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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활동가 가족까지 탄압 확대

홍콩 당국의 반체제 인사 탄압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홍콩 법원은 해외로 도피해 수배 중인 민주화 활동가의 부친에게 보험금 관련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당국이 활동가 가족을 국가안보수호조례 위반 혐의로 처벌한 첫 사례다.

2025년 12월 15일 홍콩 웨스트카오룽 법원 밖에서 무장 경찰이 장갑차 옆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법원에서는 언론재벌 지미 라이의 국가안보 재판이 진행됐다. [렁 만 헤이/AFP]
2025년 12월 15일 홍콩 웨스트카오룽 법원 밖에서 무장 경찰이 장갑차 옆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법원에서는 언론재벌 지미 라이의 국가안보 재판이 진행됐다. [렁 만 헤이/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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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당국의 반체제 인사 탄압이 한층 거세지는 가운데, 홍콩 법원이 2월 26일 수배 중인 활동가의 부친에게 국가안보수호조례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해외 도피 중인 딸의 보험을 해지하고 자금을 인출하려다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민주화 운동가 애나 궉(Anna Kwok)의 아버지인 궉인상(Kwok Yin-sang)은 2월 중순 딸의 보험 자금을 인출하려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사례는 해외 활동가의 가족이 홍콩 국가안보수호조례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로, 민주 진영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베이징의 탄압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궉인상의 유죄 판결은 언론 거물 지미 라이가 폐간된 신문 '빈과일보'를 통해 민주화 관련 자료를 출판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지 불과 며칠 만에 내려졌다.

2025년 5월 20일 홍콩 고등법원에서 보석이 허가된 뒤 궉인상(왼쪽)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토미 왕/AFP]
2025년 5월 20일 홍콩 고등법원에서 보석이 허가된 뒤 궉인상(왼쪽)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토미 왕/AFP]

일련의 사례들은 홍콩 당국이 반체제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어떠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5년 4월, 궉인상(69)은 1997년 딸 명의로 가입한 보험 상품에서 자금을 인출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88,609홍콩달러(11,342달러/ 약 1600만 원) 상당의 보험은 애나 궉이 18세가 된 이후 줄곧 그녀의 명의로 유지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당국은 궉 씨의 행위가 해외 도피자의 자산을 처분하려 한 시도에 해당하며, 이는 홍콩 국가안보수호조례(제23조) 위반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재판을 맡은 청림치 판사는 궉 씨가 “딸이 도주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궉 씨 측 변호인 스티븐 관은 해당 자금이 딸에게 전달될 목적이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변호인은 인출 금액이 미미하며 궉 씨에게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초국가적 탄압

홍콩과 베이징 당국이 궉 씨의 가족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들이 자행해온 광범위한초국가적 탄압의 일환이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다수의 활동가가 체포되거나 침묵을 강요받았으며, 적지 않은 이들이 해외로 망명길에 올랐다. 애나 궉과 같은 해외 도피자들은 당국이 역외 관할권을 앞세워 가하는 지속적인 괴롭힘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2025년 미국은 해당 법을 동원해 해외 활동가들을 탄압한 관리 6명을 제재했다. 이에 베이징은 미국 인사들에 대한 보복 제재를 단행하며 긴장 수위를 한층 높였다.

궉인상에 대한 유죄 판결은 반체제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홍콩 당국이 얼마나 극단적인 조치까지 서슴지 않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국은 가족을 표적으로 삼아 인간관계를 무기화함으로써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 이는 홍콩의 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다.

한때 자유 표현의 중심지였던 홍콩은 이제 권위주의적 통치로 인한 제도적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이번 사건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다. 이러한 탄압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행위이며,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는 이 같은 인권 유린을 좌시하지 말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공동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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