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감시
아바나 쓰레기 대란, 정부 기능 마비 드러내
쿠바 수도에서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도시 전역을 잠식하면서, 아바나는 사실상 공중보건 위기 국면으로 급속히 접어들고 있다.
![2026년 2월 23일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한 거리에서 '쓰레기 투기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벽 옆에 한 남성이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야밀 라헤/AFP]](/gc7/images/2026/03/03/54831-afp__20260223__98nf2nj__v1__highres__cubauscrisis-370_237.webp)
글로벌 워치 |
폐기물 처리 시스템 붕괴로 도시 전역에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아바나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바나 시 당국과 공영 매체에 따르면, 연료 부족으로 아바나의 쓰레기 수거 차량 106대 가운데 44대만 운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도시 전역의 쓰레기 수거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 같은 도시 전역의 기능 마비가 한 번 시작되면 수일간 이어진다고 전했다.
아바나 주민 호세 라몬 크루스는 로이터통신에 "도시 전체가 이런 상황이다"라고 말하며 "쓰레기차가 다녀간 지 10일이 넘었다"고 덧붙였다.
![2025년 11월 20일 헤수스 마리아 지역 주민들이 아바나의 한 거리에서 쌓여 있는 쓰레기 옆을 지나가고 있다. [아델베르토 로케/AFP]](/gc7/images/2026/03/03/54832-afp__20251120__84n873h__v1__highres__cubahealthepidemicchikungunya-370_237.webp)
로이터통신은 사용한 비닐봉지와 병, 음식물 찌꺼기로 가득 찬 쓰레기 더미에서 파리 떼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하면서, 길거리 시민들과 운전자들이 이 같은 '거대한 쓰레기 산'을 피해 어쩔 수 없이 길을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눈앞의 혼란을 넘어, 아바나의 위생 시스템 붕괴는 도시 운영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쿠바 정부는 외부 지원에 기대 생존해 왔다. 처음에는소련의 지원이, 이후에는 막대한 보조금이 투입된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국가의 생명줄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버팀목이 사라지자 쓰레기 수거를 시작으로 필수 공공 서비스들이 잇따라 마비되고 있다.
이 같은 연료 부족 사태가 국가 경제 전반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항공유 부족으로 쿠바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관광 산업이 치명타를 입었다. AP통신은 쿠바 당국이 재급유를 원하는 항공기에 공급할 제트 연료가 없다고 밝히자 캐나다 여러 항공사가 쿠바행 항공편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운영 체계 붕괴
쿠바 정부는 필수 공공서비스의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배급제를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와 배급제는 겉으로 드러난 쓰레기 더미를 일시적으로 줄일 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인 쓰레기 수거 역량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같은 양상은 중앙집권적 통제와 외부 지원 의존이 맞물려 무너지기 쉬운 체제 모델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국가를 지탱해온 생명선이 약화되는 순간 버틸 여력은 사라지고, 체제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번 위기는 자원 부족이 심화될 경우 국가의 기본 행정 기능마저 흔들린다는 인과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도시 길가에 쌓인 쓰레기는 단순한 위생 관리 실패를 넘어 국가 시스템 붕괴의 명백한 증거이며, 그 혹독한 대가는 보통 쿠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