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동향
러시아를 겨냥한 EU, 동부 병력 이동의 장애 요인 제거에 나서다
전쟁 발발 시 유럽 전역에서 병력 이동이 예상되는 잠재적 경로를 따라 약 500개의 핵심 병목 지점이 확인됐다.
![2025년 11월 19일 브뤼셀 EU 본부에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 겸 부집행위원장이 군사 기동성 패키지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니콜라 튀카/AFP]](/gc7/images/2025/11/21/52854-ey-370_237.webp)
AFP 통신 |
러시아와의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EU는 대륙을 가로지르는 전차와 병력 이동을 가로막는 관료적 절차와 물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유럽 관계자는 이 문제를 이렇게 요약했다. 스페인에 배치된 전차 부대가 “전쟁이 끝난 뒤에야 폴란드에 도착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것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전차 등 중장비는 유럽연합 영내를 이동하기 위해 국가별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허가를 받더라도, 도로 하중 제한이나 취약한 교량을 피하느라 장거리 우회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정책 책임자는 11월 19일 “유럽 군대의 신속한 이동은 유럽 방위의 핵심”이라며 “전력이 적시에, 적소에 배치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방위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EU 감사원은 올해 병력과 무기 이동이 여전히 “문제적”이며 “누가 무엇을 담당하는지 불분명하다”고 경고했다.
유럽회계감사원(ECA)은 군사 기동성과 관련한 EU의 관리 체계를 “복잡하고 단절적”이라고 지적하며, 예컨대 어떤 국가의 전차가 도로 중량 제한 때문에 다른 회원국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실제 사례도 있다. 프랑스는 2022년 루마니아로 전차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독일이 중량 문제로 육로 이동을 불허하자 열차를 임차해야 했다.
EU 집행위의 계획에 따라 전쟁 발발 시 유럽에서 병력 이동이 예상되는 경로를 따라 약 500개의 핵심 병목 지점이 확인됐다.
이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선순위가 된 기동성 확보를 위해 시급한 개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국방담당 집행위원은 “보병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물류”라고 밝힌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사령관 존 퍼싱 장군의 말을 인용하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집행위는 회원국별 제각각인 허가 제도를 하나의 EU 통합 허가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허가는 최소 45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
비상 상황에서는 지연을 막기 위한 우선 통행 규칙도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속 대응을 위해 트럭 등 민군 겸용 자산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연대 메커니즘’도 마련될 예정이다.
쿠빌리우스 집행위원은 EU의 계획이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행위는 중장비 군사 이동을 감당할 수 있는지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NATO는 수년간 이를 우려해 왔고, 집행위는 이미 두 차례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최근의 계획(2022년 11월)은 회계감사원으로부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뤼셀은 2028년부터 2034년까지 군사 기동성 강화를 위해 170억 유로(197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이는 이전 중기 재정 계획보다 10배 많은 규모다.
집행위는 11월 19일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우주 시스템 등 신기술과 유럽 방위 산업을 접목하기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방산업체들이 이미 이러한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지만, 브뤼셀은 공동 프로젝트를 유도하고 특히 인공지능 솔루션을 시험하는 EU의 신흥 ‘AI 팩토리’를 방산 기업에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