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이슈

파키스탄의 디지털 격차: 연결망 구축의 과제와 새로운 성장 기회

파키스탄의 디지털 연결성 확보 경쟁은 모바일의 급성장과 고정형 광대역의 부진이라는 양극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불균형은 농촌 지역의 소외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4년 8월 16일, 이슬라마바드에 위치한 파키스탄 통신위원회(PTA) 본부 인근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아미르 쿠레시/AFP]
2024년 8월 16일, 이슬라마바드에 위치한 파키스탄 통신위원회(PTA) 본부 인근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아미르 쿠레시/AFP]

글로벌 워치 |

파키스탄의 디지털 환경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모바일 기기 보급률은 90%를 넘어섰지만 유선 초고속 인터넷(브로드밴드) 보급률은 단 1%에 불과해 베트남이나 인도 등 주변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과도한 투자 비용과 까다로운 규제, 그리고 일관성 없는 세금 정책이 인프라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 국가데이터베이스등록청(NADRA)의 전 수장이자 디지털 신원 전문가인 타리크 말리크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면 안정적인 연결망과 포용적 금융 서비스, ‘원아이디(OneID)’ 같은 플랫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성별 격차 해소 노력의 결과,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여성 700만 명에게 디지털 ID를 신규 발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관련 보고서들은 파키스탄이 세계 디지털 시장에 합류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인프라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광케이블 보급률은 1%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급격한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 설비는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024년 8월 16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위치한 유폰(Ufone) 타워 빌딩에 해당 이동통신사의 로고가 걸려 있다. [아미르 쿠레시/AFP]
2024년 8월 16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위치한 유폰(Ufone) 타워 빌딩에 해당 이동통신사의 로고가 걸려 있다. [아미르 쿠레시/AFP]

글로벌 자문기관 ‘액세스 파트너십(Access Partnership)’은 파키스탄이 통신망 확충과 기술 교육에 투자할 경우 2030년까지 9조7,000억 루피(약 597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 파키스탄 국내총생산(GDP)의 19%에 해당한다. 해당 기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술 도입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고 운영 비용을 절감해 실질적 부가가치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인프라 부족

파키스탄의 통신 부문은 모바일 연결성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특히 4G 네트워크는 현재 전체 인구의 약 75%를 포괄한다.

그러나 광케이블망이 충분하지 않고 ‘티어4(Tier-4)’급 데이터 센터도 부족해 고속 인터넷 접속과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제약이 따른다.

기지국의 약 13.5%만이 광케이블로 연결돼 있으며 경제적 부담과 험준한 지형 탓에 농촌 지역의 통신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주파수 자원 부족과 달러화에 연동된 높은 경매 가격이 5G 도입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ICT 분석가 카필 쿠마르는 최근 발생한 통신 장애들이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약 30%에 달하는 IT 산업 성장 속도를 사회 기반 시설 발전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데이터 센터 역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빈번한 전력 중단은 서비스 운영 전반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23년 1월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는 기지국 4만 개를 동시에 마비시키며 파키스탄 통신 인프라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아민 울 하크 파키스탄 IT부 장관은 “국토의 약 35%에 인터넷 기반 시설이 구축되지 않았다”고 시인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촉구했다. 특히 신드주 여러 행정구역에 투입될 6억 루피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의 디지털 격차는 지리적 환경, 사회경제적 배경, 그리고 도시와 농촌 간 불균형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거주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른 정보 접근성 격차가 심각하다. 도시 거주자의 55%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반면 농촌 지역은 15%에 불과하다. 고소득 가구 보급률은 77%인 반면 저소득 가구는 27%에 그쳤다.

하버드대 미탈 연구소(Mittal Institute)는 보수적 관습에 따른 기술 수용 거부와 오지 지역의 불안정한 통신 환경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연구소는 효율적 국가 의사결정을 위해 성별이나 지역에 관계없는 공평한 디지털 접근성이 필수적이라고 경고했다. 이브라힘 아민 분석가 또한 통합 데이터 체계의 부재가 특정 계층 소외를 심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관성 없는 디지털 정책은 주파수 할당과 주요 전략 수립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미 5G 경매를 마친 101개국과 달리 여전히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5G 도입이 2년 지연될 경우 약 18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250억 달러 규모의 IT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주파수 경매 가격 인하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은 기업 투자 의지를 꺾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인근 국가 중 세 부담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파편화된 규제 체계가 디지털 무역 성장을 저해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파편화된 규제 체계 역시 디지털 산업 발전의 주요 걸림돌이다.

펀자브주의 토지 행정 디지털화와 신드주의 기술 협력 등 지방 정부 노력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실행의 불균형과 부처 간 협조 부족이 한계로 지적된다. 웨일스대 연구팀은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한 장벽이라며 기술 확산을 위해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새로운 기회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디지털 산업은 여전히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다.

파키스탄 통신 시장은 2024년 45억2,000만 달러에서 2029년 53억2,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기술 친화적인 젊은 인구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케이블망 확충과 데이터 센터 건립, 디지털 교육에 집중 투자할 경우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포용이 실현되면 국내총생산(GDP)이 36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국가데이터베이스등록청(NADRA)과 실시간 결제 시스템 ‘라아스트(Raast)’ 등 파키스탄의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를 게임 체인저로 평가했다. 다만 “지속적인 정치적 의지와 견고한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의 디지털 전환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모바일 접근성은 수백만 명을 연결했지만 고정 인프라, 규제, 디지털 포용성 발전은 여전히 더디다.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유지의 핵심 열쇠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지역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세계 경제 통합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격차 해소는 포용적 성장과 국민 역량 강화, 국가 경쟁력 제고의 기반이 된다. 파키스탄 학술지 크라이테리언 쿼터리(Criterion Quarterly)는 포용 정책이 뒷받침될 경우 디지털 전환이 도약형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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