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목재 수출 급증, 참혹한 결과 초래
크렘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러시아 산림은 전시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 걸쳐 심각한 환경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2023년 2월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이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 지역의 우스티안스키 목재 단지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알렉산드르 류민/스푸트니크/AFP]](/gc7/images/2026/04/16/55384-afp__20230210__338x8d7__v1__highres__russiapoliticsputin-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전비는 석유, 가스, 금속뿐 아니라 덜 주목받는 산업에도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목재 산업이 이에 해당한다.
모스크바가 가용 재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러시아의 방대한 산림 자원은 전시 경제를 떠받치는 구조 속으로 깊이 편입되고 있다.이는 크렘린의 전쟁 수행을 지탱하는 다른 병참 자원 네트워크와도 긴밀히 맞물린다.
이 같은 흐름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무역 사안처럼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러시아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 산림 면적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러시아의 대규모 벌목 확대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2021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볼로그다 인근 산림 벌채 현장에서 기계가 벌목된 목재를 쌓아 올리고 있다. [디미타르 딜코프/AFP]](/gc7/images/2026/04/16/55387-afp__20210324__96h3hm__v1__highres__reportagesurlesecteurduboisavologda-370_237.webp)
러시아 내 벌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수록 그 피해는 해당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를 부추기고 탄소 배출을 증가시키며 전 지구적 산림 파괴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돈벌이 수단이 된 산림
크렘린은 전쟁을 위해 막대한 전비를 투입하는 한편, 수출이 가능한 모든 산업 분야를 동원해 가용 자원으로부터 수익을 한계치까지 쥐어짜고 있다.
2024년 9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 국방 예산을 13조 5,000억 루블(약 25조 4,317억 원)로 대폭 증액했으며, 이는 전년보다 25% 증가한 규모이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준으로 냉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전시 체제 하에서 목재 산업과 같은 분야는 정치권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서방의 제재 압박 속에서 중국은 러시아의 핵심 경제적 생명선으로 부상했다. 베이징은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해 자원 중심의 대외 협력 관계를 한층 심화하고 있다.
2024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448억 달러(약 362조 1,858억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목재를 포함한 원자재는 러시아 수출 시장이 동쪽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유럽 시장이 축소되거나 사실상 폐쇄되면서 러시아산 목재 수출은 중국과 기타 대체 시장으로 더 많이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코 깨끗한 거래가 아니다. 러시아 당국과 환경 단체들은 수년간 중국으로 향하는 목재 수출이 불법적이고 파괴적인 벌채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경고해 왔다.
지난 2019년 드미트리 코빌킨 전임 천연자원부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중국 구매자들이 불법 목재를 매입하고, 그로 인한 환경적, 경제적 피해는 러시아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와서 (불법) 목재를 모조리 사들여 가고 처리는 우리에게 떠넘긴다"고 말하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러시아 산림 부문, 특히 극동 지역의 산림 산업 전반이 구조적으로 “깊이 범죄화돼 있다”고 지적하며, 부실한 법 집행이 대규모 불법 벌채를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은 이러한 문제들을 더욱 통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서방의 경제 제재는 러시아산 목재를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대신 유통 경로만 바꿔 놓는 데 그쳤다. 러시아산 목재는 시장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 훨씬 더 불투명한 공급망 속으로 파고들었고 그만큼 단속과 감시는 더 어려워졌다.
러시아를 넘어 확산되는 피해
이 같은 유통 경로 변화는 이제 국제적 위험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2025년 1월 조사 전문 기관 어스사이트(Earthsight)는 '피로 물든 자작나무(Blood-stained Birch)'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22년 중반 이후 약 15억 유로(약 2조 5,873억 원) 규모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및 벨라루스산 자작나무 합판이 중국·카자흐스탄·터키 등을 경유해 원산지가 세탁된 뒤 유럽 구매자들에게 유입되고 있음을 밝혔다.
월드 포레스트 ID(World Forest ID) 역시 러시아산 자작나무 제품이 2차 공급망을 거치며 실제 원산지를 교묘히 은폐하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는 유사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해 경고했다.
이 같은 불투명한 공급망과 원산지 세탁은 이중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전시 경제 구조는 모스크바로 하여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모든 천연자원을 무분별하게 동원하도록 부추긴다.
둘째, 우회적인 무역 경로로는 규제 당국과 수입업체, 소비자가 목재 제품의 실제 원산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또한 연구자들은 이번 전쟁이 목재 무역 구조를 어떻게 재편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2025년 10월 학술지 'Forest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산 목재 공급 구조에 혼란을 초래하고 시장 변동성을 키웠으며, 중국 구매자들이 목재 조달 방식을 재조정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혼란이 반드시 산림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전쟁 상황의 불안정성은 생산자들이 자원을 더욱 신속하게 채취하고, 낮은 가격에 처분하며, 느슨해진 감시망을 악용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
이 같은 사안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러시아 산림은 전시 경제 체제와 별개가 아니라, 그 일부로 기능하고 있다.
크렘린이 자금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한, 목재는 여전히 경제적 유용성과 정치적 편의성을 지닌 중요한 자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는 환경 파괴 또한 계속 확산될 것임을 의미한다. 러시아 산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지역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전쟁과 무역, 느슨해진 법 집행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전 지구적 산림 파괴를 부추기는 더 큰 체계의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