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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유인된 외국인 용병들, 암울한 현실에 직면

시민권 취득과 높은 급여의 약속에 유인된 외국인 용병들은 결국 자신들이 최전선에 배치됐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2024년 2월6일 네팔 카트만두 주재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유가족과 러시아군 귀환 병사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십 명의 네팔인들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싸우다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수바스 슈레스타/누르포토/AFP]
2024년 2월6일 네팔 카트만두 주재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유가족과 러시아군 귀환 병사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십 명의 네팔인들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싸우다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수바스 슈레스타/누르포토/AFP]

글로벌 워치 |

부와 시민권 취득이라는 약속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수천 명의 외국인 용병들에게 공포와 착취, 죽음으로 변질됐다.

월 2,500달러의 수입과 5,000달러의 계약 보너스는 빈곤국 출신 남성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꿈으로 시작된 선택은 전장에서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러시아가 외국인 용병에 의존하는 상황은 자국의 군사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국내적으로 크렘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려고 징집을 확대하고 수감자를 모집하며, 갈수록 파격적인 계약 보너스를 제시하고 있다.

2022년 전면 침공 이후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러시아는 병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용병에 의존하게 됐다.

모집의 함정

러시아 용병 모집책들은 텔레그램을 활용해 빈곤국 출신 남성들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계약에 서명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이들 모집책들은 예멘, 시리아, 이집트, 모로코, 이라크, 코트디부이르 등을 비롯한 저소득 국가 출신의 외국인 용병들을 주요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 내 석유 시설 경비라는 민간 일자리를 약속했다.

여러 증언에 따르면, 절박한 처지에 놓여 사실상 선택지가 없었던 대부분의 모집 대상자들에게 러시아군과의 1년 계약과 높은 급여, 그리고 러시아 시민권 취득 등의 조건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접촉이 이뤄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모집책들은 공항에서 이들을 만나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에 위치한 모집센터로 이동시켰다.

이후 러시아군 당국자들은 서류 절차에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모집 대상자들의 여권을 가져갔으며, 계약 보너스 중 3,000달러를 지불하면 전투 임무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계약서는 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러시아어로 작성돼 있었고, 새로 모집된 이들은 군사 경험 없이 단 열흘간의 훈련만 받은 채 한 달여 만에 최전선에 놓이게 됐다.

최전선에서의 삶

막상 전장에 배치되자 안전이나 비전투 임무에 대한 약속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외국인 용병들의 증언은 이들의 참혹하고 열악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쟁의 최전선에는 끊임없는 폭발과 지속적인 포격, 상존하는 부상과 죽음의 위협이 지배하고 있다. 안전과 휴식은 찾아볼 수 없는 전장의 혼돈 속에서 생존은 이들에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희망처럼 느껴질 뿐이다.

전장은 파괴의 흔적으로 가득하며, 인명 피해는 외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부상자들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폭발물의 잔해는 대부분의 경우 폭발 그 자체만큼이나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한 끗 차이에 불과한 이러한 환경은 가차없는 폭력이 일상화된 공간이다.

이 같은 참혹한 현실은 전쟁의 즉각적인 위험을 뛰어넘는다. 시신은 흔히 목격되며, 대부분 쓰러진 자리에 그대로 방치되거나 임시방편으로 성급히 처리된다. 인간의 존엄마저 배제된 죽음은 개개인을 거대한 지정학적 충돌 속에서 단순한 희생자로 전락시키는 이 분쟁의 비인간적인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다수 외국인 용병들에게 기한부 계약에 대한 약속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2022년 러시아 대통령령에 따르면 병사들의 계약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자동으로 연장될 수 있으며, 이는 병사들을 무기한 위험과 절망의 굴레에 가두는 함정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언제, 혹은 과연 전장을 떠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이미 막대한 신체적 위험에 더해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최전선에서의 삶은 단순히 생존을 건 시험이 아니라 공포와 폭력, 그리고 상실이 매 순간을 지배하는 세계로의 추락이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전장은 단순히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아니라, 희망이 소멸되고 인간성이 그 한계까지 내몰리는 현장이다.

체계화된 조작

러시아의 이 같은 모집 형태는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절박함이 어떻게 무기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다.

빈곤국 출신 남성들을 겨냥해 크렘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외국 용병들을 투입할 수 있는 통로를 구축했다. 이러한 착취는 모집된 이들을 공포의 덫에 가두고,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깊은 슬픔을 안긴다.

외국인 용병들의 이야기는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떤 참혹한 희생의 대가를 치르는지 명백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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