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고강도 규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문화 억압 직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는 전쟁을 비판하는 여론을 침묵시키기 위해 입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왔다.

2025년 10월 27일, 소련 독재자 요시프 스탈린과 소련 건국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가면을 쓴 젊은 여성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열린 거리 음악가들의 공연에 참석하고 있다. [올가 말체바/AFP]
2025년 10월 27일, 소련 독재자 요시프 스탈린과 소련 건국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가면을 쓴 젊은 여성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열린 거리 음악가들의 공연에 참석하고 있다. [올가 말체바/AFP]

AFP 제공 |

러시아의 서점 직원 리우보프 벨랴츠카야는 한숨을 내쉬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신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 "짙게 깔린 불안한 분위기'를 한탄했다.

한때 러시아의 "유럽으로 통하는 창"으로 불렸던 이 도시는 오랫동안 독립적 사고와 예술적 표현, 비공식적 반체제 활동의 온상이 되어 온 러시아의 문화 수도였다.

하지만 정부가 크렘린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그 어떤 작은 신호나 미묘한 조짐까지도 뿌리 뽑으려 억압 수위를 높이자, 벨랴츠카야는 도시가 점점 더 안으로 움츠러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글을 쓰지도 못하고, 어떤 주재에 대해서는 농담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그녀는 AFP에 말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모두 엄격하게 규제받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그녀가 시내 중심에서 운영하는 서점 '브셰 스보보다니(모두가 자유롭다)'의 진열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매주 이런저런 이유로 책들을 말 그대로 치워야 한다"고 벨랴츠카야는 전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는 전쟁을 비판하는 여론을 침묵시키기 위해 입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왔다.

누구든지 전시 검열을 위반하면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야권 지도자 고(故) 알렉세이 나발니 같은 작가들의 작품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

법적으로 금지되지는 않았지만 크렘린의 미움을 받는 작가들의 작품에는 '외국 대리인'이라는 커다란 레이블을 붙어야 판매할 수 있다.

이 같은 소련 시대 용어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와 보리스 아크닌 같은 러시아 출신의 망명 다작 작가들에게 적용된다.

'좀더 자유로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교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벌어지는 억압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제정 러시아 시대의 수도였던 이곳은 수십 년간 자유로운 사고와 반체제 움직임의 선두에 서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반순응주의적 시를 집필했다는 이유로 수년간 탄압을 받다가 1972년 강제로 추방됐다.

빅토르 초이가 이끄는 밴드 '키노'가 만든 록 앤섬 "체인지스(Changes)'는 소련 말기의 억눌린 좌절감을 상징하는 노래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2022년부터 이 도시의 록 레전드 보리스 그레벤시코프와 유리 세브추크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맹렬히 규탄하며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현지 인권활동가 디나르 이드리소프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곳에서 자유롭고 덜 억압받으며, 억압의 공포를 포함한 여러 두려움에도 덜 종속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억압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있다.

떠나는 예술가들

가장 최근에는, 반전 노래를 팝업 형태로 공연 했다는 이유로 지난 한 달 동안 구금된 18세 거리 음악가 디아나 로기노바 사건이 현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나오코(Naoko)'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그녀는 공공질서 문란, 러시아 군대 명예 훼손, 그리고 대규모 집회 조직 혐의로 세 차례 연속 단기 구금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진행된 법정 심리에서 로기노바를 응원하기 위해 20명의 청년들과 함께 참석한 21세 음악 전공 학생 세라핌은 "진짜 노래 하나로 기소된다는 게 말이 되나요?"라고 말했다.

동정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그녀가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 불필요한 관심을 불러왔다며 비난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 도시의 한 가수는 그들이 온라인에 영상을 올리는 순간 "모두를 위험에 빠트린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당국이 우리를 외면하지만, 이젠 많은 사람들이 밖에 나가는 것을 멈췄다는 걸 안다"고 덧붙였다.

17세 가수 파벨이 도시의 여러 운하 중 한 곳 옆에서 공연하고 있었다.

그는 "이젠 음악인들에 대한 억압이 강행되고 있다"고 AFP에 말하며, 정부 당국이 공연을 방해하기 위해 각종 행정적 걸림돌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독립 서점 '화씨 451'을 운영하는 또 다른 서점 주인 플라톤 로마노프는 현재 상황에 맞서 항의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그냥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만 이해하면 된다. 길러리 음악인들의 금지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왜? 어떤 목적으로? 무의미하다. 어차피 그들이 와서 막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고 AFP에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때 반문화의 허브이자 예술적 자유의 보루로서의 명성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이 도시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 예술가들, 시인과 음악가들까지 떠났다"로 로마노프는 전했다.

"삶이 눈에 띄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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