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마리우폴 탈출: 점령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징집을 피해 도망친 10대들

키이우는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만 4만6,00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을 징집했으며, 이 가운데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에서만 3만5,000명 이상이 차출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마리우폴의 전 주민들이 2025년 9월 21일 '마리우폴 데이'를 맞아 키이우 도심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헤냐 사빌로프/AFP]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마리우폴의 전 주민들이 2025년 9월 21일 '마리우폴 데이'를 맞아 키이우 도심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헤냐 사빌로프/AFP]

AFP 통신 |

러시아 보안 요원들은 비웃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공포에 휩싸였다. 몇 시간째 이어진 심문이 계속되자 그는 자신이 다시 점령지 마리우폴로 돌려보내져 러시아군에 편입될까 두려움에 떨었다.

남쪽 항구도시에서 러시아의 3년 점령을 견뎌온 그는 친구 니콜라이와 함께 — 당시 둘 다 10대였다 — 러시아군 복무 소집장을 받은 뒤 탈출을 결심했다.

탈출 경로의 한 검문소에서 러시아 요원들은 두 소년에게 마약을 밀반입했다고 몰아붙이며 증거를 조작하겠다고 위협했고, 키이우로 가는 것을 들키면 감옥에 보낼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 순간 ‘끝났구나, 우리를 다시 돌려보내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키이우에서 AFP와 인터뷰한 19세 데이비드는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의 증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들을 징집해 키이우 정부와 전쟁하도록 강요하는 실태와, 점령지 젊은 남성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억제 전략을 보여준다.

이들은 가명을 사용했으며, AFP는 안전상의 이유로 여정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러시아군은 최소 2만2,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잔혹한 수주간의 포위전을 거쳐 2022년 5월 마리우폴을 점령했다.

도시가 함락된 뒤 데이비드와 니콜라이는 자신들의 학교가 모스크바식 청년 병력 양성의 거점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새로운 초상화 아래에서 교장은 학생들을 “미래의 러시아 수호자들”이라 부르며 맞이했다.

“전 ‘뭐라고요? 무엇의 수호자라는 거죠?’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데이비드는 당시의 기억을 이렇게 전했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

인권단체와 망명 중인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점령지 학교들이 학생 명부를 군 당국에 제공해 러시아군 징집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인권옴부즈맨은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 모든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미래의 러시아 군인으로 만드는 것이다.”라며 AFP에 말했다.

러시아 보안기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있는 마리우폴에서는 키이우 지지나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큰 위험을 수반한다.

하지만 도시 점령 당시 아직 청소년이었던 니콜라이와 데이비드는 저항하기로 마음먹었다.

“제 신념은 확고했습니다. 2월 24일 그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왔다는 사실 — 그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어요. 폭발 소리를 직접 들었으니까요.” 니콜라이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던 순간을 회상했다.

두 사람은 비밀리에 온라인으로 우크라이나 교육과정도 공부했다.

2022년 3월 대규모 피난처로 사용되던 극장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한 뒤, 니콜라이는 지하로 내려가 처참한 현장을 목격했다.

“지금도 생생해요. 매트리스들. 시신들. 죽음의 냄새 — 그리고 파리들까지”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사망자 수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까지 다양한 추정이 나온다.

'눈물을 삼키며'

소집장이 도착하자,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두 친구는 탈출하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라니요? 그건 제 나라 군대예요.” 니콜라이는 말했다.

키이우에서 AFP와 인터뷰할 때 후드를 눌러쓴 그들의 모습은, 차분히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는 태도와 묘하게 대비됐다.

키이우는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만 4만6,000명 이상을 징집했으며, 이 가운데 크림에서만 3만5,000명 이상이 차출됐다고 제차 강조했다.

AFP는 해당 수치를 독자적으로 검증할 수 없으며, 러시아는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징집병은 전투에 투입되지 않아야 하지만, 러시아는 일부가 ‘실수로’ 전투에 배치됐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강제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압박 또한 극심하다고 지적한다. 징집 회피는 최대 2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결국 데이비드와 니콜라이는 돈을 모으고 짐을 꾸린 뒤 교통편을 확보했다.

“고향을 떠나는 게 너무 슬퍼서 울었어요. 하지만 다른 선택은 없었죠.” 데이비드는 말했다.

한 검문소에서 러시아 보안 요원들은 두 사람을 각각 작은 방에 가둔 뒤 약 5시간 동안 심문했다.

“그들은 비웃기 시작했고, 압박하며 제 실토를 받아내려 했어요.” 데이비드는 말했다.

요원들은 그의 지문을 채취하고, 휴대전화에서 사진을 삭제한 이유를 캐물으며 마약 소지 누명을 씌우겠다고 위협했다. 자신이 말한 것처럼 러시아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감옥에 갈 것이라고도 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겁이 나요. 게다가 그 나이에…” 데이비드는 설명했다.

예상치 못하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그들은 결국 통행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고향에 남은 친구들이 걱정된다.

러시아는 점령지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징집을 확대하고 등록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함께 도망가고 싶어 한 동급생이 있었지만, 그는 여권이 없었다.

여권을 얻으려면 군 징병사무소에 직접 가야 하는데, 그곳에서 즉석 징집을 당할까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는 도망칠 수조차 없어요.” 데이비드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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