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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르비아와의 전략적 행보로 크렘린의 발칸 지역 영향력 약화

베이징의 관심은 전략적이다: 세르비아는 중국에 유럽연합 국가들이 가하는 규제적 단속 없이 유럽 내의 입지를 제공한다.

5월9일 모스크바에서 함께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사진: 알렉산드르 젬랴니첸/Pool/AFP]
5월9일 모스크바에서 함께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사진: 알렉산드르 젬랴니첸/Pool/AFP]

로버트 스탠리 작성 |

올해 5월 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군사 열병식에서 푸틴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도열했던 세르비아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는 이후 조용히 러시아산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향한 곳은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자리가 아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비공개 회담 자리 였다.

이러한 행보의 상징적 의미는 분명하다.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러시아의 협력 세력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했다. 이는 세르비아가 지역 내 세력 구도를 바꾸려는 신호다.

중국은 20년 넘게 세르비아와의 관계를 구축해 왔으며, 일대일로(BRI) 사업의 유럽 진출을 위해 꾸준히 발칸 국가들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왔다.

글로벌 인프라 확충 사업인 일대일로(BRI)는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2024년 5월 7일, 세르비아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의 초청으로 국빈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베오그라드 니콜라 테슬라 공항에 도착했다. [사진: 신화통신]
2024년 5월 7일, 세르비아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의 초청으로 국빈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베오그라드 니콜라 테슬라 공항에 도착했다. [사진: 신화통신]

시진핑 주석과 부치치 대통령의 회담 후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두 정상의 대화는 중국의 투자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논의된 내용에는 세르비아 내 열차 공장 건설과 베오그라드와 부다페스트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일부 구간의 재건을 위한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 체결 등이 포함됐다.

시 주석은 양국 간의 "철통 같은 우의"를 강조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의 공장 건설 프로젝트 승인이 다가왔다며 구체적인 성과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 강화는 세르비아가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임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가치에서 점점 멀어져 독재 정권의 영향권 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에게 세르비아는 유럽으로 진출하는 핵심 관문이다. 지난해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와의 인터뷰에서, 오스트리아 국제문제연구소(AIIA)의 선임 연구원 베드란 지히치는 세르비아는 중국에게 "유럽 시장과 일부 전략적 투자로 향하는 공간을 넓게 열어주는 일종의 문과 같다"고 언급했다.

작년 유럽 순방 중, 시 주석은 바쁜 일정에도 세르비아를 방문했다. 중국 외교부는 "세르비아는 중국의 중동부 유럽 내 첫번째 포괄적 전략 파트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됐다: 세르비아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One-China Policy)을 지지하며 대만 독립을 부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2008년 독립을 선언한 세르비아의 옛 자치주 코소보를 내정 이슈로 보는 세르비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은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크렘린의 격분

하지만 이러한 돈독한 협력 관계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르비아의 중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모스크바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5월 말, 러시아 외무정보국(SVR)은 세르비아가 은밀히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세르비아 무기 제조업체들이 "누가 진짜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를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지적했다.

크렘린의 분노는 두 슬라브 국가 간의 분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통된 신념인 정교회 신앙과 민족주의 정체성으로 결속돼 있던 두 나라는 이제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자유유럽방송(RFE/RL)과의 인터뷰에서, 베오그라드 안보정책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부크 북사노비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세르비아 관계가 끈임없이 감시받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동쪽에서 세르비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자본은 세르비아가 러시아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다.

2009년 역사적인 경제 협상 이후, 중국은 세르비아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 부었다. 2016년 허스틸그룹의 스메데레보 제철소 인수, 2018년 RTB 보르 구리 광산 단지 입수, 그리고 2021년 지진 마이닝(Zijin Mining)이 보르 인근의 추카루 페키 구리-금 광산을 가동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사업들은 실업률이 8%를 넘는 나라에서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그 이익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랐다. 중국 투자 산업으로 인한 환경 피해는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으며, 동시에 세르비아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군사 협력 확대

2022년 연구 보고서에서 베오그라드 안보정책센터의 북사노비치는 "세르비아의 기득권 세력들은 중국을 자금줄이자 국내 정치적 정당성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덧붙여, 중국의 자본은 EU의 자금보다 빠르게 유입되며, 투명성이나 법치 개혁에 대한 요구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세르비아의 외교 정책 노선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베오그라드 현대정치센터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세르비아는 EU 외교 정책 성명의 66%를 지지했다. 또 다른 베오그라드 소재 싱크땡크인 국제안보문제센터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에는 그 수치가 47%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한편, 베오그라드와 베이징 간의 군사 협력은 확대되고 있다. 2023년에 체결된 협정은 중국이 세르비아에 무기 수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상되며, 잠재적으로 세르비아를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지역의 무기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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