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북극 빙산 아래 숨겨진 신냉전의 전략적 불확실성

북극에서 러시아가 작전 기동성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겠지만, 나토( NATO) 는 기술적 정밀성, 유연한 기지운용, 그리고 전략적 깊이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린란드 해안 인근에서 프랑스 해군 함정이 '잔 다르크 (Jeanne d'Arc) 2025'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월 출항한 이 5개월간의 작전은 사관생도들이 혹독한 북극환경에 적응하며 훈련을 받는 동시에, 북극 해역에서 프랑스의 해양 권익을 주장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프랑스 해군 제공]
그린란드 해안 인근에서 프랑스 해군 함정이 '잔 다르크 (Jeanne d'Arc) 2025'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월 출항한 이 5개월간의 작전은 사관생도들이 혹독한 북극환경에 적응하며 훈련을 받는 동시에, 북극 해역에서 프랑스의 해양 권익을 주장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프랑스 해군 제공]

글로벌 워치 제공 |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고위도 북극 지역의 실질적인 전략적 주도권은 나토에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전력과 우수한 연합 작전 능력, 그리고 탁월한 기술 통합을 갖춘 나토는 북극에서 장기적인 전략적 주도권을 쥐고 있다.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나토는 은밀할 기동력과 민첩성, 조율된 방어 태세를 바탕으로 북극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노후한 전력과 침체된 방위산업 기반, 그리고 최근 잇따른 전략 자산의 손실에 직면한 러시아의 북극 패권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 존재감: 빙하 위에 세운 요새

약 2만4,000km의 북극 해안선을 보유한 러시아는 이 지역의 패권국처럼 보일 만큼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왔다. 러시아는 북극권 이북에 50곳이 넘는 군사 전초기지를 신설하거나 재가동했으며, 방공 시스템과 조기경보 레이더 및 북극 전담 여단도 배치한 상태다.

지난 7월24일, 세베로드빈스크의 세브마쉬 조선소에서 열린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크냐즈 포자르스키'(Knyaz Pozharskiy)함의 기 수여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해군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크렘린 제공]
지난 7월24일, 세베로드빈스크의 세브마쉬 조선소에서 열린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크냐즈 포자르스키'(Knyaz Pozharskiy)함의 기 수여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해군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크렘린 제공]

러시아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공격이 가능한 핵추진 보레이급(Borei)과 야센급(Yasen) 잠수함을 포함해, 북극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 폭격기인 투폴레프(Tu)-160과 Tu-95MS는 북극 상공을 정기적으로 초계 비행하고 있으며, MiG-31BM 요격기는 고위도 작전에 맞춰 설계되었다.

조용히 주시하는 중국: 기회를 엿보는 전략 행위자

지리적으로는 북극과 떨어져 있지만, 중국은 스스로를 ‘근(近)북극 국가’로 규정하고 북극을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포함 시켰다. 이에 따라 과학 탐사 활동을 진행하고, 쇄빙선을 건조했으며, 북유럽 국가들과의 대화 채널도 열었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중국의 북극 전략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북극권 내 군사 기지 부족과 빙하 아래 작전 능력, 잠수함 운용 등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확고한 목표는 북극 내 에너지 자원 확보, 북극 항로 개척, 전략적 영향력 확대에 있다. 하지만 북극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아직 제한적이며, 관망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나토의 공식: 기동력, 협력성, 전략적 깊이

러시아는 근접성에 의존하는 반면, 나토는 전략적 깊이와 기술, 협력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덴마크 등 여러 나라들은 분산된 형태지만 강력한 북극 영향력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에 F-22, F-35 전투기와 B-52 폭격기를 배치해 공중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극에서 가장 강력하고 은밀한 작전 능력은 미국 잠수함 부대가 맡고 있다.

미국의 오하이오급 전략 잠수함과 버지니아급 공격 잠수함은 여러 경로로 잠수한 채 북극해에 진입할 수 있으며, 러시아의 해저 감시망에도 불구하고 탐지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나토 동맹국들은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극 환경에 특화된 P-8 포세이돈 해상 초계기를 운용하며 바렌츠해에서 정기적인 감시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의 애스튜트급 잠수함은 미국 작전과 연계해 빙하 아래에서 활동하며, 캐나다와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통해 북미와 유럽 북극 사이의 문지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국가들이 단독으로 고립되어 활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틱 엣지(Arctic Edge)’, ‘콜드 리스폰스(Cold Response)’, ‘다이나믹 뭉구스 (Dynamic Mongoose)’ 등 훈련은 북극 전역에서 나토의 연합 조정력과 기동성, 그리고 대비 태세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숨겨진 힘: 경계없는 전략적 억지

아마도 북극 권력의 가장 과소평가된 측면은 잠수함전을 통한 전략적 불확실성일 것이다. 러시아는 북극의 가시권 및 연안 지역에서는 무적같은 존재일지 몰라도, 나토의 잠수함 때문에 러시아가 북극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은 맞지 않다.

미국과 동맹국 잠수함은 비공개로 정기적인 북극 활동을 하고 있다. 광범위하고 외진 북극 분지 해역은 보복 공격 능력을 위한 최적의 은신처다. 러시아의 고정 음파 탐지 시스템과 빙하 아래 탐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나토의 탄도 미사일 잠수함은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은 북극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략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북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이 잠수함들은 북극 지역을 탐지되지 않은 채 진입하고 이탈할 수 있으며,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전략적 모호성의 억지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는 나토의 핵 태세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적국의 지역 패권을 위한 계산도 복잡하게 만든다.

지국 온난화 속 차가운 전장

북극 빙하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지역은 더 이상 고립된 곳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위협 인식과, 자원 경쟁, 그리고 군사 전략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러시아는 지리적 근접성과 기반 시설을 통해 신속하 작전 수행과 지역 내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나토는 정밀한 기술력과 유연한 기지 운영, 전략적 깊이를 결합해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북극은 단순한 새로운 개척지를 넘어, 냉전 시기 불신과 기만, 이념 대립의 옛 패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전 냉전과 달리, 힘의 균형이 미사일과 지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세력들의 민첩함과 불확실성 그리고 조용한 인내심 그 균형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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