__xxjpiee000789_20250903_pepfn0a001__v1__highres__chinabeijingvdaycomme__1_-370_237.webp)
AFP 제공 |
미·러 핵군축 조약이 이번 주 만료되면서 세계 주요 핵강국들 간 위력과시와 맞불 대응의 악순환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향후 핵군축 조약에 중국의 참여를 원하는 반면 , 러시아는 프랑스와 영국의 포함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 뉴스타트 협정의 제약에서 두 핵 강대국이 자유로워지게 되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핵군비 전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러 각 측의 입장문은 각자 자신들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서는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로 전략적으로 계획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미·러 간 대화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세 가지 핵심 내용을 들여다보자.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중국
중국은 새로운 핵군축 협정을 위한 대화에 참여하는 방안을 시종일관 외면해 오고 있다.
한 서방 측 외교관은 이에 대해, 중국은 미·러 두 핵 강대국의 핵 전력을 추격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도적 모호성'을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통틀어 대략 600개에 불과해, 미국과 러시아가 현재 실전 배치한 1,700개보다 아주 적은 규모이며 두 핵 강대국이 비축하고 있는 핵탄두 수를 모두 합한 것과 비교해도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이 핵탄두 생산량을 한층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규모는 2030년 1,000개, 2035년에는 1,500개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3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미 전략사령부(STRATCOM) 전 사령관이자 퇴역 해군 대장인 찰스 A. 리처드는 중국의 핵 역량 수준을 "정보당국이 본 위원회에 제시하는 수치보다" 높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덧붙여 추산치를 "두 배 또는 세 배로 늘려야 우리가 실제 수준에 더 근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 이안 총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불투명성이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FP에 "이 같은 제한적인 투명성과 폐쇄성은 결국 오판의 빌미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의 실제 역량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 전략적 이점이 있다고 본다. 이는 자국의 핵 전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잠재적 적대국의 대응책 마련을 억제하는 두 가지 효과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중국은 자국의 국가 안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핵 역량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총 교수는 언급했다 .
그는 덧붙여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과의 직통 연락망 부재
1962년 러시아와 미국을 전쟁 직전까지 몰고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 발생 1년 후, 양국은 유사한 비상사태 발생 시 정상 간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한 핫라인을 설치했다.
중국은 이와 같은 전례를 겪어본 적이 없다.
리처드 대장은 미 상원 위원회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냉전을 통해 깨달은 한 가지는 이처럼 막대한 파괴력을 가진 시스템을 어떻게 책임 있게 운용해야 하는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중국 또한 같은 교훈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런던 소재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조지아 콜 연구원은 중국이 핵무기 제한 협상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로 두 핵 강대국에 비해 중국의 핵전력이 현저히 뒤처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길 원할 수는 있으나, "당분간 그러한 진전은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미·러와 대등한 수준의 핵전력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공식적인 핵군축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승부수
중국의 참여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 러시아는 유럽의 핵 강대국들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에도 동일한 요구를 내놓으며 대응하고 있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 러시아 대표로 참석한 겐나디 가틸로프 대사는 러시아의 핵군축 협상 참여는 "미국의 나토(NATO) 군사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 두 나라의 핵탄두 보유량은 합산해도 500개에 미치지 않는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안보 전문가 엘로이즈 파예 연구원은 러시아가 이 같은 핵탄두 수를 미국의 핵전력과 함께 단일한 서방 범주, 이른바 하나의 '바스켓(basket)'으로 간주해 계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파예 연구원은 그렇게 될 경우 영국과 프랑스가 미·러 두 강대국의 '협상 카드'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는 일관되게 이러한 원칙을 거부해 왔다"고 덧붙였다.
위험 요소 살펴보기
워싱턴에서 미 상원 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한 뉴스타트 협정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로즈 고테묄러는 향후 핵 협상에는 중국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이 "핵 위험과 관련해 미국과 논의를 시작할 방안을 모색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중국이 비록 군축 협상에 참여할 의지가 없더라도, 핵 위험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화의 여지가 있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적은 규모의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그녀는 인정했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 사전 통보나 핫라인 구축 등의 조치는 협상 테이블에서 핵군축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중국이 핵 현대화를 지나치게 불투명하게 추진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기제가 된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파악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