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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복원력, 전략적 보험으로 부상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시스템이 경제안보의 핵식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국 정부에는 기술 혁신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비상시 대체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2024년 10월 18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TSMC) 공장을 촬영한 항공사진. [CFOTO/누르포토/AFP]
2024년 10월 18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TSMC) 공장을 촬영한 항공사진. [CFOTO/누르포토/AFP]

글로벌 워치 |

첨단 기술은 이제 현대 권력의 핵심 기반이 됐다.

반도체는 휴대전화와 자동차, 데이터센터, 무기체계뿐 아니라 금융·의료·물류·국방 분야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다. 앞서 대만을 세계 경제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지목한 분석은 이러한 의존이 수반하는 위험을 부각시켰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암호화와 센싱, 고속 연산 분야에 미칠 장기적 파급력 때문에 각국 정부는 이를 전략 기술로 다루고 있다.

2026년의 쟁점은 각국이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이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관건은 공급망의 병목 지점을 줄이고, 민감한 기술 역량을 보호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 혁신의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024년 10월 18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TSMC) 공장을 촬영한 항공사진. [CFOTO/누르포토/AFP]
2024년 10월 18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TSMC) 공장을 촬영한 항공사진. [CFOTO/누르포토/AFP]

좁아지는 공급망

반도체 가치사슬은 전 세계에 걸쳐 형성돼 있지만, 고르게 분산돼 있지는 않다.

일부 국가는 설계 분야를 주도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은 노광 장비와 메모리, 패키징, 소재, 첨단 제조 공정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화된 분업 구조는 비용을 낮추고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공급망의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팬데믹 시기의 공급 부족 사태, 수출통제 갈등, 그리고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그 한계가 더욱 분명해졌다.

대만은 여전히 가장 뚜렷한 우려 요인으로 남아 있다. 대만 반도체 산업이 특히 첨단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자산업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제기된 지역 정세 분석에서도 대만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가 소비자 전자제품과 자동차, 첨단 군사 시스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곧 공급망 차질이 필연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대만해협에서의 위기, 자연재해, 혹은 장기적인 봉쇄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충격이 특정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OECD도 2025년 반도체 가치사슬 분석 보고서에서 특정 핵심 요소의 집중과 전문화된 경제 구조, 무역 의존도가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유사한 결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OECD는 해법이 고립이 아니라 정보 공유 강화와 공급망 다변화, 국제 협력 확대에 있다며 관련 조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러한 균형이 이제 정책 방향을 규정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시스템, 양자 기술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수출통제와 투자 심사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분절될 경우 비용 부담은 커지고 연구개발 속도는 둔화되며, 기업들은 효율성과 보안성이 떨어질 수 있는 중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통제는 미국 정책 기조를 잘 보여준다. 로이터는 2026년 5월 보도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 밖에 본사를 둔 중국계 기업들과 관련된 허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 조치는 민감 기술이 직접 거래뿐 아리나 자회사나 제3국 경로를 통해서도 쉽게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맹국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복원력, 실질적 과제로 부상

각국 정부는 재정 지원과 규제 강화, 파트너십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앞세워 제조와 연구, 패키징 역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연방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에는 생산 인센티브와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포함돼 있다. 이 정책이 모든 해법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싱턴과 동맹국 기업들이 워험을 관리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를 넓혀주고 있다.

유럽도 처한 여건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반도체법은 EU의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EU의 점유율을 두 배 수준인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이터는 2026년 6월 보도에서 유럽이 수요 확대와 스타트업 반도체, 공공조달에 더 무게를 둔 정책 재정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과 한국도 여기에 보안적 역할을 더하고 있다. 일본은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한국은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거점이다. 인도는 전자제품 제조와 설계, 반도체 프로젝트에서 더 큰 역할을 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런 노력만으로 대만을 대체하거나 의존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다만 함께 추진될 경우 단일 장애 지점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같은 논리는 반도체를 넘어 다른 첨단기술 분야에도 적용된다. AI에는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첨단 프로세서, 안전한 소프트웨어 공급망이 필수적이다. 양자 연구는 특수 하드웨어와 전문 인력, 자금 지원에 크게 의존한다. 또한 첨단 기술이 알고리즘뿐 아니라 소재에도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핵심 광물 역시 이 논의에서 빠질 수 없다.

미국과 동맹국에 가장 효과적인 접근 방식은 안보 명분으로 포장한 경제 민족주의가 아니다.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개방적 협력을 유지하면서 선별적 보호를 병행하는 것이다.

이는 민감한 기술 역량을 보호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제권 전반으로 생산 기반을 확대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상업적 혁신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복원력에는 비용이 따른다. 추가 생산 능력과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 확보는 적시생산에 기반한 기존 세계화만큼 비용이 효율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대비하지 않았을 때의 대가는 더 크다. 핵심 기술 복원력은 완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않지만 필수적인 전략적 보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향후 10년을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맞이할 국가는 잘못된 선택 구도를 피해 갈 것이다. 반드시 보호해야 할 것은 지키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공유하며, 압박 상황에서도 경제와 방위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체 역량을 갗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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