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동향

신중한 안보 노선에 강경 기조 더하는 일본

도쿄는 전후 유지해 온 신중한 안보 기조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위협과 해양 압박, 경제적 취약성이 이제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역내 환경에 맞춰 이를 재편하고 있다.

모가미급 스텔스 호위함 나토리(JS Natori·FFM-9)가 2026년 5월 21일 나가사키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일본 해상자위대(JMSDF) 인도식과 자위함기 수여식을 마친 뒤 출항하고 있다. [폴 밀러/AFP]
모가미급 스텔스 호위함 나토리(JS Natori·FFM-9)가 2026년 5월 21일 나가사키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일본 해상자위대(JMSDF) 인도식과 자위함기 수여식을 마친 뒤 출항하고 있다. [폴 밀러/AFP]

글로벌 워치 |

일본의 방위 노선 전환은 더 이상 상징적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2026년 도쿄는 방위비 증액과 장거리 전력 배치, 안보 협력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러한 행보를 여전히 방어적 안보 태세의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중요한 것은 일본이 여러 안보 위험이 중첩된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대만 및 동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압박, 북방 지역에서의 러시아 활동, 그리고 일본 경제가 의존하는 에너지와 교역 물자의 통로인 해상교통로의 취약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그 결과 일본은 신중하지만 의미 있는 조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전후 정체성을 뒤집으려는 것이 아니라, 방어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절제가 곧 취약성으로 비칠 수 있는 역내 환경에서 그 정체성에 더 큰 신뢰성과 설득력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2026년 5월 20일 프로드론의 도야 슌스케 대표이사 겸 사장이 일본 나고야의 회사 연구시설에서 무장 드론 모형을 가리키고 있다. 일본은 2026년 방위예산에서 무인 방위체계에 약 8억5천만 달러를 배정하며 군사용 드론 역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엔드루 카바예로-레이놀즈/AFP]
2026년 5월 20일 프로드론의 도야 슌스케 대표이사 겸 사장이 일본 나고야의 회사 연구시설에서 무장 드론 모형을 가리키고 있다. 일본은 2026년 방위예산에서 무인 방위체계에 약 8억5천만 달러를 배정하며 군사용 드론 역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엔드루 카바예로-레이놀즈/AFP]

정교해지는 억제력

일본의 2026 회계연도 방위예산은 9조 엔을 넘어섰다. 이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5개년 계획의 일환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해당 예산에는 장거리 미사일과 무인체계, 실드(SHIELD) 관련 항목이 포함됐다. 이 실드 개념은 일본 남서부 도서 지역의 감시·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된 계획 단계의 무인체계망을 가리킨다.

이러한 투자는 일본이 2022년에 개정한 안보전략 문서에서 제시한 방향을 따른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스탠드오프 방어 역량'과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용어 선택은 전력 증강을 공세적 확장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면서도 공격을 억제하려는 도쿄의 의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구분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 헌법은 여전히 여론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반격 능력 확보를 향한 모든 움직임에는 신중한 설명이 요구된다.

그러나 전략적 논리는 명확하다. 적대 세력이 큰 위험 부담 없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억제력은 약화된다. 반대로 일본이 엄격한 정치적 통제 아래 상대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면, 군사적 압박이나 강압을 가하기는 훨씬 어려워진다.

2025년 샹그릴라 대화에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이 같은 접근 방식을 역내 안보 전략의 틀에서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들과 작전, 군수, 장비, 기술, 인도적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위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메시지는 일방적인 군사화가 아니라, 파트너국들과 협력해 실질적인 대응 역량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비슷한 결론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국제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일본의 국방비를 GDP 대비 2%까지 확대하는 방침을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안보정책 재조정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상당 부분 상징적이며 그 자체로 전력 공백을 해소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예산 증액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변화를 평가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집행해 실제 전력 증강으로 연결하느냐다.

조용히 확대되는 파트너십

일본의 안보 정책 역시 점차 협력망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일본 방위 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하고 있음에도 도쿄는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호주와 인도, 영국, 이탈리아, 그리고 유럽 기관들과의 협력은 일본의 외교·방산 선택지를 넓히고, 특정 협력 채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은 이러한 다변화 전략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에서 일본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의 주요 참여국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미일 동맹의 틀을 넘어 첨단 방위기술 분야에서 일본의 독자적인 역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2026년 에지윙(Edgewing)과 체결한 개발 계약은 이 사업이 구상 단계를 지나 실제 개발·생산 단계로 본격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에지윙은 BAE시스템스와 레오나르도, 일본항공기산업강화회사(JAIEC)가 합작해 설립한 글로벌 방산 기업이다.

쿼드(Quad) 역시 일본의 또 다른 실질적인 협력 채널이다.

2026년 5월 호주, 인도, 일본, 미국은 해양 안보와 항만 인프라, 에너지 안보, 핵심 광물 분야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들 국가가 채굴, 가공, 재활용 분야의 공급망 협력도 추진했으며, 이는 공급망 의존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집중되는 데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협력 의제가 일본에 중요한 이유는 안보가 더 이상 군사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보는 에너지 수송로와 항만, 반도체, 핵심 광물, 해상 보험,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도 교역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역량과도 직결된다.

쿼드 협력이 제3국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는 중국의 날 선 반응은 이 협력망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논쟁의 대상임을 보여준다.

더 큰 맥락에서 일본은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방위 역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급진적인 전략적 전환보다는 점진적 변화와 부담 분담, 그리고 파트너국들과의 조율 강화를 우선하고 있다.

위험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방위비 증액은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고, 반격 능력 은 잘못 해석될 수 있다. 기술 개발 프로그램은 사업 일정이 지연되거나 예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의존이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는 역내 안보 환경에서는 소극적 대응 역시 전략적 대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일본이 직면한 과제는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일이다.

예산은 실제 운용 가능한 역량으로 전환돼야 하고, 선언적인 협력 관계는 실질적인 공조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도쿄는 한층 날카로워진 방어적 기조가 여전히 절제와 안정, 개방적인 역내 교역 질서와 양립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댓글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