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왜 세계 정치는 정체되어 있지 않은가
구시대적 제도에 매달려 표류하는 서방이라는 서사는 민주주의 체제의 적응력과 회복력을 무시한다.
![2025년 9월 1일 톈진 메이장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운데)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오 타케쿠마/AFP]](/gc7/images/2025/09/23/52049-mod-370_237.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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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세계 정치는 변화가 거의 없는 시대에 들어섰고, 대중운동은 사라지며 이제는 소수 강대국 지도자들의 결정만이 세계를 좌우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시각은 종종 국가가 후원하는 서사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서방은 쇠퇴하고 러시아, 중국,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주도권과 주권을 쥔 부상세력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현대 지정학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세계 질서를 계속해서 형성하는 사상·제도·사람들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무시한다.
대중정치가 사라졌다는 주장과 달리, 집단행동의 영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평화 시위에서 인권운동에 이르기까지 대중 동원은 정책 변화를 견인하고 뿌리 깊은 권력구조에 도전한다. 이러한 운동이 항상 혁명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미래를 형성하는 데 있어 시민 참여의 지속적인 힘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에서는 선거, 옹호 활동, 시민운동을 통해 시민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통치가 책임성을 유지한다. 반면 권위주의 체제는 국민 참여를 국가적 과제에 활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종종 개인의 자유와 이견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체제에서 대중운동의 부재는 안정의 징후가 아니라 억압의 증상이다.
쇠퇴가 아니라 적응하는 서방
구시대적 제도에 매달려 표류한다는 서방의 서사는 민주주의 체제의 적응력과 회복력을 간과한다. 관료주의가 때로는 느려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투명성·책임성·협력을 위한 틀을 제공한다. 유럽연합(EU)과 유엔(UN) 같은 제도는 기후변화부터 분쟁 해결까지 세계적 과제를 다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서방의 혁신과 적응 능력은 기술, 과학, 인권 분야에서의 리더십에서 드러난다. 서방은 결코 정체되어 있지 않으며, 재생에너지, 인공지능, 글로벌 보건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미래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서방을 수동적 행위자로 그려내는 서사는 그 국민, 제도, 지도자들의 역동적인 기여를 간과한다.
수사 뒤에 숨은 현실
러시아와 중국은 종종 공세적인 국가로 묘사되지만, 그 궤적은 결코 단일하지 않다. 러시아의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드러난 공격적 외교정책은 러시아를 경제적·외교적으로 고립시켰다. 자국의 행위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서사는 확산되는 반대와 군사작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외면한다.
중국의 부상은 부정할 수 없지만, 중앙집권적 통치 모델은 경제 불안정, 인구 구조 변화,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비판 등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을 단일한 주도 세력으로 묘사하는 것은 장기적 안정을 위협하는 내부·외부 압박을 간과하는 것이다.
"큰 사상"이 세계 정치에서 사라졌다는 주장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자유, 평화, 혁신과 같은 사상은 여전히 발전을 이끌고 집단행동을 고무한다. 제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극적 세계의 복잡성에 대응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국제체제는 정체된 것이 아니라 국가, 지도자, 국민 간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정상회담과 연설이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지만, 협력·혁신·회복력이라는 근본적인 힘이야말로 세계 질서를 규정하는 진정한 요소다.
세계 정치가 단조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인식은 현대 세계의 생동감과 복잡성을 외면하는 것이다. 대중운동, 사상, 제도는 여전히 미래를 형성하는 중심축으로 남아 있으며, 지도자들은 통치와 외교의 도전을 헤쳐 나가고 있다.
서방은 표류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인도는 단일한 힘이 아니라 각각 내부와 외부의 압박 속에서 씨름하는 국가들이다. 세력 균형은 고정된 방정식이 아니라 행위자와 사상의 역동적 상호작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