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 더 큰 시험대에 오르다

뉴델리의 다중 동맹 전략은 그동안 인도의 외교적 지렛대를 확장해 주었으나, 대러시아 노출도의 심화, 브릭스(BRICS) 내부의 분열, 그리고 불안정한 에너지 수송로는 인도가 고수해 온 전략적 모호성의 비용을 높이고 있다.

2026년 5월 16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환전소에서 한 남성이 인도 100루피 지폐와 미국 1달러 지폐를 들고 있다. [노아 실람/AFP]
2026년 5월 16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환전소에서 한 남성이 인도 100루피 지폐와 미국 1달러 지폐를 들고 있다. [노아 실람/AFP]

글로벌 워치 |

인도의 외교 정책은 이미 냉전시대의 비동맹주의를 훨씬 뛰어넘는 단계로 진입했다.

오늘날 뉴델리는 대립하는 진영들을 넘나들며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고 브릭스(BRICS) 외교에 동참하는 한편, 국방 자립도를 확장하는 동시에 미국, 일본, 호주,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가 단순히 적대적인 패권국들에게 자리를 내주기보다 여전히 변화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복잡한 글로벌 질서 속에서, 인도는 정교하게 자국의 항로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전략은 인도에 폭넓은 외교적 기동 공간을 제공해 왔지만, 동시에 점차 커지는 안보적 위험성 역시 수반하고 있다.

한때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뒷받침하는 듯했던 일부 대외 관계들이, 이제는 역설적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 압박과 에너지 충격, 그리고 외교적 모순에 인도를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취약점이 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해상 안보, 그리고 첨단 기술 규범을 선점하려는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됨에 따라, 인도가 짊어져야 할 지정학적 위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6년 5월 18일 인도 바라나시의 무더운 여름날 한 남성이 수레에 냉풍기들을 싣고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니하리카 쿨카르니/AFP]
2026년 5월 18일 인도 바라나시의 무더운 여름날 한 남성이 수레에 냉풍기들을 싣고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니하리카 쿨카르니/AFP]

양면 전략과 충돌 위험

인도는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기조 전환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입 비용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제재 대상 공급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도 낳았다.

로이터 통신은 에너지 정보 분석업체 케플러(Kpler)의 자료를 인용해, 2025년 인도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러시아산이 약 35%를 차지한 반면, 미국산은 6.6%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의존도는 단순한 무역 문제를 넘어선다. 인도의 에너지 안보가 서방의 제재를 받고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와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도는 인도의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에 부합해 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뉴델리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적 균형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외교적 긴장 기류는 브릭스(BRICS) 체제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는 2026년 브릭스 의장국 지위를 확보하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신흥 개발도상국)의 우선과제들을 추진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개혁할 수 있는 강력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브릭스의 회원국 확대에 따라 내부적 합의 도출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실제로 뉴델리에서 개최된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는 중동 분쟁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공동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이러한 결과는 브릭스가 하나의 일관된 외교적 행위자로 기능하는 데 지닌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럼에도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국제기구가 오늘날의 현실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는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도 현 유엔(UN)의 의사결정 구조가 "지나간 시대"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러한 주장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거센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뉴델리가 균형 잡힌 외교적 입장을 유지하며 관리하려는 국제적 분쟁에 일부 브릭스 파트너국들이 직접적인 당사자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인도의 이러한 개혁주의 외교 노선은 점차 유지하기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에너지 안보 문제는 이 같은 실질적 난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핵심 해상 교통로를 통한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해상 물류의 흐름"이 지닌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는 해로 마비 사태가 전 세계 경제 안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인 인도의 입장에서 이 같은 해상 안보 원칙은 결국 개방된 해상 교통로와 규칙 기반 무역 체제 수호에 막대한 자산을 투자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의존 없는 결속

이러한 협력이 인도에 전략적 자율성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거나, 뉴델리가 특정 동맹의 종속적 파트너가 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인도가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적 기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개방된 시장과 해상 안보,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지지하는 국가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쿼드는 그러한 전략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제도적 틀을 제공한다.

쿼드 회원국인 인도, 미국, 일본, 호주는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동시에 해양 안보와 경제 및 기술 안보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으고 있다.

쿼드 체제는 공식적인 군사 동맹이 아니다. 이 점이 뉴델리에 외교적 유연성을 부여한다. 동시에 인도는 이 협의체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자연스럽게 긴밀한 연결망을 구축하고 있다.

기술 분야 협력 역시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iCET를 기반으로 발전한 미·인도 TRUST 이니셔티브는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핵심 광물, 바이오기술, 에너지, 우주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의 입장에서 이러한 첨단 산업 분야가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전략적 영향력이 더 이상 상징적 균형 외교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자본, 첨단 제조 역량, 안정적인 공급망이 국가 역량의 핵심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 연대와 더불어, 뉴델리는 자국의 방위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4~2025 회계연도 인도의 방산 생산액은 15조 4,000억 루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방산 수출 역시 2조 3,622억 루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으며, 이는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려는 뉴델리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다.

이러한 방산 제조 역량의 성장은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받쳐주는 버팀목이다. 다만 진정한 의미의 자급자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파트너십과 공급망의 다변화, 그리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안정적인 진출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인도의 외교 정책을 바라보는 핵심 질문은 이제 인도가 적대적인 양측 모두와 협력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인도는 이미 양측 모두와 협력할 능력을 갖췄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관계가 인도의 전략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어떤 관계가 경쟁국이나 제재 대상국들의 결정에 인도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인도가 국제 무대에서 독자적인 제3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현실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모든 파트너국과 기계적으로 전략적 거리두기를 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 제재와 해상 교통로 마비, 첨단 기술 경쟁이 휘몰아치는 이 격변의 시대에 인도의 외교적 지렛대는 결국 뉴델리의 독자적인 선택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역내 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들과의 한층 더 긴밀하고 실질적인 결속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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