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폴란드 내 러시아 요원, 유럽 불안정 노려

크렘린은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조장하기 위해 유럽 국가의 취약한 이주민과 시민들을 포섭하고 있다.

폴란드 국내안보국(ABW)은 러시아 요원과 협력한 혐의로 3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21일, 바르샤바. [올하 헴빅/콘투르]
폴란드 국내안보국(ABW)은 러시아 요원과 협력한 혐의로 3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21일, 바르샤바. [올하 헴빅/콘투르]

올하 헴빅 작성 |

바르샤바 -- 연료가 채워진 유리병이 공중을 가르며 날아가 모스크바가 지정한 유럽의 목표물에 부딪혀 폭발한다. 범인은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포섭된 이주민으로, 약속된 대가를 받기 위해 파괴 행위의 증거 사진을 찍은 뒤 사라진다.

이러한 행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특히 폴란드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당국은 이 작전의 배후에 크렘린이 있다고 지적했다.

폴란드 총리 도날드 투스크는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한 혐의로 3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구금된 이들은 폴란드의 국익을 저해하는 파괴, 폭행, 방화 행위를 저질렀다고 폴스키에 라디오가 보도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러시아 침략 희생자 거리'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 2025년 7월 28일. [올하 헴빅/콘투르]
폴란드 바르샤바 '러시아 침략 희생자 거리'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 2025년 7월 28일. [올하 헴빅/콘투르]

용의자들에는 폴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국적자들이 포함돼 있으며, 지난해 두 건의 방화 혐의를 받는 콜롬비아인도 있다.

투스크 총리는 “국경에서든 국내에서든 이러한 범죄는 직간접적으로 러시아와 공모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텔레그램을 통한 포섭

지난 6월 체코 프라하에서 러시아를 대신해 폴란드에서 방화를 저지른 혐의로 콜롬비아 국적자가 체포됐다. 폴란드 국내안보국(ABW)은 7월 21일 그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27세 범인이 크렘린의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국내안보국 대변인 야첵 도브진스키는 자신의 X 계정에 “2024년 5월 23일 바르샤바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일주일 뒤인 5월 30일 라돔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건축 자재 물류 창고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범인이 범행 전날 조력자로부터 화염병 제조법과 특정 교통수단 이용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국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텔레그램 앱을 통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군 경험이 있는 중남미 출신자를 포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체코 법원은 콜롬비아 국적자에게 프라하 버스 차고 방화와 쇼핑센터 공격 모의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는 일부 혐의를 인정했으며, 최대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쉽게 버는 돈

폴란드 국내안보국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유럽연합 내 남미 출신 시민들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약속으로 포섭해 사보타주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우크라이나계 소수민족 운동가이자 폴란드 우크라이나인연합 초대 의장인 예지 레이트는 러시아의 포섭 방식이 폴란드 동부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워치의 자매 매체 콘투르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돈을 받고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은 이러한 사례를 감시하며,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젊은 층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새로 포섭된 요원들은 목표물을 물색하고 방화를 저지른 뒤 자신들의 범행을 기록했다. 러시아어 매체들은 창고를 무기 저장고로 둔갑시켜 이 영상들을 선전용으로 활용했다.

일간지 제치포스폴리타는 도브진스키 대변인이 러시아 매체가 라돔 화재를 “동맹국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군사장비가 보관된 물류센터 화재”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공포 조성의 목적

우크라이나 전략커뮤니케이션 및 정보보안센터의 분석가 세르히 주코프는 크렘린이 유럽 정보기관의 허점을 노려 평화로운 도시에 공포를 조성하고,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거리를 두도록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주코프는 “공포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논리는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한, 러시아는 우리를 적으로 간주한다” 고 콘투르에 전했다.

그는 러시아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치인과 선동가들이 “런던과 바르샤바를 공격하자”고 부추기는 것을 지적했다.

주코프는 “이는 사람들이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유럽인, 특히 폴란드인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고 느낄 때 이익을 얻는다.

'푸틴의 선전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저자 미콜라 다비듀크는 러시아 사보타주의 또 다른 목적이 민족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비듀크는 콘투르에 “러시아는 사람들을 서로 적대하게 만들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고 말했다.

그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포섭된 이주민의 국적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체 간 유대를 강화하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비듀크는 “건설적인 대화가 없을 때 소통의 빈틈이 생기고, 러시아는 이를 선전으로 메운다”고 말했다.

제치포스폴리타는 도브진스키 대변인이 모스크바의 하이브리드 전쟁 속에서 폴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체코의 경찰 및 사법 당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는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바르샤바는 러시아 사보타주에 대응해 러시아 외교관의 개입이 의심된다며 포즈난과 크라쿠프의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했다. 현재 그단스크에 위치한 총영사관만 남아 있지만, 활동가들은 바르샤바 주재 러시아 대사관 영사과도 폐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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