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헤즈볼라의 저무는 해, 레바논의 떠오르는 해
이란 정권이 붕괴되고 헤즈볼라가 고립된 가운데, 레바논은 국가의 무기 통제권을 되찾고 수십 년간 이어진 무장 세력의 장악력을 약화할 수 있는 이례적인 기회를 맞고 있다.
![2026년 4월 28일 휴전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이 재개된 가운데 레바논 베이루트 아슈라피예 지역에 걸려있는 레바논 대통령 조제프 아운의 포스터. [조셉 이드/AFP]](/gc7/images/2026/05/21/56037-afp__20260428__a97f264__v1__highres__lebanonisraeliranuswar-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과거 전쟁의 메아리가 여전히 레바논 전역에 짙게 맴돌고 있다. 레바논은 오랜 기간 역내 강대국 간 경쟁과 내부 분열, 그리고 국가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 활동하는 무장 세력 등을 둘러싼 고질적 문제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레바논은 매우 이례적인 기회와 마주하고 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벌어진 치명적인 분쟁은 레바논 정세의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재개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은 레바논의 안보 지형을 재편해 나가고 있으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을 점점 더 격화되는 군사·정치적 압박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휴전 이후인 2025년 1월 선출된 조제프 아운 대통령은 그동안 좀처럼 진척되지 못했던 핵심 과제인 국가의 무기 사용 독점권 회복을 신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추진해 왔다.
![2026년 5월 1일 레바논 남부 샤마 지역에서 이스라엘 통제하에 실행된 폭파 작전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티레 일대에서 포착됐다. [카우나트 하지우/AFP]](/gc7/images/2026/05/21/56038-afp__20260501__a9kq4z8__v1__highres__lebanonisraeliranuswar-370_237.webp)
이러한 노력은 변화된 역내 환경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란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은 테헤란 당국이 대리 세력 네트워크에 자금을 지원하고 무기를 공급하며 이를 지휘·운용하는 역량을 크게 위축시켰다. 여기에 시리아 정세의 급변과 국경 간 이동 경로에 대한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헤즈볼라의 보급망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그 결과, 레바논 내부에서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해당 조직은 과거 무장 해제 논의가 한창이던 당시보다 재정·정치·전략적 제약이 한층 강화된 상태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레바논 정부는 무력 통제권을 다시 국가로 환수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으며, 군 당국에 해당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레바논의 주권 재확립 시도로, 상당한 난관이 남아 있다. 헤즈볼라는 여전히 레바논의 정치 체제와 지역 사회, 복지 네트워크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헤즈볼라의 전략적 고립 상태
이 조직이 의존해 온 외부 생명줄은 중요한 시점에 약화됐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분석가들은 헤즈볼라의 행동 범위가 급격히 좁아졌으며, 그 결과 레바논의 무장 해제 논의가 한창이던 당시보다 지리적·정치적으로 더욱 고립된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제프 아운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레바논에 주어진 역사적 기회로 규정했다. 그는 정치권에 "이 역사적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촉구하며 "무기는 오직 군과 치안 당국이 독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처음으로 레바논 정치권과 상당수 국민이 하나의 절박한 과제를 중심으로 점차 의견을 모아가는 모습이다. 그것은 무기와 안보에 대한 독점적 통제 권한은 오직 국가에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치적 모멘텀은 레바논의 취약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남부 지역의 재건과 국가 전반의 경제 회복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걸프 국가들의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역내 안정과 에너지 안보, 투자자 신뢰를 둘러싼 위험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레바논군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단기 성과를 겨냥한 재건 사업이 함께 추진되면 헤즈볼라가 소외된 지역 사회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공급원으로 자리 잡을 여지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조건 없이 제공되지 않는다. 베이루트가 회복에 필요한 수준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개혁의 진전 상황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측정 가능해야 하며, 신뢰할 수 있는 거버넌스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제 촉구에 나선 유럽
유럽 각국은 우려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다른 유럽 파트너국은 레바논의 주권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외교적 해법과 긴장 완화, 인도적 필요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독일 당국은 레바논의 주권을 위해서는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유엔 평화유지 임무의 범위를 넘어 레바논군에 대한 지원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지 표명은 레바논의 회복이 또 다른 내부 충돌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국가 권위를 회복하는 데 달려 있다는 서방 진영의 전반적인 인식을 반영한다.
앞으로 나아갈 길은 전혀 보장돼 있지 않다. 헤즈볼라는 무장 해제 압박을 거부하며, 이러한 조치가 레바논이 아닌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해 왔다.
이 조직은 정치적 영향력과 지역 네트워크, 지지층 동원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정부나 군, 또는 외부 세력의 그 어떤 작은 오판 하나만으로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고, 지금 레바논 앞에 열린 이 불안정한 기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지원 약화와 경제적 압박, 국내적 모멘텀이 맞물린 현재의 흐름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선다. 검증 가능한 성과를 기준으로 한 선별적 안보·경제 지원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관여가 지속된다면, 레바논은 대리 세력 시대의 분열을 벗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맞게 된다.
앞으로 몇 달이 이번 기회가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기존 권력 구조의 약화는 대화와 개혁, 국가 주권의 재확립을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
레바논이 단호한 행동에 나선다면, 현재의 위기는 오히려 이례적인 재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국가 기관의 역량 강화와 외부 개입의 축소, 실질적인 국가적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