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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를 위한 순교자들: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병력을 보내는 이유
북한 병사들은 자국이 위협받고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다 죽고 있다. 김정은은 이들의 죽음을 전략적 자산으로 바꾸고 있다.
![4월 25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3주년 기념행진에 북한 병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원진/AFP]](/gc7/images/2025/07/31/51234-nk_1-370_237.webp)
글로벌 워치 보도 |
6월 평양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는 피로 얼룩진 수첩이 대형 스크린에 투사되었다.
그 수첩은 고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사한 한 북한 병사의 것이었다. 진흙과 파편으로 얼룩졌지만 그의 손글씨는 여전히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를 찬양하며 “이 성스러운 전투에서 싸우겠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관중은 박수를 쳤고, 국영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점차 고조되었다.
이 극적인 장면은 러시아를 위해 싸우다 사망한 수백 명의 북한 병사들을 기리는 국가 주도의 추모 행사 중 하나였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병력이 전선에 투입될 것을 암시한다.
![1월 2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월 3일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투입된 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하는 북한군 포로의 영상을 공개했다. [출처: 젤렌스키 대통령 텔레그램 t.me/V_Zelenskiy_official]](/gc7/images/2025/07/31/51235-nk_2-370_237.webp)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평양은 이르면 7월 또는 8월에 러시아 전선에 수천 명의 병력과 군사 노동자를 추가로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AFP 보도에 따르면, 이성권 의원은 6월 기자회견에서 “작년 10월 1만1,000명의 병력을 파견한 데 이어, 러시아는 4,0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쿠르스크 재건을 지원할 6,000명의 건설병을 더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지역 일부를 점령하며 러시아를 충격에 빠뜨렸고, 이에 북한은 10월 병력을 파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지역의 상당 부분을 7개월간 유지했다.
7월 초, CNN은 우크라이나 관료들을 인용해 북한이 최대 3만 명의 병력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 병사 일부는 러시아 내 우크라이나 점령지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본토에서도 전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1만5,000명의 북한 인력이 러시아에 배치되었으며, 이 중 일부는 전투병이고, 나머지는 건설 및 지뢰 제거 부대 소속이라고 정보 보고서들은 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60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북한은 오히려 이 개입을 확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희생을 담보로 한 영향력
이 전쟁은 한국전쟁 이후 평양이 오랫동안 갖지 못했던 실전 경험과 그로 인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제공한다.
"오늘 이 전사들은 이곳에서 FPV(1인칭 시점) 드론, 광섬유 드론, 매빅(Mavic) 드론 조종을 배우고 있고, 내일이면 본국으로 돌아가 이 기술을 1만 명의 병사들에게 전수할 것이다." 라고 러시아 군사 분석가 블라디미르 사푸노프는 7월 5일 스보보다야 프레사(Svobodnaya Pressa)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러시아든 우크라이나든, 실제 전장은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는 데 그쳤던 병사들에게 실탄이 오가는 전투 교실이 된다. 김정은에게는 병사들의 목숨과 포탄을 대가로 드론 기술, 전자전 시스템, 위성 발사 지원 기술 등 그가 오랫동안 탐내온 역량을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무기와 인력 제공에 대한 대가로 핵심 군사기술을 북한에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경험은 치명적이고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에 따르면 북한군은 규율은 철저하지만 전술은 구식으로, 대규모 보병 돌격 등 2차 세계대전식 전술을 사용하는데, 이는 드론 등 현대 전장에서의 위협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방식이다.
올해 초 포로로 잡힌 북한 병사 2명은 자신들이 훈련을 받으러 러시아로 가는 줄 알았지, 전선에 투입될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영국 웨일스 애버리스트위스 대학교 국제정치학과의 제니퍼 매더스 교수는 지난 2월,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북한 병사들이 이미 심각한 피해와 잔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병력을 철수시키기보다는 더 많은 병사들을 전장에 보내려 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김정은에게는 높은 전사율도 감수할 만한 대가다. 전투 경험은 언젠가 스스로 치르게 될 전쟁에서 그의 군에 우위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신화
이 같은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오히려 이를 선전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 4월, 북한은 처음으로 자국 병력이 러시아에서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으며, 전사자들을 국가적 신화로 편입시키기 시작했다.
기념 콘서트에서는 전사한 병사들의 사진이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대형 스크린에 송출되었다. 한 장면에서는 김정은이 국기로 덮인 관 위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도 나왔다. 이 콘서트는 2024년 북한-러시아 전략동맹 협정 체결 1주년 기념일과 맞물려 열렸다. 해당 협정에는 상호 방위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추모 캠페인은 공연에 그치지 않는다. 모스크바와 평양은 쿠르스크 지역을 “해방”한 북한군을 기리기 위한 영구 추모비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김정은은 공식 성명을 통해 전사자들을 “우리 민족의 영웅”이라고 칭하며 “그들의 기억을 영원히 기리겠다”고 밝혔다.
자국의 전쟁 피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북한의 지원을 환영하고 있다. 크렘린은 북한과의 유대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7월 중순 전략 회담을 위해 다시 평양을 방문했다. 이는 안보위원회 서기 세르게이 쇼이구의 잇따른 방북에 이은 것으로, 그는 최근 단기 정상회담에서 북한 건설 노동자 및 공병 추가 파견을 발표했다.
현재 양국 수도 간 항공편은 주 2회 운항 중이며, 문화 교류 사절단도 왕래하고 있다. 김정은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다시 방문할 예정인데, 이는 무기, 인력, 전사자들이 오가는 양국 간 국가적 파이프라인을 제도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