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북대서양 해저, 영국의 차기 안보 최전선
러시아가 해저 케이블과 잠수함 작전 경로를 탐색하며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영국의 전통적인 해양 방위 역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안보의 핵심으로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2026년 3월 10일 잉글랜드 남부 해안의 포츠머스 해군 기지에서 영국 해군의 타입 45 대링급(Type 45 Daring-class) 방공 구축함인 '드래곤함'이 세르코 마린 서비스가 운용하는 예인선들의 인도에 따라 출항하고 있다. [저스틴 탈리스/AFP]](/gc7/images/2026/07/10/56606-afp__20260310__a2pj9rp__v2__highres__topshotbritainiranusisraelwardefence-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북대서양과 북극해 수역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위치 때문에, 영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다시 전략적 중요성을 띠고 있다.
오랫동안 영국의 해양적 위치는 너무도 익숙한 나머지 당연한 배경 조건처럼 여겨져 왔다. 영국은 북아메리카와 유럽 사이에 자리한 섬나라 강국으로, 북해와 북극해 접근로, 그리고 광활한 대서양과 인접해 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은 단순한 역사적 유산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나토(NATO)의 동부 전선에 다시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나토의 북부 지역과 해상 교통로 역시 중요하다. 증원 병력과 잠수함, 에너지 연결망, 해저 데이터 케이블은 모두 영국이 오랫동안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온 전략적 해역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2025년 3월 20일 촬영된 사진에서 영국 해군 장병들과 BAE 시스템즈 직원들이 잉글랜드 북서부 배로인퍼네스에 위치한 BAE 시스템즈 공장 외곽에 도크 진수된 핵심 원자력 잠수함 '아가멤논함' 주변에 서 있다. [올리 스카프/풀(POOL)/AFP]](/gc7/images/2026/07/10/56607-afp__20250320__37au9e6__v1__highres__britainpoliticsgovernmentdefence__1_-370_237.webp)
차기 안보 전선은 육지에서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북대서양 해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해저 케이블, 새로운 표적이 되다
해저 인프라는 현대 국가 권력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그 중요성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해저 케이블은 인터넷 데이터와 금융 거래 정보, 정부 통신, 군사 데이터를 전송한다. 파이프라인과 에너지 연결망은 유럽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또한 항만과 수리 조선소, 해군 기지는 군사적 기동성을 국가 회복력과 연결하는 핵심 기반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해저는 중요한 전략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손상된 케이블은 사고로 보일 수 있고, 수상한 선박의 움직임도 상업적 활동으로 설명될 수 있다. 잠수함은 대중의 시야 밖에서 움직인다. 사고와 의도적 행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이러한 모호성이 위협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영국은 세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만큼, 그로 인한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영국 경제는 디지털 연결망과 에너지 수송로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의 안보 역시 나토의 증원 전력 이동과 잠수함 작전을 위해 북대서양 항로가 개방된 상태로 유지되는 데 달려 있다. 게다가 영국은 지리적으로 북아메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해상 교통로와 인접해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해저 안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국방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영국의 전략국방검토는 영국 해군에 핵심 해저 인프라 보호와 북대서양 방위라는 임무를 보다 명확히 부여했다. 영국 정부는 또한 ‘애틀랜틱 배스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인 함정과 잠수함, 자율 무인체계, 항공기,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수중 영역에서의 탐지·감시·방호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어느 해군도 모든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라인을 상시 감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센서와 순찰 전력, 무인기, 동맹국의 정보자산을 연계한 보다 촘촘한 감시망은 적대적 활동이 은밀하게 이뤄지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영국,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다
북대서양은 나토에 언제나 중요한 전략 해역이었다.
냉전 시기 북대서양은 북미의 증원 전력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핵심 통로였다. 또한 이 해역은 잠수함 추적과 대잠전의 주요 작전 무대이기도 했다.
북대서양의 이러한 전략적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그 양상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북극 항로와 GIUK 갭, 그리고 해저 공간을 둘러싼 경쟁이 다시금 나토의 군사 전략과 작전 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안보 과제는 단순히 냉전기 소련식 해군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해저 케이블과 에너지 인프라, 회색지대 활동, 사이버 위협, 무인 자율 시스템은 물론,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동맹국들의 경계 태세와 대응 능력을 시험하려는 러시아의 움직임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변화는 영국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하는 동시에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해군은 대잠전과 핵잠수함 운용, 해상초계 협력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축적해 왔다. 또한 영국은 노르웨이와 미국을 비롯한 나토 동맹국들과 북대서양 및 북부 해역의 안보를 위해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러시아 북방함대가 여전히 모스크바 군사 전략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북방함대의 잠수함 전력과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북극권에서 북대서양으로 이어지는 접근로는 나토의 군사 전략과 작전 계획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이 이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동맹국들의 공동 대응을 조직하고 조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잠초계기와 해저 감시 센서, 자율 무인 수중체계, 호위함, 해저 인프라 복구 능력, 그리고 정보 공유 체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항만과 해저 케이블 역시 공군기지와 탄약고에 준하는 핵심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보호해야 한다.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영국이 동유럽에 대한 관심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럽의 방위는 해양을 통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류와 기반시설, 그리고 산업 기반의 지속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북대서양 역시 이러한 논리가 해양 영역에서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저 케이블이 절단되고 에너지 시스템이 교란되며, 증원 전력의 이동 경로까지 위협받는다면, 그 여파는 바다를 훨씬 넘어 광범위한 영역에 미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영국의 해양 안보 역할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겨둘 수 있는 임무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안보 환경이 요구하는 전략적 필수 과제다.
영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 반드시 대서양을 지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항로의 개방을 유지하고, 해저를 감시하며, 동맹의 연결성이 유지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나토에 있어 이러한 점은 영국을 가치 있는 동맹으로 만든다. 이는 영국이 보유한 군사력 때문만이 아니라, 영국이 자리한 위치 자체가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정학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영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