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종료, 세계 강대국들 '격변의 시대' 직면

중국의 핵전력 증강과 더불어 인공지능(AI), 정밀 타격 무기, 우주 기반 시스템 등과 같은 기술 발전은 기존의 핵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2008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기념일 열람식에서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토폴-M이 이동하고 있다. [유리 카도브노프/AFP]
2008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기념일 열람식에서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토폴-M이 이동하고 있다. [유리 카도브노프/AFP]

AFP통신 |

2월 5일 미·러 간 핵군축 협정인 뉴스타트가 만료됨에 따라 양자 핵 군비 통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는 중국의 외교·기술적 영향력 확대로 재편된, 보다느슨하고 불확실한 새로운 핵 질서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지난 2010년 체결된 이 협정은 당시 미국 행정부가 크렘린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추진했던 '리셋' 정책의 상징적 결과물이었다.

뉴스타트는 미·러 두 핵 강대국의 실전 배치 전략 핵탄두 수를 각각 최대 1,550개로 제한했다. 이는 2002년에 합의된 기존 상한선과 비교해 약 30%에 가까운 핵전력을 감축한 수치다.

또한 미사일 발사대와 중폭격기를 합쳐 최대 800대로 제한했다.

결정적으로, 이 조약은 군사 시설에 대한 상호 현장 사찰을 보장함으로써,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군축 정책의 대원칙이었던 '신뢰하되 검증하라'를 구현하는 핵심 기둥 역할을 해왔다.

모스크바와 조 바이든 당시 미 행정부는 지난 2021년 1월 조약 종료 직전, 시한을 2026년 2월 4일까지 연장하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훨씬 이전부터 이미 형성되어 있던 양국 간의 깊은 불신 속에서 이루어진 위태로운 합의였다.

상호 사찰의 중단

2022년 8월 9일, 러시아는 미국이 러시아 측의 사찰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해당 협정에 규정된 미국 측의 러시아 군사 시설 현장 사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어떠한 사찰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 결과 뉴스타트는 합의된 핵전력 상한선만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으로 전락했다.

2025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약 조건을 1년간 연장하자고 제안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에 찬성했으나 실질적인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엘로이즈 파예 연구원은 "이 제안은 탄두 수 상한선에만 국한된 것이었다"며, "군비 통제를 논할 때 탄두 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 사찰과 상호 검증이라는 뉴스타트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이번 제안에서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조약 종료로 군비 경쟁이 재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교황 레오 14세는 2월 4일 전 세계를 향해 이러한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크렘린궁은 조약 종료 이후에도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양측이 핵전력을 빠르게 증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예 연구원은 "러시아 측의 병목 현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비축된 핵탄두를 다시 실전 배치하는 비교적 용이한 방식이 있는데, 이는 그리 복잡한 작업이 아니다. 특히 미 국립핵안보청(NNSA)이 필수 원료인 삼중수소 가스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1월 26일, NNSA는 9개월 만에 역대 최다인 13차례의 삼중수소 추출 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브랜던 윌리엄스 NNSA 청장은 이러한 성과에 대해 "삼중수소의 성공적인 공급은 미 국방부가 요구하는 핵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성과는 국가 안보를 크게 강화할 뿐만 아니라, 핵 억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대비 태세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핵 질서

중국의 핵전력 증강과 더불어 인공지능(AI), 정밀 타격 무기, 우주 기반 시스템 등 기술 발전은 기존의 핵 지형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뉴스타트 조약의 타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 3위의 핵 강대국인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나 미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그러나 워싱턴이 우려할 만한 속도로 핵 역량을 강화하며 그 격차를 무섭게 좁히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적대국을 상대로 동시에 핵 억제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러한 난제를 '두 동급의 핵 강국 문제 (two nuclear peer problem)'로 규정했다.

미국은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동시에 방어해야 할 수도 있으며, 러시아와의 양자 조약에만 매여 있을 경우 그 제약을 받지 않는 중국의 핵 증강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전략적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베이징은 현재까지 조약 체결을 위한 그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파예 연구원은 기술 혁명 또한 "적대국을 저지하고 제약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략적 계산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우주 기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골든 돔(Golden Dome)' 프로젝트는 러시아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는 핵 억제 담론의 초석인 상호 취약성의 원칙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파예 연구원은 "뉴스타트의 종료는 군비 통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이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통제 체제에 포함하고, 단순히 탄두 수를 세는 방식에서 벗어나 운반 체계별로 규제하거나, 핵무기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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