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사헬을 둘러싼 새로운 각축전: 쿠데타와 극단주의, 그리고 자원 경쟁
역내 동맹 체제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사헬 지역은 극단주의 세력의 폭력과 자원 약탈이 확산되는 무법지대로 변해가며 급속히 균열되고 있으며, 이는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의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2026년 5월 14일 말리 키달 지역의 포격 흔적이 남은 폭탄 크레이터 모습. [AFP]](/gc7/images/2026/06/26/56380-afp__20260514__b2ty6y2__v2__highres__maliunrestconflict-370_237.webp)
올하 헴비크 |
사헬은 빈곤과 정세 불안, 종파 갈등, 그리고 고착화된 폭력이 만연한 지역으로, 서류상으로는 국가 간의 국경이 명확히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광대한 지대다.
최근 몇 년 사이 서방 국가들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축소하면서, 권력과 자원을 둘러싼 새로운 외부 세력들의 경쟁이 본격화됐고 무질서와 유혈사태도 더욱 심화됐다.
사헬에서는 장기적인 전략 구상이 사실상 부재하지만, 막대한 광물 자원 덕분에 이 지역은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외부 세력에 여전히 중요한 대상으로 남아 있다.
막을 내리는 프랑스아프리카
사헬이라는 용어는 통상적으로 모리타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차드 등 아프리카 5개국을 지칭한다.
![2025년 4월 3일 바카리 야우 상가레 니제르 외무장관, 압둘라예 디옵 말리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카라모코 장 마리 트라오레 부르키나파소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파벨 베드냐코프/POOL/AFP]](/gc7/images/2026/06/26/56379-russiasahel-370_237.webp)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자 주민 다수가 무슬림인 사헬에서는 광대한 지역이 알카에다 연계 조직과 이슬람국가(ISIS)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
이들 국가는 단순히 식민지 시절의 과거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군사 쿠데타와 이슬람 성전주의 지하디스트 세력의 발흥, 외부 세력의 개입, 그리고 취약한 안보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현대적인 국가 기능 자체의 위기라는 공통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사헬 5개국은 1960년대에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으나, 이후 수십 년간 파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프랑스아프리카(Françafrique)'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초기에는 프랑스와 옛 아프리카 식민지 국가들 간의 호혜적 관계를 강조하는 의미로 쓰였으나, 이후에는 프랑스의 신식민주의를 상징하는 부정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2022년과 2023년 사이 현지의 정치·사회적 압력이 커지면서 프랑스는 이 지역에서 점차 밀려났고, 결국 파리 당국은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 군사 주둔을 종료해야 했다.
이러한 흐름은 2025년 차드에도 미쳤으며, 프랑스는 차드에 남아 있던 군사기지들을 공식적으로 폐쇄했다.
프랑스의 철수 과정에는 분명한 앙금이 남아 있었다.
합법화된 폭력
내부 위기는 사헬 전역에서 잇단 쿠데타로 이어졌다.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말리에서는 군부 세력이 두 차례 정권을 잡았으며, 부르키나파소와 니제르에서도 각각 한 차례 쿠데타가 발생했다. 차드에서는 최전선 교전 중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권력이 그의 아들에게 승계됐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직격탄을 맞은 핵심 국가들에서 연이어 쿠데타가 성공하면서 군부 정권이 들어섰다. 이러한 정치적 변화는 유엔(UN) 최대 규모 평화유지 임무 중 하나인 미누스마(MINUSMA)의 철수와 1,000명 이상의 미군 병력 철수로 이어졌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들 국가에 군부 정권이 공고히 자리를 잡으면서 역내 안보 체계는 근본적으로 변화를 맞았다. 2024년 1월 28일에는 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 3개국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세 나라가 탈퇴를 결정한 일차적 배경은 국제사회가 군부 정권에 부과한 제재때문이었다.
