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푸틴 주도 전쟁의 실제 대가, 러시아 가정에 직격탄

전장 관련 뉴스 헤드라인과 달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원 고갈과 의료 체계 압박, 장기적 불안을 초래하며 국내 일상을 소리 없이 바꿔놓고 있다.

2026년 2월 14일 모스크바 이즈마일로보 시장의 길목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엑토르 레타말/AFP]
2026년 2월 14일 모스크바 이즈마일로보 시장의 길목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엑토르 레타말/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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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지출이 러시아 국가 예산의 약 40%를 집어삼키면서, 약국에서 약을 찾기 어려워지고 물가는 치솟는 데다 의료 체계마저 한계에 다다르는 등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신속하고 영광스러운 승리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내 일상을 조용히 무너뜨리고 있다.

현재 러시아 경제는 풀가동 중인 군사 부문과 침체에 빠진 민간 부문 간 양극화된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인플레이션과 제재, 러시아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족 침체를 다룬 기존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국방비 지출 규모가 이제 교육, 보건, 사회 정책 분야의 전체 예산을 훌쩍 넘어섰다.

2026년 3월 19일 모스크바 환전소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이고르 이반코/AFP]
2026년 3월 19일 모스크바 환전소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이고르 이반코/AFP]

경제적 압박 심화

한때 연금과 위기 대응을 위한 안전망 역할을 해온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가 2022년 이후 3분의 2가량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초 기록적인 재정 적자로 증세와 지출 삭감이 불가피하게 시행됐고, 그 결과 가계가 가장 큰 직격탄을 맞았다.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240만 명의 인력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때 공장과 병원의 핵심 인력이었던 젊은 남성들이 군 복무 보너스에 이끌려 군으로 유입되면서 민간 임금과 물가 상승을 동시에 가속화하고 있다.

2024년 공식 발표된 물가상승률은 9.5%를 기록했으나, 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체감 물가상승률이 16%에 육박한다고 보고 있다.

연금과 공공 부문 급여는 버터와 달걀, 수입품 등 생필품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에 크게 뒤쳐지고 있다.

최소 150만 명의 노동 인력이 해외 이주와 사망, 부상 등으로 이탈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81%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 유입이 급감하면서, 기업들은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역 군인들의 복귀로 의사와 치료 인력,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이미 한계에 내몰린 사회 시스템이 더욱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의료 위기

이 같은 의료 체계 위기가 초래한 고통은 병원과 약국 등 현장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되고 있다.

제재와 예산 재배분으로 인슐린과 항암제 등 필수 의약품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수입 의약품에 대한 연방 정부 지원이 650억 루블이 삭감됐으며, 해당 재원이 전쟁 수행에 전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2025년 말 당시 여러 지역 약국에서 의약품 품절 사태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됐으며, 환자들의 민원 제기도 전년 대비 19%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뇨병 환자와 암 투병 환자들은 약을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고도, 결국 약이 없다는 통보를 받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주요 의료 인력은 더 높은 급여를 보장하는 군수 분야 일자리로 옮기거나 해외로 이주하고 있으며, 공공 부문 예산이 정체된 가운데 군수 기업들은 기존보다 30~60% 높은 임금을 제시하며 인재를 끌어오고 있다.

2019년부터 2025년 사이 항우울제 판매량은 거의 세 배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2,200만 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전문가 스타니슬라프 스탄스키흐는 이러한 항우울제 판매 급증이 전쟁에서 비롯된 "더 광범위한 경제적·사회적 충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OSW 동방연구센터(Centre for Eastern Studies)는 공공 서비스의 "만성적 위기"가 재정 부족과 인력 유출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와 테헤란 간 협력 강화는 러시아 내 의료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란과의 관계 밀착과 공급망 재편을 위해 투입되는 모든 루블은 러시아 병원과 약국에 쓰여야 할 몫으로 그만큼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루블화 강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필수 의약품 원료를 포함한 민간 수입품 조달이 더욱 압박을 받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과 애틀랜틱카운슬의 정치 분석가들은 이른바 '총이냐 버터냐', 즉 군사와 민생 간 예산을 맞바꾸는 선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제 민간 부문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푸틴의 대외 군사 행보로 인한 대가는 결국, 끝내 공급되지 않는 의약품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러시아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전쟁의 실제 대가는 전장 지도에 나타나는 성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약이 바닥난 약장과 지쳐버린 의사들, 그리고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거나 자국을 떠난 러시아의 젊은 세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크렘린 선전 매체들이 대외 동맹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반 러시아 국민들은 더 혹독한 겨울과 길어진 대기 행렬, 그리고 수명 단축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를 더욱 강한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됐던 이 전쟁은 의료 처방과 연금 지급, 병상 등 일상의 기반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오히려 러시아 내부를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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