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우주, 전략적 경쟁의 새로운 최전선

글로벌 주요 강대국들이 우주 무기화 경쟁에 속도를 내면서 지구 궤도는 과학적 발견의 개척지에서 군사적 충돌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새로운 전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재된 일본 실험동(JEM) 소형 위성 궤도 방출 장치에서 초소형 인공위성 '케찰-1(Quetzal-1 CubeSat)'이 사출되고 있다. [크리스 캐시디/NASA]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재된 일본 실험동(JEM) 소형 위성 궤도 방출 장치에서 초소형 인공위성 '케찰-1(Quetzal-1 CubeSat)'이 사출되고 있다. [크리스 캐시디/NASA]

올하 헴비크 |

우주 공간은 더 이상 공상가나 공상 과학 소설 작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오랫동안 주로 과학 탐사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우주 공간은 이제 의도적으로 새로운 군사 작전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전역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등 최소 세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야망이 충돌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이 새로운 개척지에서 자국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적 역량을 급격히 키워나가고 있다.

궤도 대치의 서막

공격은 절대적인 우주의 침묵 속에서 이뤄졌지만, 파장은 폭발적이었다.

독일 우주상황인식센터(GSSAC) 소속 글로벌 센티넬 2022 훈련 참가자들이 가상의 대위성 무기 공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우주 쓰레기 파편을 모니터링하고 추적·평가하고 있다. [미 우주사령부 제공]
독일 우주상황인식센터(GSSAC) 소속 글로벌 센티넬 2022 훈련 참가자들이 가상의 대위성 무기 공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우주 쓰레기 파편을 모니터링하고 추적·평가하고 있다. [미 우주사령부 제공]

2007년 1월 중국은 자국의 펑윈 1C(FY-1C) 극 궤도 기상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했다. 이 조치는 지구 저궤도(LEO)를 수천 개의 우주 파편으로 뒤덮었을 뿐만 아니라 실전 운용이 가능한 대위성(ASAT) 무기와 베이징의 전략적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우주 탐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지구 궤도는 무력과시의 전장이자 새로운 우주 대치의 출발점이 됐다.

군사 분석가들은 지구 상공 864km에 위치해 냉장고 크기의 표적을 정확히 파괴한 중국 지상 발사 미사일의 정밀함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시험은 위성을 직접 타격, 파괴할 수 있는 중국의 직접 상승형 대위성 공격 역량을 입증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아시아 프로그램의 마이클 D. 스웨인 전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세계 평화와 발전,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자국의 거듭된 약속을 저버리고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타격으로 우주가 오직 평화적인 영역으로만 기능하던 시대를 사실상 종식시켰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중국의 대위성 공격 역량 추구를 향후 워싱턴과의 군사적·정치적 분쟁 시 판세를 대등하게 만들려는 시도로 보았다. 특히 미국이 군사위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올렉산드르 안토뉴크 우크라이나 안보 전문가는 “우주 및 위성 통제권을 장악하는 주체가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상호 대등한 세력 균형을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글로벌 패권국 지위를 노리는 중국은 현재 우주 기술 분야에서 대미 격차를 좁히고자 러시아의 자원 기반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안토뉴크는 "중국은 러시아 연방의 자원, 과학적 기술 성과, 영토 및 우주기지를 활용하며 러시아를 대리 세력으로 적극 이용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고도로 발달한 우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나, 자력으로는 더 이상 우주 역량을 재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향후 5년 내 중국은 인공지능 기반 우주 데이터 센터를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 국유 기업인 중국항공과학기술회사(CASC)는 이와 관련해 "기가와트(GW)급 우주 디지털 지능형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설은 클라우드와 엣지, 단말 기능을 융합해 궤도 상에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고, 국가안보 및 군사 조직 등 다양한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나아가 베이징은 오는 2045년까지 중국을 "세계 선도적 우주 강국"으로 성장시켜 지배적 위치를 점해온 미국을 밀어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주 전쟁의 역학 관계

2019년 6월 나토(NATO) 동맹국이 새로이 부상하는 우주 기반 위협을 상세히 다룬 포괄적 우주 정책을 채택했다.