이 같은 집단 탈퇴 이후 역내 지하디스트 세력의 무차별적 폭력은 급격히 증가했으며,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테러 관련 사망자의 51%가 사헬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사헬 지역은 테러 피해가 가장 큰 10개국 가운데서도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의 군부 지도자들이 당초 상호방위조약 형태로 구상한 '사헬국가연합(AES)'의 첫 정상회담에서는 역내 주둔 중인 잔존 외국군의 작전 종식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당시 니제르 군사정부의 수장인 오마르 (압두라하마네) 치아니 장군은 "그 어떤 국가나 이익 집단도 더 이상 우리 국가들에 자신들의 조건을 강요하지 못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자원 약탈 구조의 고착화
사헬국가연합은 유럽 중심의 외교 노선을 따르기보다 러시아, 이란, 터키와의 협력을 선택했다. 이러한 변화 이전에도 모스크바와의 협력 모델은 민간 군사기업이 정권의 안보를 지원하는 대가로 광물 자원 개발권에 접근하는 구조를 포함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관심은 석유, 금, 다이아몬드, 우라늄, 망간 등 주요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국가들에 집중되어 있었다.
민간 군사 기업인 바그너 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아프리카에서 활동해 왔으며, 영향력이 가장 컸던 시기에는 약 1만 5,000명에서 2만 5,000명 규모의 무장 인력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민간 군사 기업의 조직 구조는 사실상 러시아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 아래 운용됐다. 이후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망하자 이 용병 조직의 기능은 러시아 국방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아프리카 군단으로 이관됐다.
과거 바그너 그룹 소속이었던 수천 명의 용병은 여전히 중앙아프리카에 잔류하며,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테러와 학살, 고문을 계속하고 있다.
UC 버클리 법학대학원 인권센터의 린지 프리먼 기술·법·정책 담당 국장은 아프리카 군단이 국제법상 러시아의 국가 기관으로 간주되는 만큼, 이 조직이 자행한 전쟁범죄는 국가책임법에 따라 러시아 정부의 행위로 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리 올리이닉 아프리카 연구센터 공동 설립자는 러시아가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선전 활동을 활용해 왔다고 지적하며, 러시아는 스스로를 서방의 대안으로 내세워 반식민주의 담론을 협력의 지렛대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배타적 지배권을 구축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올리이닉은 "러시아에 가장 우호적인 군사 정권들조차 일종의 다자 외교 노선을 취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 지역 경제 시장에서 다른 경쟁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서방 국가들의 경제적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헬 지역 시장의 주요 행위자로 중국, 터키, 이란을 꼽았다. 중국의 사헬 전략은 주로 인프라와 제조업 구축, 천연자원 채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기반하고 있다.
터키는 무역, 인프라 개발, 무기 수출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바이락타르 드론 공급과 군사 훈련 지원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이란이 사헬 지역에서 추구하는 이해관계는 반서방 정치 연대 구축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망을 우회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데 있다.
정세 불안의 대외 확산
2026년 4월 25일과 26일 양일간 알카에다 연계 무장 세력과 투아레그 분리주의 반군이 말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 공세를 감행했다.
이번 기습 공격으로 말리 국방부 장관이 사망했으며, 러시아의 아프리카 군단은 핵심 요충지에서 병력을 전면 철수해야 했다. 당시 러시아군의 철수 장면이 담긴 영상들이 유포되면서 모스크바의 아프리카 내 위상과 영향력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서부 사헬 지역의 안보 위기가 위험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사헬 국가들의 주권 회복에 대한 열망이 정당하다 해도, 현재 집권 중인 군사정권들은 권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민간정부로의 이양이나 민주적 선거 실시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종족 간 갈등은 역내 정세 불안을 키우고 있으며, 지하디스트 세력을 저지하기 위한 소탕 작전은 별다른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과 무슬림 지지 그룹(JNIM), 대사하라 이슬람국가(ISGS), 서아프리카 이슬람국가(ISWAP) 등 극단주의 테러 조직들은 역내에서 폭력 수위를 높이며, 사헬을 넘어 아프리카 대륙 전반으로 불안을 확산시키고 있다.
여기에 높은 출생률과 실업률, 만연한 절대빈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사헬 지역의 청년층은 해외 이주, 무장 반군 가담, 혹은 조직범죄 유입이라는 제한된 선택지에 놓여 있다.
안보 분석가들은 이들 급진 이슬람 조직들이 연합할 경우, 사헬 지역 내에서 ISIS와 유사한 초국경적 조직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사회의 장기적 지원이 끊긴 사헬 지역은 점진적으로 불안의 진원지로 굳어지고 있다. 향후 이러한 흐름이 기니만 연안의 보다 안정적인 국가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코트디부아르, 가나, 베냉,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인접 국가들은 이미 자국의 북부 접경 지역에서 사헬을 거점으로 한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