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무기화된 물: 미래 분쟁의 설계도
나일강을 둘러싼 물 외교의 교착 상태는 전 세계 다른 분쟁 지역들에도 암울한 전조를 드리우고 있다.
![2022년 2월 19일 촬영된 에티오피아 구바 지역에 위치한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 전경. [아마누엘 실레시/AFP]](/gc7/images/2026/02/09/53629-afp__20220220__323j3qt__v4__highres__topshotethiopiaegyptsudandamelectricity__1_-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본 기사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을 둘러싼 지정학적·환경적 위기를 탐구하는 3부작 탐사 보도의 세 번째 편이다.]
나일강의 위기는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고다. 전 세계가 에티오피아와 이집트가 청나일강의 흐름을 두고 대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대륙, 중동의 관측자들은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을 둘러싼 분쟁은 21세기를 규정할 새로운 유형의 갈등, 즉 석유를 대신해 담수가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전략 자산이 되는 ‘자원 전쟁’의 냉혹한 원형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류 국가가 국경을 넘는 강의 흐름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GERD 사태가 드러낸 법적 공백은, 취약한 국제법 체계 전반에 충격파를 보내고 있다.
![이 항공 사진은 2019년 10월 31일 촬영된 태국 북동부 농카이 주 상콤 지역의 메콩강 전경으로, 오른편에는 라오스가 보인다. 당시 메콩강은 기록적인 가뭄과 수백 킬로미터 상류에 최근 가동을 시작한 댐의 영향으로 북부 태국 전역에서 혼탁하고 가느다란 물줄기로 줄어들었다. [릴리언 수완룸파/AFP]](/gc7/images/2026/02/09/53630-afp__20191031__1lw3dc__v1__highres__thailandlaosenvironmentdammekong__1_-370_237.webp)
수십 년간 ‘수자원 외교’는 국가들이 공동 자원을 협력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해 있었다. 나일강 교착 상태는 이 환상을 산산이 부순다. 이는 지리가 운명이 되고, 수문학이 권력이 되는 새로운 어두운 현실을 시사한다.
에티오피아가 자국 영토에 내리는 비에 대해 절대적 주권을 주장하며 하류 국가의 접근 규칙을 사실상 다시 쓴다면, 이는 전 세계 강 수계를 무기화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글로벌 분쟁의 화약고
가장 즉각적인 반향은 메콩강 유역에서 감지된다. 이곳의 역학 관계는 나일강과 유사하지만, 차이점은 초강대국이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티베트 고원에 위치한 ‘아시아의 물탑’, 즉 메콩강의 발원지를 장악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상류 구간에 11개의 댐을 건설하는 대규모 댐 개발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하류 국가들은 나일강 협상을 공포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쌀 그릇’이라 불리는 농업이 전적으로 베이징의 선의에 달린 미래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나일강과 달리 메콩강에는 구속력 있는 수자원 분배 조약이 없다. 만약 GERD 분쟁이 상류 주권이 하류의 역사적 이용권을 압도한다는 원칙을 확립한다면, 메콩 델타는 염수 침투로 농업 기반이 붕괴되는 생태학적 사형선고를 받게 될 수 있다.
그보다 상황이 더 폭발적인 곳은 인더스강이다. 이곳에서는 ‘나일강 선례’가 핵 벼랑 끝 전술과 결합된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 1960년에 체결된 인더스 수자원 조약은 세 차례의 대규모 전쟁을 견뎌낸 수자원 외교의 모범 사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 회복력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2025년 수문 자료 공유와 관련된 외교 채널이 일시 중단되면서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상류국인 인도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수력 발전 프로젝트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류 농업 국가인 파키스탄은 이를 자국의 식량 안보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한다.
유사성은 분명하다. 이집트가 GERD로 인해 에티오피아가 나일강을 통제할 ‘수도꼭지’를 쥐게 될 것을 우려하듯, 파키스탄은 인도가 분쟁 시 수자원 흐름을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다.
국제사회가 GERD에 대해 구속력 있고 집행 가능한 해결책을 중재하지 못한다면, 이는 다자간 수자원 협력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는 뉴델리와 이슬라마바드에 물이 부족해질 때 규칙은 사라지고 오직 힘만 남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침묵의 분쟁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벌어지는 침묵의 물 전쟁은 미래의 갈등이 더 이상 이념, 종교, 영토를 둘러싼 전통적 전쟁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필요를 둘러싼 싸움이 될 것이다.
기후 변화는 이 방정식에서 위협 증폭기로 작용한다.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예측 가능한 우기가 제공하던 ‘완충 지대’는 사라지고 있다. 상시 하천은 계절 하천으로 변하고, ‘100년 가뭄’은 10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GERD의 완공은 이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거대한 기념비다. 이는 공학과 국가 의지의 승리이지만, 동시에 경고이기도 하다. 한때 문명을 잇던 나일강은 이제 방어해야 할 경계선이 되었다.
세계가 나일강을 공유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메콩강이나 인더스강, 유프라테스강을 지켜낼 가능성도 희박하다. 우리는 물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첫 발은 이미 발사되었다 — 수문이 조용히 닫히는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