나토는 “잠재적 적국들”이 우주 자산을 겨냥한 무력화 기술인 광학 센서 실명화, 레이저 교란, 위성항법시스템신호 위조, 전파 교란은 물론 직접 상승형 대위성 미사일, 공궤도 시스템, 레이더·전자기 무기 등 각종 대우주 공격 체계를 개발하고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2024년 미 우주군은 중국의 실험용 위성 시얀-24C 3기와 또 다른 실험용 우주물체 시잔-6 05A/B 2기가 관여된 지구 저궤도에서의 일련의 기동을 감시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미 우주군 차장을 역임한 마이클 A. 기틀라인 대장은 "우리는 이를 '우주에서의 공중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국들이 "위성 대 위성 방식의 우주 공중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틀라인 대장의 이 같은 발언은 우주 표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이러한 기술이 현실화될 경우 위성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어 통신 및 미사일 유도 체계를 포함한 군사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위성항법 시스템의 교란은 전 세계 금융·은행 시스템을 흔들고 인터넷 인프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항공, 통신, 농업, 물류, 과학에서 보건의료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산업 분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지구 궤도 상에서 정상 작동 중인 인공위성은 약 15,200기에 달한다.

또한 약 1억 3,000만 개의 우주 쓰레기 파편이 함께 궤도를 돌고 있다. 이들 파편은 1밀리미터 크기의 미세한 입자부터 임무를 마친 로켓 상단부나 폐기된 우주선과 같은 대형 물체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동시에 지구를 선회하고 있다. 초속 약 7~8킬로미터에 달하는 고속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우주 임무 수행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인공위성의 절반 이상은 나토(NATO) 회원국이나 동맹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나토 동맹국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국가안보 임무와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점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2년 전 이들은 러시아발 안보 위협과 정면으로 마주한 바 있다.

궤도 상의 핵무기

2024년 2월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대위성 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장치가 궤도에서 폭발할 경우 지구 저궤도에 있는 수백 기의 위성이 동시에 무력화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분야의 인프라에 광범위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당국은 해당 핵무기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의 시험 위성 코스모스-2553(Kosmos-2553)이 2022년 2월 발사된 이후 이미 2년 이상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러시아가 여전히 ‘우주판 진주만 공습’을 유발할 수 있는 대위성 핵무기를 배치하려 한다는 보고가 잇따라 제기됐다. 이 표현은 원래 2001년 럼스펠드 우주위원회 보고서에서 대중화된 것으로, 1941년 미국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끌어들인 진주만 공격에 비견되는 수준의, 위성 인프라에 대한 기습적이고 파괴적인 대규모 타격을 의미한다.

스티븐 화이팅 미 우주사령부 사령관은 잠재적인 우주판 진주만 공습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러시아를 분쟁 초기 단계에서 지구 저궤도 자산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우주 강국으로 평가했다. 이와 동시에 군 고위 지도자들은 우주 기반 자산의 마비가 항공, 통신, 글로벌 금융망 등 민간 핵심 인프라를 완전히 마비시켜 광범위한 체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화이팅 사령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의 고가치 정부 위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실전 배치용 대위성 무기를 실제로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2026년 3월, 미 우주사령부는 궤도 상의 위성 인프라를 겨냥한 가상의 대량살상무기 투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최초의 극비 지휘소 연습(CPX)인 ‘아폴로 인사이트’를 실시했다. 국방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날로 고조되는 러시아의 대위성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우려가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밀 훈련에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을 비롯해 전 세계 62개 민간 우주 기업 대표들도 참여했다.

러시아의 우주 강압 및 군사 행동은 전장 통신을 유지하는 데 있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같은 민간 위성 네트워크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훈련 참가자는 지구 저궤도에서 핵 폭발이 발생할 경우 수천 기의 위성이 무력화되거나 파괴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군사와 민간의 감시 및 통신망 전반에 심각한 마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지구 저궤도의 일부 구역은 최대 1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남게 될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미국의 최첨단 정보·정찰 위성을 추적·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른바 정체불명의 위성 여러 기를 이미 궤도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주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모든 행위는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 제4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행위는 이미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우주의 평화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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