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새로운 냉전: 북극의 군사화
한때 세계적 경쟁과는 거의 무관했던 얼어붙은 최전선 북극이 이제 지구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치열하게 다투는 지역 중 하나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3월 27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북극권 항구 도시 무르만스크에서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 아르한겔스크(프로젝트 885M 야센-M)를 시찰하고 있다. [세르게이 카르푸힌/AFP]](/gc7/images/2025/08/15/51542-russ_sub_arctic-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한때 얼음과 고요함으로 가득했던 황량한 북극은 이제 엔진의 기계적 굉음과 지정학적 긴장의 조용한 소음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위성 이미지는 하얀 설원 사이로 새롭게 건설된 활주로, 레이더 돔, 군사 기지가 점점이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세계적 경쟁과 거의 무관했던 얼어붙은 최전선이었던 북극은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치열하게 다투는 지역 중 하나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북극의 변화는 그 풍경만큼이나 극명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은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한때 통행이 불가능했던 북서항로와 북극해 항로 같은 경로들이 연중 더 긴 기간 동안 항해 가능해지고 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2035년까지 북극해는 여름철에 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무역과 물류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해운 회사들에게 이러한 항로는 속도와 비용 절감을 약속한다.
북극의 영구동토층 아래와 해저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의 약 13%, 천연가스의 약 30%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 전자제품과 청정 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 또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확대되는 군사적 존재감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그린란드 포함) 등 북극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은 자신의 몫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은 점점 더 조약이나 과학적 연구가 아닌 전함, 미사일 시스템, 전략적 전초기지로 이를 실현하고 있다.
얼음이 후퇴하면서 영유권과 국제 수역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각국은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그 경계를 확정짓기 위해 무장하고 있다.
이 지역의 전략적 위치는 단순한 상업적 문제를 넘어선다. 북극은 핵 강대국 간의 미사일 고속도로로, 러시아와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최단 경로가 바로 북극점을 통과한다.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 위성 추적 기지, 최첨단 무기 시험장은 북극을 점점 더 군사화된 고지로 만들며, 국가 안보와 경제적 야망이 교차하는 곳이 되고 있다.
가장 넓은 북극 국경을 가진 러시아가 극지 풍경을 요새화된 최전선으로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크렘린은 콜라반도와 북극해 항로를 따라 소련 시절의 기지 수십 곳을 재정비했다.
최신 S-400 미사일 시스템이 얼어붙은 해안선을 지키고 있으며, 연중 내내 항로를 개척할 수 있는 핵추진 쇄빙선이 북극해를 순찰하고 있다. 극지 얼음 아래 보이지 않는 하이퍼소닉 잠수함은 모스크바의 군사적 야망의 최첨단을 상징한다.
모스크바는 북극을 공유된 글로벌 구역이 아닌, 자국의 경제적 생명선이자 방어적 완충지로 보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북극에서의 자국 영유권에 대한 외국의 도전을 적절한 군사적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새로운 무역로와 자원 추출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주장하는 것이다.
북극에서의 존재감
이에 대응해 미국과 NATO 동맹국들도 북극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펜타곤은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에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냉전 시설을 재활성화하며, 러시아의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북극 전쟁 훈련과 감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콜드 리스폰스(Cold Response)'와 '트라이던트 정처(Trident Juncture)' 같은 NATO 훈련은 서방이 북극의 통제권을 싸움 없이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설계됐다. 미군의 2024년 북극 전략은 러시아와 중국을 극지 지역에서 가장 큰 전략적 위협으로 명시적으로 지목했다.
북극 국가가 아닌 중국은 보다 은연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은 스스로를 “준북극 국가”로 선언하고 극지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일대일로 구상의 일환인 '폴라 실크로드'는 북극 수역을 통한 항로 확보와 연구 기지 설립을 목표로 하며, 일부 서방 분석가들은 이 기지가 군사적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의심한다.
중국은 자신의 이익이 순수하게 과학적이고 상업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커져가는 전략적 존재감의 함의는 간과되지 않고 있다.
북극의 군사화는 더 이상 멀고 추상적인 가능성이 아니다. 기후 변화, 경제적 야망, 변화하는 힘의 균형에 의해 이미 진행되고 있다.
한때 얼음과 고요한 회복력의 땅이었던 곳은 이제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 무대가 되고 있다. 고요하고 얼어붙은 체스판에서, 그 판돈은 바다처럼 차갑고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