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사안
러시아 징집 대상자들, 군 직업 선택에 불안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30만 명의 예비군 대부분은 과거 징집병이었다.
![2025년 10월 9일,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러시아의 옛 도시 블라디미르 도심에 위치한 러시아 육군 모집소 입구의 모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기 군 복무를 위해 13만 5천 명을 징집했으며, 이는 2016년 이후 국가가 실시한 가장 큰 규모의 가을 징집이다. [알렉산데르 네메노프/AFP]](/gc7/images/2025/10/27/52537-rusk-370_237.webp)
AFP 제공 |
22세 구급요원 그리고리는 자신이 1년간의 군 복무 의무 대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모스크바 북쪽에 있는 징집소로 향했다.
러시아가 징집하는 수만 명의 대상자들은 법적으로 전장 투입이 금지돼 국내에 배치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여전히 해마다 두 차례 실시되는 징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기 사용과 군율을 배우는 이 훈련은 한때 직업군인으로 가는 관문이었다.
하지만 많은 징집 대상자들은 군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자신의 성씨 공개를 거부한 그리고리는 키이우가 수시로 보복 공격을 가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지난 몇 달간 자원 간호사로 활동했다.
전쟁 부상자들을 직접 본 그는 정규 군 의료병이 되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제가 그곳에 없는 겁니다" 라고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쟁은 한 사람을 무너뜨립니다. 인간의 죽음이 무엇인지 아시잖아요?"
그는 자신의 1년 군 복무 가능성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18-30세의 징집병들
러시아는 매년 봄과 가을 18~30세 남성을 대상으로 의무 군복무 징집을 실행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징집 인원은 매년 약 5%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가을 징집 규모는 2016년 이후 최대인 13만 5천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법으로 징집병을 전투에 투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군복무를 마친 남성들은 예비군으로 편입돼 이후 동원령이 내려질 경우 재징집 대상이 된다.
2022년 동원령으로 징집돼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예비군 30만 명의 대부분은 과거 징집병 출신이었다.
징집병들이 전선에 투입됐다는 여러 보고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일부 징집병이 실수로 전선에 배치됐다고 시인했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고 있는 러시아 정유시설 방어를 위해 징집병을 투입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러시아 당국이 신병들에게 높은 급여와 사회적 혜택을 약속하며 전선 배치를 위해 동원령보다는 자원 입대를 더 선호하는 상황이다.
국방 당국은 징집병들에게 복무 중 군 계약서 서명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강요" 사례가 있을 경우 군 검찰에 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제 친구가 끌려갔어요'
러시아는 징집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이를 피하는 것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당국은 징집 대상자들의 정보를 전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소집 영장을 디지털 방식으로 발송하고 있다. 이는 주소를 변경하면 쉽게 징집을 피할 수 있었던 구소련 시절의 문서 기반 시스템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학생이나 건강상의 이유가 있는 경우, 면제와 유예 제도는 여전히 적용된다.
AFP가 모스크바 징집소 밖에서 만난 한 남성은 자신이 "심한 천식"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 복무 계약에 대해서는 별로 탐탁지 않아 했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군 복무 계약 체결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익명을 요구하며 "제 친구가 끌려가서 부상을 당했어요. 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라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180km (112 마일) 떨어진 블라디미르 도시에 살고있는 18세 안톤 역시 입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며, 학업을 마칠 때까지 군 입대 유예를 신청했다.
그는 징집소 밖에서 가진 AFP와의 인터뷰에서 "군사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며, 비록 군 복무가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만난 운동 마니아 막심은 "몇 주 안에" 군 복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 또한 1년의 훈련을 마친 후 우크라이나 파병에 지원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로스그바르디야(Rosgvardia)에 지원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 국가근위대로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부대로 우크라이나 전선 후방에도 투입된 바 있다.